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코트의 깃을 세우고 단추를 여미게 하는 런던의 가을, 국제해운 2050년 넷제로 달성의 운명을 결정하는 회의가 지난주 국제해사기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기후솔루션이 여러분을 그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IMO 건물 앞 그린워싱 캠페인 현장
파리협정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이하 달성을 위해 많은 산업 분야에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지만, 특히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운송 부분에서는 변화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고 치열해요. 산업화에 따라 무역량이 많아지고, 식재료 등 필수품을 교역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증가하기 때문이죠. 이 중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국제해운의 중요도도 점점 강화됩니다. 마냥 작게 느껴지는 수치지만, 해운산업을 한 국가로 취급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6위에 위치하게 됩니다.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유럽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유네스코 등 여러분이 들어보셨을 법한 다양한 국제기구의 본사가 있습니다. 오늘 저희가 방문할 국제기구는 바로 런던에 위치한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 Maritime Organization)입니다. IMO는 해상에서 안전과 보안, 그리고 선박으로부터의 해양오염 방지를 책임지는 유엔 산하 해사전문 국제기구 입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8년 동안 임기택 전 사무총장님이 IMO를 이끌어 오신 만큼, 우리나라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국제기구랍니다.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를 통해 선박에 의한 해양오염의 방지 및 규제를 위한 문제를 심의하고 있어요.
💡MEPC: 176개의 회원국과 여러 정부간 기구 또는 비영리단체들의 대표단이 모여, 여러 의제에 심의하고 이와 관련된 국제협약을 채택합니다.
기존에는 선박의 기름 유출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 및 매연과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이 논의의 대상이었다면, 이젠 선박의 온실가스가 매우 중요한 의제 중 하나입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IMO 본사 건물 전경
다행히, IMO는 작년 3월에 개최된 MEPC 80차에서 국제해운의 2050 넷제로 달성을 발표했답니다. 2018년에 수립되었던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에서, 100% 감축으로 상향된 것이니,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국가들의 굳은 의지와 결의가 느껴지는 역사적인 회의였습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향한 확실한 한 발짝 도약이었죠.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진행되었던 MECP 82차에서는 선박의 연료 전환 가속을 위한 환경규제로서 중기 조치 개발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어요. MEPC 80차에서 채택된 기술적 조치인 ‘연료 표준제도(GFS, GHG Fuel Standard)’와 경제적 조치의 구체적 조항과 규정이 면밀하게 논의되었답니다. 낯선 단어가 많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설명 들어갑니다!
간단히 설명하여 중기조치란 각 나라와 해운사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넷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메커니즘이에요. 중기조치는 기술적 조치와 경제적 조치, 총 2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술적 조치: 선박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규제하는 연료 표준제도
💡경제적 조치: 온실가스 배출물질에 적용되는 가격 제도 (GHG Pricing Mechanism)
연료 표준제도에는 이전처럼 선박의 운항 시 배출되는 탄소만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연료의 생산부터 운송, 연소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는 전주기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가 반영되어요.
2024년 MEPC82차 회의 현장
이번 MEPC 82차가 중요한 이유는, 약 6개월 후인 2025년 봄에 개최될 MEPC 83차에서 중기조치 도입을 위한 협약 개정안이 승인되어야 하며, 그해 가을 최종 중기조치가 채택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7년 1월 1일부터 모든 바다에서 중기조치가 시행될 예정이기에, 최소한 내년 가을까지는 규제가 확정되어야 하는 것이죠. 이번 MEPC 82차가 예정된 회기 간 작업반을 제외하고 회원국 간의 협상이 가능한 마지막 공식 위원회인 것이죠.
MEPC 82차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문제는 바로 해운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탄소세(Carbon levy) 부과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탄소세는 중기조치에 의한 연료 표준제도의 준수에 따른 배출권 구매와 더불어, 대체연료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부과금을 의미합니다. 이미 연료 표준제도에 따라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회원국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에요.
또, 중기조치 시행으로 모인 부과금을 관리하고 배분하는 기금 개발에 대한 논의와, 기금의 수혜 기준에 대한 논의 또한 이루어졌습니다. 2027년부터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가 적용되어 전 세계가 부과금을 납부하면, 연료 표준제도에 따라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이 모금될 예정이에요. 돈이 누구에 의해, 어떠한 기준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배분될지는 많은 국가들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과정에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비용이 수반될 것입니다.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해운업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회원 국가들과 단체들이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IMO는 내년 4월에 있을 MEPC 83차 이전에 2차례의 작업반 회의(ISWG-GHG)를 통해 선박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여러분도 국제해운의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릴 IMO의 회의 결과들에 꾸준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IMO의 2050 넷제로 달성 선언 와중에 대한민국의 국제해운 탈탄소화 경로는 어디로 향해가는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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