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 해외 화석연료 투자 금융배출량 및 수명기간 배출 총량 최초 산정
최근 5년 해외 화석연료 신규 약정 48조원 이상…설비 배출총량 29억톤 이상
민간은 코스피 상장사 2028년부터 기후공시 의무화…정작 공적금융은 공백
※ 리서치 페이지에서 생생한 인포그래픽으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이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 초과(오버슈트)를 막기 어렵다고 경고하고 세계 곳곳에서 기후재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 3대 정책금융기관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가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2030년 이들 기관에 귀속되는 배출량이 1.5도 경로의 약 3배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기후솔루션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는 ‘탄소중립의 사각지대: 한국 공적금융이 해외에 야기한 금융배출량’ 보고서를 내고, 국내 3대 정책금융기관 한국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의 해외 화석연료 금융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세 기관의 금융지원 규모와 더불어 탄소회계금융연합(PCAF) 국제 표준을 적용해 금융배출량을 산정하고 투자 대상 사업이 전체 수명 기간 배출할 온실가스 총량(고정배출량)까지 추산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배출량이 전체 배출량 가운데 금융기관이 댄 돈의 지분만큼만 잡히고 금융계약이 끝나면 더는 집계되지 않지만, 사업은 계약이 끝난 뒤에도 장기간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고정배출량을 함께 계산했다.
1. 불과 5년의 금융지원이 불러온 위기
분석 결과, 최근 5년간(2020~2024년) 세 기관이 새롭게 약정한 화석연료 사업은 총 347건, 48조 5천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중에도 이들 기관의 신규 약정은 줄지 않았고 도리어 2021년 5조 1천억원에서 2024년 13조 5천억원으로 2배 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 1. 해외 화석연료 신규 약정액과 국제 정책 흐름(2020–2024, 단위:조원)
이 중 중복 및 재금융 등 34건을 제외하고 남은 313건만 따져봐도 고정배출량은 29억 3460만톤(CO₂e,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추산됐다. 네팔 같은 기후위기 취약국이 지난 250년간 화석연료·산업 공정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누적량의 12~13배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배출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29년에는 정부가 해외에서 확보하려는 국제감축 목표량(연 2980만~3400만톤)의 약 3배를 내뿜을 전망이다. 한국은 파리협정 6조에 따라 해외 감축사업에서 확보한 실적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해외 감축분을 사오면서 다른 쪽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배출을 해외에 만들어내는 모순인 셈이다.
더욱이 분석 대상 313건 중 94%(294건)는 운반선·터미널·파이프라인 같은 화석연료 운송 인프라로, 화석연료 운반선만 284척에 달했다. 이 같은 운송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설비 하나를 새롭게 짓는 데서 끝나지 않고 수십 년간 실어 나를 화석연료 공급망 전체의 수명을 연장하게 된다.
실제로 화석연료 운반선만 284척이 실어 나를 화석연료가 생산·연소될 때 나오는 배출(운송 화물 내재 배출량)만 총 165억 2390만톤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남은 전 지구 탄소예산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2. 현행 유지 시 2030년 금융배출량은 1.5°C 경로의 3배

그림 2. 신규 약정 즉각 중단 시나리오에서의 배출량 분석
보고서는 세 기관의 최근 5년간 금융지원뿐 아니라 앞으로의 금융이 남길 탄소 부담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①지금처럼 해외 화석연료 투자를 지속하는 경우(현행 유지), ②2027년부터 신규 투자를 즉각 중단하는 경우(즉각 중단), ③4년을 늦춰 2031년부터 중단하는 경우(지연 전환)다.
세 기관에 귀속되는 금융배출량은 2024년 기준 연 433만 톤에서 현행 유지 시 2030년 612만톤으로 늘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1.5도 경로(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시점마다 지켜야 할 배출량 궤적)의 약 3배가 된다. 반면 즉각 중단 시 금융배출량은 기존 사업의 상환에 따라 줄어들기 시작해 2040년부터는 1.5도 경로 아래로 안착한다.
그러나 이는 금융기관 몫으로 계산되는 수치가 줄어든다는 뜻일 뿐, 완전히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승인한 사업은 금융기관의 상환과 별개로 계속 가동되기 때문이다. 즉각 중단 시나리오에서도 기존 사업들의 연간 배출(고정배출량)은 2030년엔 2024년의 4.5배로 늘어나고, 2040년엔 1.5도 경로에 맞추려면 약 98%를 줄여야 하는 수준이다.
3. 민간은 내후년부터 기후공시 의무화... 정작 공공은 사각지대
결국 정책금융기관들이 신규 화석연료 투자를 즉각 중단하는 데서 나아가, 이미 지었거나 짓고 있는 설비까지 조기 폐쇄 등 적극적인 관리에 도입해야 1.5도 경로에 맞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영국·유럽의 공공 금융기관은 수출신용 본연의 기능은 유지한 채 화석연료 부문 지원만 중단했으며, 유럽투자은행(EIB)은 다배출 기업과의 계약 조건으로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감축 계획의 수립과 공개를 명문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책금융기관은 출발선인 배출량 공시부터 부족한 실정이다. 민간에서는 2028년부터 연결자산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기후공시가 의무화될 예정이나, 정작 국민의 자금을 재원으로 운용하는 정책금융기관은 이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 세 기관은 모두 2021년 금융위원회와 함께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 FD) 지지를 선언했지만, 5년이 지나도록 금융배출량을 공시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양예빈 연구원은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논할 때 한국은 누적 배출량이 많은 다른 나라들에 밀려 책임론에서 비켜서 있는 듯 보이지만, 돈으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며 “한국은 2021년 석탄금융 중단 선언 이후 오히려 화석연료 금융 규모가 2.7배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책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융배출량 공시 의무화, 신규 화석연료 금융지원 중단, 기존 사업의 단계적 정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다른 저자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강윤서 연구원은 “공시는 전환의 출발점일 뿐”이라며 “금융배출량을 기준으로 1.5도 감축목표와 전환계획을 세우고, 같은 잣대를 차주에게도 금융 조건으로 요구할 때 정책금융기관이 전환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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