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 1등 투자국이 되는 거 아닐까?
insights 2025-06-04
공적 금융 가스

한국, 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 1등 투자국이 되는 거 아닐까?

기후위기 시대, 모잠비크 가스전 투자와 공적금융기관의 역할

고니 벤 게라 팀장
차유현 컨설턴트

‘한국’ 하면 외국인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요?
대부분 밝고 활기찬 나라, K-팝·K-드라마·K-푸드 같은 문화강국을 떠올려요. 이런 이미지는 우리에게 자부심이 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지금 기후위기 대응에서는 국제사회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고 있어요.

이유는 바로, 전 세계가 줄이려고 애쓰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여전히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약속은 했지만, 행동은?

한국은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한 나라예요. 2020년 12월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2021년에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고 했어요.

이 양은 뉴욕 크기의 도시 14개에서 1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할 정도로 커요.

이런 목표 선언은 국제사회에서 환영을 받았지만, 한국은 수출신용기관을 통해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 “정말 기후위기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걸까?”라는 의심을 받고 있어요.

수출신용기관이 뭐예요?

수출신용기관은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수출이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금융을 지원해주는 공공기관이에요. 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특히 많이 등장해요.

우리나라에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대표적인 수출신용기관이에요.

  • 수출입은행은 해외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거나, 대출기관에 보증을 서주는 역할을 해요.

  • 무역보험공사는 수출 거래 중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험으로 보장해주는 기관이에요.

문제는 이 기관들이 아직도 화석연료 기반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가스 개발에 들어가는 돈의 흐름

가스전 개발은 단순히 땅을 파는 수준이 아니에요.
① 탐사·채굴,
② 운송·액화·LNG선박 건조
③ 석유화학공장이나 발전소 연료 등 최종 소비처


‘가스 벨류체인’ 전반에 걸쳐 막대한 자금과 기술이 투입돼요.

이런 사업은 민간은행이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수출신용기관이 차관(대출), 보증, 보험 등의 방식으로 참여하게 돼요.
그 덕분에 기업은 해외 사업을 수주할 수 있고, 은행도 손해를 보지 않게 되는 구조예요.

세계는 투자 철회 중, 한국은 거꾸로 가는 중

2021년, OECD 국가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공적금융을 중단하기로 약속했고, 이후 석유와 가스 투자도 제한하는 흐름이 이어졌어요.

2022년부터는 43개국과 기관이 청정에너지전환 파트너십(Clean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이하 CETP)에 서명했어요. 이 파트너십의 핵심은, 청정에너지엔 우선 투자, 화석연료엔 공적 자금 중단하자는 내용이에요.

영국, 캐나다, 프랑스, 스웨덴, 호주 등 많은 나라들이 이 흐름에 동참했어요. 2022년 G7 회원국도 CETP에 참여했어요.
그 결과, CETP 가입국들의 화석연료 금융 지원은 1/3로 줄었고, 2023년 기준 전체 투자 규모는 고작 52억 달러에 그쳤어요.

하지만 한국은 CETP에 가입하지 않았고,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요.

한국, 세계 최대 화석연료 투자국 될 수도 있어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9위를 기록하고 있어요.
게다가 2025년 기후변화 대응 성과지수(CCPI)에서는 63위로 거의 최하위권에 머물렀어요.

심지어 G20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은 화석연료에 공적 금융을 가장 많이 제공한 나라예요.
2020~2022년 평균 연간 10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청정에너지에 들어간 자금은 일본보다도 적다고 해요.

현재까지는 캐나다가 투자 1위지만, 캐나다는 이미 화석연료 금융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에, 한국이 조만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그림1. 2020-2022년 G20회원국 중 화석연료 대비 청정에너지에 대한 연평균 공적 금융 제공 상위 5개국 (단위: 10억 달러)

OECD 협상에서 반대표 던진 한국

2024년 OECD 수출신용협약에서는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을 전면 중단하자는 논의가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과 튀르키예가 반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어요.

OECD 협약은 만장일치가 원칙인데, 한국이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에 공적금융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한 거예요. 그 결과,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게 됐어요.

그림 2. 2024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수출신용 정례회의에서 화석연료 금융 중단 협상의 영광스러운 득점 순간을 한국이란 골키퍼가 막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며 시민단체가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또 한 번의 실책...이번엔 모잠비크 가스전

한국의 화석연료 금융 흐름은 지금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모잠비크 해상에서는 코랄 사우스(Coral South), 코랄 노스(Coral North), 로부마(Rovuma) 총 3개 프로젝트가 있으며, 이중 코랄 사우스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나머지 두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에 있어요. 코랄 노스의 최종투자결정 여부는 올해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돼요.

최종투자결정이 임박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코랄 노스에 관해서는,

  •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업의 지분 10%를 갖고 있어요.

  • 삼성중공업도 생산설비 선박 건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알려졌어요.

  • 완공되면 연간 350만 톤 규모의 LNG를 생산하게 될 거예요.

  •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총 18억 달러의 금융 지원을 계획 중이고요.

그런데 이 사업은 온실가스를 무려 4억 8900만 톤 배출할 것으로 예상돼요.
이는 튀르키예 한 나라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비슷해요.
게다가 개발 지역인 카보 델가도 해안은 해양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이지만, 생태계 영향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상황이에요.

기후에 취약한 모잠비크 주민들의 삶에도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어요.

2019년 기준 모잠비크의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고작 0.21% 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모잠비크는 기후 위기에 매우 취약한 국가예요. 이런 모잠비크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 사업으로 이상 기후가 이전보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모잠비크 사람들의 삶과 터전이 더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림3. 모잠비크에서 진행 중인 가스전 사업 현황

그러나 새로운 LNG 사업을 향한 경고등은 이미 켜졌어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각국이 지금 세운 기후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만 해도, 추가적인 LNG 사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요. 기존 설비만으로도 충분하고, 오히려 화석연료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거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역시 현재 가동 중인 LNG 설비만으로도 지구 온난화를 1.5°C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는 이미 벗어났을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코랄 노스 프로젝트에 공적 자금을 지원한다면, 그 피해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결국 한국이 져야 할 일이에요.

그래서 법적 대응도 시작됐어요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업과 관련해 이미 두 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어요.

  1. 사업 수익성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

  2. 최종투자결정(FID)에 대한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

그리고 2025년 5월 29일, 모잠비크 시민단체와 한국의 청년 활동가들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이 사업에 금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어요.

이들은 이 사업이 한국 헌법과 탄소중립기본법을 위반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며, 전 세계 시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림4. 지난 5월 모잠비크와 한국의 청년들이 함께 한국 공적금융기관들의 모잠비크 가스전 지원에 가처분신청을 내고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이제는 바꿔야 해요

국회에서도 한국의 공적금융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요.

  • 김성환 의원은 “다른 선진국들은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에 전력 질주 중인데, 이를 키워야 할 공적금융기관이 오히려 막아서고 있다”고 비판했어요.

  • 진성준 의원도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은 신규 화석연료 투자가 파리협정 목표에 어긋나지 않는지 점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면서, “이를 반대한 건 파리협정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한국, 바뀔 수 있어요

사실 한국은 지금까지도 재생에너지 기술 수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나라예요.
수출신용기관이 어떤 산업에 자금을 지원할지 결정하는 일은, 공적 자금의 성격상 더욱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이뤄져야 해요. 그리고 그 결정은 파리협정의 이행 목표와 반드시 부합해야 하죠.

그동안 한국의 수출보증기관은 국내 기업의 청정기술 수출을 지원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어요.
이제는 그 경험을 살려서, 한국이 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해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같은 공적 금융기관이 있어야 해요.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차기 정부는 한국의 기후 약속과 국제 사회에 대한 책무를 잊지 않아야 해요. 한국은 CETP에 가입하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유해한 화석연료 산업에 공적 금융을 끊고,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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