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잡는 기후솔루션 팀원들의 이야기
insights 2025-02-20
가스

'대왕고래' 잡는 기후솔루션 팀원들의 이야기

가스팀 오동재, 정석환 님과의 인터뷰

박보경 인턴

포도씨레터는 기후 뉴스를 전하는 기후솔루션의 뉴스레터입니다. 이 포스트는 2월 21일자 뉴스레터에 들어간 기후솔루션 팀원 인터뷰입니다.


최근 1차 시추 실패로 1263억 원의 예산 낭비 논란에 휩싸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포도씨레터는 이 프로젝트의 전말과 한국 에너지 정책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기후솔루션 가스팀의 오동재 연구원과 정석환 연구원을 모시고 합동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두 연구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함께, 한국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위한 제언을 쏟아냈습니다.

 

 

포도씨: 안녕하세요,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포도씨레터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동재: 안녕하세요. 기후솔루션 가스팀에서 공적 금융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와 국내 가스 확장을 막는 활동을 하고 있는 오동재입니다.

정석환: 안녕하세요. 기후솔루션 가스팀에서 국내 가스 이슈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정석환입니다.

 

포도씨: 정석환 연구원님, 구체적으로 "가스 이슈 전반"은 어떤 것들을 보고 계신가요?

정석환: 주로 천연가스라고 많이 하시는 LNG 이슈를 가장 많이 보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국내 가스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줄여 나가는 작업, 그리고 가스를 원료로 하는 수소 생산을 감축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좀 복잡하죠? (웃음)

포도씨: 가스를 땅속에서 시추하면 LNG가 되는 것이고, 수소는 어떤 건가요? 종류가 다양한 것 같은데요.

정석환: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뉩니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는 '그린 수소'라고 해서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분류되지만, 가스로 만든 수소는 화석연료 기반이기 때문에 저희가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용어 설명]

·   그린 수소: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하는 수소. 탄소 배출이 없어 친환경적이다.

·   천연가스: 화석연료 중에 하나로 보통 석유, 석탄과 함께 지하 지층에서 발견돼요. 천연가스라는 표현은 그린워싱의 소지가 있어 이하 '가스'로 표기.

 

기후솔루션과의 만남: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포도씨: 오 그렇군요. 두 분 다 기후솔루션에는 얼마나 오래 계셨나요?

오동재: 5년 하고 일주일 정도 되었네요.

정석환: 저는 지금 1년 반 정도 된 것 같아요.

포도씨: 오동재 연구원님,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오동재: 제가 학창 시절에 법 공부를 하면서 헌법의 가치, 특히 기본권 보장에 깊이 매료되었어요. 그런데 기후변화가 심각해질수록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가치들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언론계 진출을 꿈꿨지만, 당시 기후 언론 환경이 녹록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기후솔루션의 채용 공고를 보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언론에 전달하면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포도씨: 정석환 연구원님은 기후솔루션에 합류하시기 전에 에너지기술평가원과 대기업에서도 근무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후솔루션에 합류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정석환: 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근무하면서 정치적 여파를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에너지 정책이 정치 상황에 따라 급변하고 제가 일하고 있던 기관은 그거에 맞춰서 지원을 해줘야 했고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시민사회단체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공계 전공과 에너지 분야 경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춘 시민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후솔루션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포도씨: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시민사회에 관심이 생겼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나요?

정석환: 저는 팩트와 근거에 기반한 주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연구하고 알고 있는 것을 보이는 대로 말하고 싶었고요. 시민사회단체는 외부 입김에 영향받지 않고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기후솔루션은 기업이나 정부, 정당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활동을 펼치는 곳이라는 점이 저에게 크게 다가왔습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대통령 발표의 속내

포도씨: 이번에 발간하신 <시대 착오적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무엇을 놓치고 있나> 보고서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보고서 시작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통령 발표 후 일주일 만에 작성했다고 하시던데요.

오동재: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 직후, 일주일 만에 초안이 완성될 정도로 빠르게 작성되었어요. 저희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지켜온 내러티브가 보고서의 기초가 되어준 덕분이죠. 다만, 데이터 검증과 발표 시점 조율을 거쳐 1월에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포도씨: 대통령의 발표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오동재: “이분은 왜 저러실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웃음)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현실적으로 개발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만큼의 사업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더욱이 10년 후에는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할 금융기관을 찾기 어려울 것이 뻔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사업성도, 돈줄도 없는 사업을 왜 이렇게 서둘러 발표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도 있었어요. 그동안 저희가 아무리 자원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에너지 안보 논리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직접 의제를 꺼내 줌으로써 오히려 저희가 비판적인 메시지를 확산시킬 기회가 생겼다고 봤습니다.

정석환: 당연히 저도 국민 중에 한 사람이니까 황당하긴 했죠. 그런 거를 대통령이 나서서 발표를 한다는 거에 공감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게 대통령이 발표할 정도면 국가적인 중대한 사안이라고 인지를 하는 건데 제가 알기로는, 이미 한국석유공사라는 공기업이 국내에 유전 탐사 활동을 하고 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에너지 전문기관에 있었기 때문에 알고 있는데, 기존에도 우리나라가 원래 가스를 생산했었어요. 울산 앞바다에서 동해-1,2가스전이라고 운영을 했었어요. 우리나라도 어떻게 보면 산유국이었던 것입니다.

그게 한 2021년에 다 고갈돼서 최종 종료가 됐는데, 그거에 대비해서 바다에 있는 유전 탐사를 한다라고 한국석유공사가 기존에 얘기를 했었거든요. 홈페이지 가면 지금도 있어요. 광개토 프로젝트라고. 그 프로젝트로 탐사를 하는 중에 발견된 게 이제 대왕고래라는 유망한 구조인 거예요. 그래서 공기업이 이미 하고 있던 건데 대통령이 왜 발표를 했을까 이런 생각을 했죠.

[용어 설명]

·   광개토 프로젝트: 한국석유공사가 2022년 수립한 우리 영해에 대한 탐사와 개발을 목적으로 국내 지역별 탐사방향을 설정한 대륙붕 개발 중장기적 프로젝트. 

포도씨: 아 광개토 프로젝트는 대왕고래 발표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었던 사업인거고요?

정석환: 그렇죠. 그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프로젝트입니다.

포도씨: 이번 대왕고래 이슈 이전에도 국내 가스 개발 시도가 꾸준히 있었나요?

오동재: 네, 국내외에서 꾸준히 자원 개발 시도가 있었죠. 특히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는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의 막대한 금융 지원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에너지 안보가 국가적 과제가 되면서 정부 주도하에 자원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고, 그 혜택을 받은 민간 기업들도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1차 시추 실패는 당연"... 2차 시추를 막아야

포도씨: 보고서를 통해 1차 시추 실패 가능성을 경고하셨다고 했는데, 1차 시추 실패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떠셨나요?

오동재: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다만, 1차 시추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석유공사가 추가 시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정석환: 사실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었죠. 뭐가 다행이냐면 시추가 성공했다라고 하면 또 혼란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보면 지금 시추에서 성공하더라도 생산을 시작할 쯤에는 경제성이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렇지만 언론이나 미디어를 대하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시초에 “성공했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해야겠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게 정말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그래서 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포도씨: 보고서를 작성하실 때가 12월이고 나올 때가 1월이었는데, 혹시 그때 시추 실패를 예상을 하고 있으셨을까요?

정석환: 사실 실패 예상을 하긴 했죠. 어느 정도는. 왜냐하면 그 발표 과정이 너무 허술했고 그리고 유망성을 평가했다는 기업 자체도 많은 의혹을 받고 있어서요.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절차를 봤을 때는 "이건 어렵겠다"라는 짐작은 했습니다.

오동재: 네, 1차 시추 실패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고, 2차 시추를 막는 것을 목표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1차 시추 결과 발표 전에 보고서를 발간해서, 결과에 상관없이 저희의 문제 제기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대왕고래 시추에 쓰인 1263억 원, 어디에 썼어야 했나

포도씨: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오동재: (고민) “당연했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석환: 전환의 계기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포도씨: 1263억 원의 예산이 다른 곳에 쓰였다면 더 가치 있었을 정책 분야가 있을까요?

오동재: 해상풍력 사업에 투자할 수 있었을 겁니다. 1000억 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전체 개발 비용에 비하면 정말 작은 금액이지만, 해상풍력 사업에는 의미 있는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동해안 해상풍력 사업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1000억 원으로도 인허가 문제 해결이나 공공 주도 해상풍력 사업 추진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석환: 너무 많죠. 사실 너무 많은데, 아무래도 기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썼겠죠. 지금 사실 기후 쪽에 쓸 수 있는 분야가 너무 많아서 딱 집어서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진짜 너무 많죠. 해상풍력을 하려면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을 만들기 위한 야드 부지도 필요하고, 또 해상풍력 유지 보수 선박을 위한 항만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실 그런 준비들을 해나가야 하는 시기인데…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돈이 단순히 몇천억 원이 아니라 시추하고 개발에 들어가면 조 단위로 넘어갑니다. 그러니까 기회비용이 이렇게 매몰 비용, 눈앞의 이 시추 비용을 넘어서는 규모의 일인 것이죠, 이 사건이.

재생에너지, 에너지 안보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포도씨: 보고서에서 해상풍력을 강조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를 계기로 한국 에너지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오동재: 핵심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 전환입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에너지 안보를 명분으로 추진되었지만, 화석연료는 가격 변동성이 크고 불안정한 에너지원입니다. 최근 한전 적자 문제도 결국 화석연료 가격 급등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국내 생산 에너지를 늘려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고, 그 대안은 재생에너지밖에 없습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를 계기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석환: 이번 계기는 정말로 화석연료와 이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또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결국 대체 에너지와 대체 산업이 있어야 경제가 유지될 텐데, 해상풍력을 주요 수단으로 보는 것이죠. 해상풍력은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산업 중에 하나이고, 해상풍력을 많이 설치하면 단순히 전기를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전기로 그린 수소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해상풍력 전기로 기업의 RE100을 충족시키고, 또 남는 전기로는 그린 수소를 만들어 그린 수소 연관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으니 그 잠재력이 엄청납니다.

사실 화석연료 자원은 유한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가스전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것이고, 개발이 되면 그 사이에 우리나라 산업이 가스 중심의 인프라로 다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봤을 땐 그게 다 좌초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게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반면에 재생에너지는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단지 그걸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전기 공급도 하고 수소도 만들고 그렇게 잘 활용할 수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좋은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좋은 것이고, 전 세계가 가는 방향입니다. 특별하게 설명할 것도 없이 이미 방향이 그렇게 정해졌으니 가야 합니다.

[용어 설명]

·  RE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

·  좌초 자산: 시장 환경 변화로 가치가 급락하여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

포도씨: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소량이라도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면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2차, 3차 시추를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동재: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미 우리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불확실성이 높은 심해 가스 개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해상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투자하여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정석환: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자원 개발을 "자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무슨 말이냐면 이 자원을 얻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에요. 자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자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면 그냥 받으면 되는 것이지만 현실은 이 자원을 얻으려면 예산이 엄청 들어가야 되고 또 산업 인프라가 그쪽으로 다 받쳐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인 부담이 되고, 이 동해안 가스전 같은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나중에 경제적 편익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부담만 크고 편익은 적은 그런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착각하면 안 됩니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죠.

 

포도씨: 네, 어차피 화석연료든 재생에너지든 자원 개발에는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미래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말이시군요.

많은 분들이 에너지 안보를 화석연료와 연결 짓고,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안보의 대안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전문가 집단의 뿌리 깊은 인식 문제일까요, 정부 정책의 문제일까요?

오동재: 전문가 집단의 뿌리 깊은 인식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고, 언론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화석연료와 에너지 안보를 분리할 수 없다는 교육을 받아왔고, 오랫동안 화석연료 업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그분들의 입장에서는 급변하는 에너지 전환 흐름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실입니다.

사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이미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관건은 재생에너지 확산 속도를 얼마나 더 빠르게 높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정석환: 화석연료와 이별하는 것이 "전환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를 전환시키고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시키는 건데, 전환에는 정말로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소통이 필요하고 때로는 양보도 필요하고 또 지출도 필요하고 그런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그것을 결국 정치권이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항상 문제가 걸리는 게 정치권은, 특히 국회를 보면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대표자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입장을 굽히기가 어렵고, 문제를 점점 해결해 주기가 어려워지고 소통은 갈수록 안 되어가고 지금처럼 양극화가 되면서 더욱더 산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지금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분들이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해졌을 때의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을 분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이든 정치권 인사든 또는 기업의 이사진이든, 나중에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해졌을 때 20년 뒤에 그 자리에 있을 사람은 대부분 아닐 것입니다.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 아닐 것입니다. 미래의 위기가 닥칠 것에 대해서 그 분들은 사실 단기간의 이익이 더 소중할 테니까 (전환을 위해 싸우는 게) 좀 어렵겠죠.

포도씨: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안보에 해가 된다는 오해가 생긴 이유가 있을까요?

정석환: 에너지 안보에 관해서 주로 이야기하는 논리는 비축 관점입니다. 비축 관점이 뭐냐면 우리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서 에너지를 조달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서 뭔가 쟁여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목돈처럼요. 그 방면에서 재생에너지가 비축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해상풍력도 수요보다 발전량이 많을 때는 이걸 그린 수소로 만든다든지 에너지 저장을 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비축 관점으로도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안보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앞으로는 가스를 쟁여 놓는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그린 수소를 또는 그린 수소로 만든 다른 형태의 물질을 비축하는 게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포도씨: 재생 에너지도 에너지 안보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정석환, 오동재: 네, 맞습니다.

보고서 작성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팀워크

포도씨: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재밌는 에피소드도 좋고요.

오동재: 보고서 초안이 일주일 만에 완성되었을 때 팀워크에 감탄했습니다. 각 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짧은 시간 안에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보고서 형태로 발간하기 전에 정책 결정자들에게 초안을 공유했을 때, 저희 팀의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정석환: 보고서를 쓰다 보면 자료 조사를 많이 합니다. 그럼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자기 확신이 엄청 많이 생깁니다. 저도 모든 일을 시작할 때 긴가민가할 때가 많지만,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확신이 생겨요. 왜냐하면 이쪽에 대해서는 나보다 많이 찾아본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고 (웃음)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자료 조사를 많이 해야 하죠. 팩트 체크도 많이 하고 그렇게 해서 찾다 보면 사회에서 오가는 메시지 중에 잘못된 것들도 굉장히 많은 것을 느껴요. 그래서 항상 좀 깊게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기후솔루션 활동의 보람, 그리고 작은 승리의 힘

포도씨: 기후솔루션 활동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오동재: 저희가 의도했던 메시지가 정책 결정자나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실제로 정책 변화나 사회적 담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작년 OECD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화석 연료 투자 제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던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김성환 의원실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책 변화를 촉구했고,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정부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처럼 저희의 활동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정석환: 그래도 변화가 조금씩 느껴질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주요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예전에 비해서 달라졌다든지 정책적으로 변화가 생겼다든지 그럴 때 효능감을 느낍니다. 기억 났던 사례는, 글쎄요. 엄청나게 임팩트가 있었던 건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고 앞으로 좀 더 기대를 해보려 합니다. (웃음)

"미래를 지키는 감시자"가 되어주세요!

포도씨: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다면? 기후솔루션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후원을 통해 저희 활동에 직접 참여해주실 수 있습니다. (웃음) 또 개인적으로는 투표를 통해 기후 정책에 적극적인 정치인을 지지하고, 화석 연료 기업에 책임을 묻는 시민 행동에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불매 운동, 주주 행동, 화석 연료 투자 금융기관 펀드 가입 거부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반대로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나 재생에너지 투자 금융 상품을 지지하는 ‘Buycott’ 운동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정석환: 일단 제일 추천해 드리고 싶은 부분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감시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 입안자라든지 정부라든지 정치권에서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는지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잡고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닌지, 그것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이 됩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고 감시를 하기 시작하면 정치권은 거기에 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권력입니다.

포도씨: 그럼 감시를 하는 것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일까요? 뉴스를 더 많이 보는 게 좋을까요?

정석환: 기후솔루션 뉴스레터를 자주 봐야겠죠 (웃음) 그리고 결국 의사 결정은 투표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투표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도씨레터 구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메시지

포도씨: 마지막으로 포도씨레터 구독자분들에게 진심 어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인 꿈이나 희망도 함께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은 작은 승리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승리들은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더욱 많아질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해결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 좌절하지 않고, 매일매일 만들어지는 작은 승리들을 함께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정석환: 일단 가장 큰 바람은 저희 뉴스레터가 잘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희 기관에 관심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스스로의 미래는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포도씨: 오늘 정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두 분 말씀처럼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또 적극적인 감시와 참여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오동재 & 정석환 연구원 인터뷰, 어떻게 보셨나요?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를 "전환의 계기"로 삼아,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나아가자는 두 연구원의 진심 어린 외침이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