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문제를 방관하는 산업부로 인해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가야 할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오늘,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한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현실은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키(Key)로 불리는 태양광의 국내 보급률은 주요 20개국(G20) 중 17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태양광 보급률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태양광 발전 잠재량의 70%를 제한하고 있는 이격거리(떨어진 거리) 규제로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구속력있는 규제를 하지 않아 129개의 기초 지자체는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산업부의 ‘방관’이 기후위기로 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3일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과 국민 15인은 산업부가 기후위기 해결을 저해하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방관하고 있다며, 산업부를 입법의무 불이행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솔루션 최재빈 정책활동가는 “태양광 발전은 주변 환경에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과학적 근거 없이 국내 태양광 시장 잠재량의 70%를 빼앗아 기후위기 대응을 제한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러한 비합리적인 규제를 방관하는 상황이다”라며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한 취지를 밝혔다.
이격거리 규제란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개발행위허가의 기준 중 하나로, 기초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도로, 주거지 등으로부터 최소 100미터부터 최대 1000미터에 달하는 반경 이내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없도록 설정한 규제다. 이러한 이격거리 규제는 폐기물 처리시설, 가축 사육시설과 같은 유해 시설에 대해서만 유사 규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시설은 이미 산자부가 2023년 ‘이격거리 규제 개선방안’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은 특별한 위험성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어 근거 없는 규제로 태양광 발전시설의 입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산업부도 2017년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 발표를 시작으로 2020년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 계획’, 2023년 ‘이격거리 규제 개선방안’, 2024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확산 전략’까지 발표하면서 이격거리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부가 내놓는 가이드라인 등의 정책들은 구속력이 없는 상황으로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서울·부산과 수도권 일대를 제외한 129개 기초 지자체들은 이격거리 규제를 두고 있다. 특히 경상남도 진주시와 경상북도 상주시의 경우에는 오히려 집·도로 사이의 이격거리를 강화했다.
이에 기후솔루션과 국민 15인은 산업부가 헌법 제35조 제1항에 따른 국민의 환경권 및 국가와 국민의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헌법 제35조 제2항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정하도록 하는 국가의 입법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헌법소원심판청구의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정진의 송시현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2031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며, 국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 것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라고 인정한 바 있다”며 “따라서 태양광 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입법의무는 당연히 헌법재판소에서 인정한 헌법상 국가의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자부, 국토부는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로 태양광에너지 보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아무런 입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최재빈 정책활동가는 “산업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국민의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중앙정부로서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면서 시행은커녕 계획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더이상 비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 인허가팀 조은별 팀장은 “이번 헌법소원은 단순한 규제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문제를 방치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입법부작위 사례다”며 “기후위기 대처하는 데 있어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이제는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지자체별로 다른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산업부령으로 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날 퍼포먼스에서는 산업부를 베짱이로 표현해 이격거리 규제 완화 입법 의무를 다하지 않는 중앙정부의 행태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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