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본 이슈브리프는 녹색철강 기준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고,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주요 기준 설계 방식을 검토한다. 또한 기준 설계의 차이가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과 장기적인 탈탄소화 경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분석한다. 특히 K-스틸법에 따른 저탄소 철강 인증체계가 마련되는 과정에서, 녹색철강 기준이 단순한 제품 분류 체계를 넘어 기업의 투자 결정과 저탄소 기술 도입을 유도하고, 철강산업의 저배출 생산체계 전환을 견인하는 핵심 정책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살펴본다.
요약
한국 철강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세계 주요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한국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탈탄소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철강산업의 장기적인 탈탄소화 경로로 수소환원제철 (hydrogen-based direct reduced iron; H₂-DRI)을 핵심 기술로 제시하고 있으며, K-GX전략과 K-스틸법을 통해 정책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명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녹색철강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녹색철강 인증 기준이 불충분하게 마련될 경우, 철강사들은 근본적인 공정 전환 없이도 녹색철강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탄소집약적인 고로(Blast Furnace; BF) 생산방식에 대한 의존을 지속시킬 우려가 있다. 이처럼 녹색철강 기준은 단순한 제품 인증 체계를 넘어, 기업의 투자 결정, 저탄소 기술 도입, 시장 형성, 나아가 산업 전환의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정책 수단이다
국제적으로 녹색철강 기준 논의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주요 국제 기준과 규제 체계, 그리고 구매자 이니셔티브 전반에서는 명확한 탄소집약도 산정과 제품 단위 탄소배출량에 대한 물리적 추적성(physical traceability)을 핵심 원칙으로 채택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녹색철강 기준이 단순히 기존의 탄소집약적 생산체계를 유지한 채 배출량을 일부 줄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산업 구조 전환을 견인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준 설계는 시장 인정과 정책 지원이 기존 고로 기반 생산 체계의 수명 연장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실질적인 저탄소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 역시 녹색철강 기준의 설계 방향에 따라 철강산업이 수소 기반 생산 체계로 도약할 것인지, 혹은 기존 고로 중심 경로에 고착(lock-in)될 지를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철강산업신뢰성과 국제 경쟁력을 담보하는 산업 전환을 위해 한국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매스밸런스(Mass Balance) 방식 지양
생산 공정의 근본적인 기술 전환 없이도 기존 고로 기반 생산 체계가 녹색철강 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매스밸런스 방식의 도입을 지양해야 한다.
성과 기반(Performance-Based) 탄소집약도 기준 도입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성과에 기반한 명확한 성과 중심의 탄소집약도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
국내 제도가 글로벌 시장 및 향후 무역 체계와 상충하지 않도록, 국제적으로 논의·적용되고 있는 녹색철강 기준 및 방법론과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준의 정기적 개선과 보완
기술 발전과 수소환원제철 전환 경로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녹색철강 기준을 정기적으로 개선∙보완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이 녹색철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철강산업이 수소 기반 생산 체계로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혹은 탄소집약적인 고로 중심 생산 방식에 머물게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녹색철강 기준은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