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포스코 주주총회 비하인드 스토리: "주주 출입구는 정문이지만 들어가실 수는 없습니다"
insights 2025-03-26
철강

겉과 속이 다른 포스코 주주총회 비하인드 스토리: "주주 출입구는 정문이지만 들어가실 수는 없습니다"

기후솔루션 멤버가 주주총회에 직접 다녀온 후기를 전합니다.

안혜성 연구원

3월 20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제57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장인화 회장은 이날 “해외 투자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내 전기로 착공과 인도, 호주, 아르헨티나 등 해외 사업 확대 사례를 언급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모든 안건은 빠르게 통과됐고, 일부 주주들은 포스코의 기후 리스크 대응을 질의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기후솔루션 철강 캠페인팀의 일원으로서 주주 자격으로 현장을 찾았습니다. 저희 팀은 국내 철강사들이 탈탄소 전환을 가속할 수 있도록 감시와 제안, 주주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주총 현장에서 마주한 경험은, ‘주주’의 이름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각보다 단단한 벽에 가로막힐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주주 출입구는 정문입니다”… 그러나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오전 7시 30분. 포스코센터 앞은 이른 시간부터 시끄러웠습니다. 입장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은 여러 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고, ‘주주 출입구’라고 크게 적힌 정문 앞은 검은 양복을 입은 보안직원들이 빽빽이 막고 있었습니다. 일반 주주들은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며 조심스레 상황을 살폈습니다.

7시 50분쯤,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주주들은 대체 언제 들어가나요?”
“8시부터 입장 가능합니다”라는 직원의 대답이 돌아왔지만, 8시 20분이 되어도 정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물어본 끝에, 어떤 직원이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지하주차장을 통해 내려가면…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저와 동료 A는 터벅터벅, 아무도 없는 지하주차장을 내려갔습니다. 지하 4층에 도착했을 때, 한 직원이 말했습니다.
“직원 출입증 보여주시겠어요?”
“저는 주주인데요.”
“…아, 들어가세요.”

그제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총장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각까지 몇 명의 주주가 이렇게 우회해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내 자리에 앉아 있다

8시 45분. 로비에서 인증 절차를 마치고, 배정받은 4층 메인홀 좌석으로 향했습니다. 100석이 넘는 홀은 대부분 자리가 이미 찬 상태였고, 제 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이 자리가 맞으세요? 제가 이 자리인 것 같은데요.”
그는 말없이 짐을 챙겨 일어났습니다. 배정받은 좌석을 확인하지도, 다른 자리에 앉지도,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바로 앞줄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고, 그 사람 역시 나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왜 미리 배정된 자리에 앉아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기후솔루션의 또 다른 동료 B는, 다른 환경단체에서 온 주주들과 함께 17층 별도 공간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메인홀이 아닌, 화면으로만 주총을 중계받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정당한 설명도, 명확한 기준도 없이 분리된 이 상황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동의 외에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던 현장

그렇게 주총은 시작됐고, 안건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설명이 끝나면 “네, 동의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메아리쳤습니다.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얻었습니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계획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기후 리스크 대응 수준으로는 주가 하락이 심화될 수 있으며,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배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동료 A도 손을 들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제철소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해 사례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주총은 주주로서 경영 리스크에 대해 묻고 대응을 요구하는 자리인데, 우리의 발언은 마치 갑작스러운 소란처럼 여겨졌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질문과 그에 대한 포스코 측의 답변은 일부 언론에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도됐습니다.

주총이 끝나고 나오는 길, 어떤 주주분이 한탄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밖에서 기다리다가, 다 끝나갈 무렵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요. 또 다른 주주는 “몇 번이나 물었는데도 들여보내주지 않다가, 의결이 다 끝난 뒤에야 안내해줬다”고 했습니다.

정문에는 여전히 ‘주주 출입구’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 문으로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총장 안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차 있었고, 모든 안건은 신속하게 통과됐습니다.

 

우리가 바란 건 질문할 수 있는 권리

주주총회에서의 발언은 ‘방해’가 아닙니다. 오히려 기후 리스크, 환경피해, 해외 사업장 이슈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책임경영을 위한 소중한 절차입니다.

그러나 이날 우리는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남의 집 잔치에 몰래 들어간 방해꾼’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입장조차 어려웠고, 앉아야 할 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었으며, 질문은 불편한 공기로 남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철강 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포스코가 진정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야기하려면, 주주의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주는 단순히 의결권을 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동반자입니다.
기업은 단기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특히 포스코처럼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기후솔루션은 앞으로도 철강 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위한 목소리를 현장에서, 그리고 주총장에서 계속해서 낼 것입니다. 불편한 질문일 수 있지만, 기업이 진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마주해야 할 이야기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