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 녹색산업으로 다시 뛰는 한국 경제
‘기후위기’라는 말, 이제는 ‘기후기회’로 바꿔볼까요?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녹색산업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제목은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탈탄소 녹색 수출 산업 역할과 지원 방안’. 이름만 보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분명했습니다. 한국이 지금 이 흐름을 잘 탄다면, 기후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토론회는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과 기후솔루션이 공동으로 열었고, 박정현 의원이 연구책임의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지금은 공적 금융과 정책이 ‘녹색 전환’을 위해 진짜로 움직여야 할 시기라고요.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 세계 흐름 따라잡을 마지막 기회
첫 번째 발표는 BloombergNEF 서연정 애널리스트가 맡았습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하며,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글로벌 탈탄소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주요국에 비해 낮고, 녹색 기술 혁신도 아직 부족하다고 짚었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줘야 한다는 점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기후솔루션의 오동재 팀장은 한국 공적 금융이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이 세계 2위 수준"이라며, "녹색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지금 놓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적 금융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한국은 ‘기후 악당’이라는 낙인을 벗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덧붙였습니다.
수출도, 기술도… 녹색산업이 먹여살릴 수 있을까?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증권사, 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해 현실적인 해법들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산업은행(KDB)의 최고운 녹색금융팀장은 정부가 2030년까지 420조 원을 녹색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며, 그중 산업은행이 154조 원을 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투자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무탄소 발전, 저탄소 설비, 친환경 인프라 등이며, 2024년부터는 해상풍력에 대한 지원도 본격화된다고 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태양광 산업의 어려움을 언급했습니다. "한국이 한때는 태양광 수출 강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의 압도적인 지원 정책 때문에 많이 밀려난 상태"라며, "이제는 지붕 태양광 확대 같은 국내 시장 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출입은행은 배터리 산업에도 연간 4조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쪽도 1조 5000억 원 규모로 지원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의 한병화 이사는 국제 투자 흐름을 분석하며,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100조 원 이상을 저탄소 산업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특히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와 배터리 원자재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민간만으로는 어렵고, 정부와의 협력이 꼭 필요합니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같은 기업들의 탄소중립 전환을 뒷받침할 정책금융이 절실합니다."
녹색전환연구소의 지현영 부소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대기업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도 녹색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 같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일본처럼 탄소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공시한 기업에 보증과 투자를 연결해주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지금 바로 손대야 할 다섯 가지 과제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이 기후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공적 금융, 이제 화석연료 대신 녹색산업으로
지금은 ‘녹색산업 골든타임’. 기후투자공사 설립 같은 구조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다시 설계해야
핵심 광물 확보가 배터리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일본은 정부-민간 협력 모델이 활성화돼 있으나, 한국은 아직 미흡한 상황입니다.
중소기업도 ‘녹색 혁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전환금융 도입, 녹색보증 확대 등 중소기업 맞춤형 금융 전략이 요구됩니다.
탄소배출권 가격과 전기요금, 현실 반영이 필요해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유럽의 1/11 수준.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에 나설 유인이 없습니다.
정책만이 아닌, 실행 가능한 투자 전략이 필요해
경제성장 둔화 국면에서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실현 가능한 투자 계획 수립이 중요합니다.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이번 토론회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과제를 ‘경제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정부와 산업계, 금융권이 함께 손잡고 뛰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는 길은, 더 이상 석유나 석탄이 아니라 태양과 바람, 전기와 수소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닦는 데 필요한 자금은 바로 ‘공적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준비 중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방향을 정하고, 속도를 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