요약
정부가 7일 발표한 K-GX 전략은 철강, 석유화학, 해운 등 산업 부문의 탈탄소 전환을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음
그러나 이번 발표는 전환 대상 기술과 투자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쳤을 뿐, 기존 설비의 전환 계획이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부족함
1,000조 원 이상의 정부 투자는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산업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수단이어야 함
이를 위해서는 향후 산업별 로드맵과 후속 정책에 구체적인 전환 일정, 에너지 인프라 공급 계획, 정부 지원의 조건과 향후 성과관리 체계가 함께 제시되어야 함.
국가 생존전략 K-GX,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방안이 없다면 무용지물
정부는 지난 7일 K-GX 전략 발표에서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 과제로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 부문의 탈탄소 전환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수소환원제철, NCC 전기화, 친환경 선박, 전환금융, 저탄소 제품 시장 창출 등 다양한 정책 방향도 포함됐다. 산업 경쟁력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방향을 밝히고, 철강·석유화학 등 다배출 산업의 공정 전환을 국가 전략의 핵심 과제로 위치시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K-GX는 어디까지나 산업 전환의 목적지를 제시했을 뿐,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를 설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1,00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대규모 공적 지원은 단순히 기존의 전환 계획을 뒷받침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산업 전환의 속도와 규모를 끌어올려, 현재 정체된 전환 계획을 실질적으로 가속화해야한다.
정부의 지원이 어떤 기준으로 배정될 것인지, 산업 전환 가속화가 어떤 수단을 통해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상당 부분 12월 발표될 산업별 로드맵과 후속 정책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후솔루션에서는 이번 전략에서 확인된 산업별 실행계획의 공백과, 12월 로드맵 및 향후 마련될 정책에서 반드시 구체화해야 할 핵심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 철강 (관련 내용 인용: 철강팀 안혜성 연구원)
철강 부문 K-GX 주요 내용
(‘26~’30) 30만톤급 수소환원제철 실증기술 개발, (’31~’36) 250만톤급 스케일업, (‘37~) 수소환원제철로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여 ‘50년 100% 전환 달성
대규모 청정수소 생산단지 조성 및 이송 인프라 확충,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방안 마련 *포스코 중심 동남권 수소 100만톤급 수전해 시설·배관망 및 수소환원제철 생산설비 구축
저탄소·고급 전기로강 생산 확대(‘35년 360만톤 목표) 및 철스크랩 활용 확대
저탄소철강 인증제도 시행(’27), 저탄소철강 공공조달 연계 등 인센티브 마련 검토 *저탄소 철강 사용 전기차 구매 시 인센티브 우대기준 검토(~’28)
한계점 및 향후 구체화 필요 사항
기존 설비의 전환 경로 불명확
수소환원제철 실증 및 상용화 시작 일정은 제시됐으나, 현재 가동 중인 고로 등 고탄소 설비의 단계적 감축 및 구체적인 전환 일정은 제시되지 않음. 이에 신규 기술 도입이 기존 설비의 대체와 실질적인 배출 감축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불명확함
향후 로드맵에서는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25.11)에서 제시된 ‘2050년까지 기존 고로 11기를 수소환원제철 설비 15기로 전환하는 수소환원제철 전환 로드맵’을 설비별 이행 일정으로 구체화해야 함. 수소환원제철 설비의 도입 확대와 기존 고로의 폐쇄 일정을 연계하여 구체적인 단계별 전환 경로를 명확히 제시해야 함
전환에 필요한 수소 전력 공급 계획의 구체성 부족
청정수소 생산단지 및 이송 인프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 구축 등이 언급되었으나, 철강 부문에 필요한 공급 규모와 시점, 단계별 달성 목표는 제시되지 않아 신규 설비 도입에 따른 구체적인 수요와 수소·전력 공급 계획 간의 연계가 불명확함
향후 로드맵에서는 전환 일정에 따른 시기별 수소·전력 수요량을 산정하고, 이에 맞춘 청정수소와 저탄소 전력의 공급 규모 및 조달 방안을 제시해야 함. 이를 바탕으로 수소 생산 및 이송, 전력 공급 인프라의 단계별 구축 목표와 일정 등을 마련하여 설비 전환이 지연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함
정부 지원에 상응하는 전환 의무 및 성과관리 체계 불명확
포스코 중심의 시그니처 프로젝트가 제시되었으나, 정부 지원이 철강사의 전환 속도와 규모,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 등 어떤 성과 조건과 연계되는지 불분명함
향후 로드맵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철강사의 설비 전환 일정과 규모, 배출 감축량 등을 명확한 의무 및 성과 기준으로 설정하고 지원 내용에 대한 이행 상황 및 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공개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함
저탄소 철강 인증제도의 구체적인 기준과 시행 계획의 부재
2027년 저탄소 철강 인증제도 도입이 예고됐으나, 2026년 시행된 K-스틸법에서 고시로 위임한 인증기준과 절차는 아직 공개되지 않음
향후 로드맵에서는 2027년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인증기준과 운영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일정을 포함한 제도 시행계획을 제시해야 함. 또한 저탄소 철강 인증제도 시행과 연계하여 공공조달을 통한 초기수요 창출과 자동차 등 주요 수요산업의 민간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시장 창출 계획을 제시해야 함
2. 석유화학(관련 내용 인용: 석유화학팀 김아영 연구원)
석유화학 부문 K-GX 주요 내용
NCC 전기화·무탄소 연료 공정 전환 및 원료 다각화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 저탄소 전환 추진
NCC 전기로 원천기술 확보(~’28), 대규모 실증(‘29~’37), 상용화(‘40~) 추진
NCC 전기로 등 주력산업 GX 핵심기술 확보 및 실증·상용화 추진(산업 GX 플러스, 2027~2035)
GX 혁신기술 관련 소부장 공급망 구축 추진
재생원료인증제 도입 등을 통한 탈탄소 제품 시장 창출 및 순환자원 시장 기반 마련
순환원료 통합 정부 시스템 구축 (~’29) 및 바이오·재활용 원료 기반 제품 인증제 개선
석유화학을 포함한17개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 방향을 담은 「탄소중립 기술혁신 종합 로드맵」 수립 추진
한계점 및 향후 구체화 필요 사항
대규모 실증 계획의 구체성 부족
대규모 실증의 규모(설비용량, 기수, 투자규모 등)와 적용 대상 설비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정부 지원 규모 파악에 어려움이 있음. 이는 기업의 기술에 대한 투자 결정 유인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
향후 로드맵에서는 실증 규모 및 적용 대상 설비 구체화하고, 이에 연동한 지원 계획과 예산규모를 제시해야 함
2050 탄소중립 타임라인과의 정합성 부족
2050년 석유화학 산업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35년 이후 전환이 본격화되어야 하나, 대규모 실증 종료 시점 (‘37)과 상용화 시점 (‘40) 사이에 약 3년의 공백이 발생하여, 계획의 연속성 측면에서 실증 결과가 상용화로 이어지는 경로가 불명확함
향후 로드맵에서는 ‘50년 탄소중립 목표와 부합되는 NCC 설비 전환 일정이 제시되어야 함. 특히 감축 경로와 기술 개발 일정을 연동하고, ‘35년 이후 전환 본격화 시점에 맞춰 상용화 시점 및 단계별 목표를 재점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함
전력 공급 계획과의 연계 불투명성
NCC 전기로는 전력 의존도가 높은 기술로, 전력 수급 방안은 기술의 경제성 예측과 기업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음. 그러나 현 계획에서는 실증 및 상용화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국가 전력 계획과 연계되어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음.
향후 로드맵에서는 실증 및 상용화에 따른 단계별 전력 수요를 국가 전력 계획에 반영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음. 특히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 방안을 구체화하여 전력 의존도가 높은 전환 기술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함.
3. 해운(관련 내용 인용: 해운팀 염정훈 팀장)
해운 부문 K-GX 주요 내용
친환경 선박 보조금 및 금융 지원 확대, 친환경 연료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전용 인프라펀드(1조 원) 투자 및 공급기술 개발(~’30) * HD한국조선해양 울산 생산기지 구축, 연근해용 전기추진선박·연료전지 연계 원양선 개발(~‘30)
신규 관공선 중심 친환경선박 전환, 실증 인프라 구축을 통한 국내 신기술 산업화 촉진
친환경 항만 구축을 위해 친환경 공급연료 거점(울산항) 구축, 하역 장비 전동화 및 항만 유휴공간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 추진 *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업 신설 (항만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 추진
한계점 및 향후 구체화 필요 사항
재원 조달 및 실증 계획의 구체성 부족
1조 원 규모 인프라 펀드 등 기 발표된 지원 계획이 추가적인 구체화 없이 제시되었으며, 친환경 연료 인프라는 초기 투자비가 큰 만큼 자금 조달 구조 혹은 자금 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함
향후 정책에서는 자금의 구체적인 조달 구조와 집행 마일스톤을 제시하여 연료별 투자 대상 항만과 인프라 구축 목표를 설정하여 펀드의 실제 투자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
국적 선사 운영비(OPEX) 보전 대책 결여
선박 전환을 위한 건조 자금(CAPEX) 지원에는 집중하고 있으나 국적 선박들이 부담하는 운항 중 발생하는 고가의 친환경 대체연료비 등 실질적인 운영비(OPEX)에 대한 보전 대책이 부재함
친환경 연료와 기존 선박연료 간 가격 격차의 일부를 보전할 수 있는 보조금 또는 가격차액지원제도 등을 검토하고 해당 제도 이행 계획을 수립해야 함
대형 외항선 대상의 무탄소 전환 로드맵 부재
실증 인프라 및 정부 주도 전환 사업이 관공선과 연근해 중심 전기추진선에 치중되어 있어, 실제 해운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컨테이너선·벌크선의 무탄소 대체연료(메탄올, 암모니아 등) 전환 로드맵이 부재함
국적 외항 선대 연료전환 로드맵을 마련하여 대체연료 도입 시기 및 필요 연료 공급량을 기반으로 벙커링 인프라 구축 확대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음
대형사 편중 및 중소형 조선소·기자재 생태계 보호 대책 미흡
HD한국조선해양의 생산기지 구축 등 특정 대형 조선사 중심의 시그니처 프로젝트와 관공선 대체 건조에 집중되어 있으며, 친환경 선박 금융 및 보조금 지원 역시 기업 규모 구분 없이 포괄적으로만 명시되어 있어 자본력과 수주 역량이 앞선 대형사에 혜택이 쏠릴 가능성이 큼
중소형 조선소·기자재 업체를 대상으로 별도의 지원 트랙을 마련하거나 중소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급망 연계 조건을 설계하는 등 생태계 전반의 R&D·인프라·실증 연계 지원 정책 고려가 필요함
결론
산업 전환은 기술개발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산업계의 전환을 위해서는 민간이 과감한 투자와 전환을 결정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막대한 재정 및 정책 지원은 개별 기업의 전환을 돕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산업 전반에서 전환을 가속화하는 동력이자 기업을 압박하는 도구로서도 기능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산업별 로드맵과 후속 정책에는 ▲기존 탄소집약적 설비의 전환 경로와 감축 일정 구체화, ▲신규 기술 도입에 필요한 수소·전력·연료 등 핵심 인프라 공급계획 연계, ▲정부 지원과 연계된 명확한 전환 의무 및 성과관리 체계 마련, ▲저탄소 제품의 초기 수요 창출과 시장 형성 방안 구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12월 발표될 산업별 GX 로드맵은 정부 목표를 반복하는 문서가 아니라 산업 전환의 구체적 경로를 보여주는 실행 계획이 되어야 한다. 이번 K-GX가 단순한 선언에 그칠지, 실제 산업 전환 전략으로서 작동할지는 12월 산업별 로드맵과 후속 정책이 어떤 구체적인 실행 경로를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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