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전력,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농업인들이 띄운 2,035원의 청구서
insights 2026-01-22

[인터뷰] “한국전력,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농업인들이 띄운 2,035원의 청구서

기후솔루션 법무팀 김예니 변호사

김예니 변호사

포도씨레터는 기후 뉴스를 전하는 기후솔루션의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포스트는 2026년 1월 포도씨레터에 실린 기후솔루션 팀원 인터뷰입니다.


지난 8월 12일,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농업인들이 아주 용기 있는 발걸음을 떼셨습니다. 국내 온실가스 누적 배출 1위인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을 상대로 기후위기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요. 기업의 배출 책임과 농업 현장의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라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관심이 무척 뜨겁습니다. 

이번 포도씨레터에서는 이 역사적인 소송을 이끌고 있는 기후솔루션 법무팀 김예니 변호사님을 만나보았습니다. ⚖️ 예니 님이 기후솔루션에 합류하게 된 특별한 계기부터, 소송 청구 금액 ‘2,035원’에 담긴 절실한 메시지까지. 법적 근거를 통해 기업의 기후 책임을 분명히 묻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예니 님의 이야기를 포도씨가 차근차근 담아왔습니다. 함께 확인해 볼까요?

법전 너머, 아이들의 사계절을 지키고 싶은 변호사

포도씨: 안녕하세요 예니 님! 먼저 포도씨레터 구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기후솔루션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예니씨: 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9월 기후솔루션 법무팀에 합류해 일하고 있는 변호사 김예니입니다.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는 ‘기후 소송’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자문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포도씨: 기후솔루션에 합류하시기 전에는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예니씨: 그전에는 로펌에서 일했어요. 로펌에서는 주로 건설이나 부동산 관련 송무와 자문을 맡았어요. 그때 쌓은 경험들이 지금 기후솔루션에서 하고 있는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포도씨: 로펌을 떠나 기후솔루션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예니씨: 사실 로스쿨 입학 때부터 자기소개서에 ‘기후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고 적었을 만큼 늘 이 분야에 목말라 있었어요. 로펌에서도 언젠가는 기후위기를 막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변호사 협회에서 열린 ESG 관련 강의에서 우리 대표님인 주진 님을 다시 뵙게 됐어요. 로스쿨 시절 환경법학회에서 강의해 주셨던 분이라 기억에 남았거든요. 강연을 통해 기후솔루션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듣게 됐는데, 변호사로서 단순히 기존 법리의 적용만을 넘어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마침, 조직도 멋지게 성장하고 있어서 ‘여기라면 내 꿈을 펼칠 수 있겠다.’ 싶어 큰 결심을 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포도씨: 예니 님의 오랜 동기가 기후솔루션을 만나 딱 불이 붙었군요! 🔥 법률 전문가인 예니님이 ‘환경’과 ‘기후’라는 키워드에 처음 마음을 뺏기게 된 특별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예니씨: 어머니의 ‘도시 농업’ 활동을 돕던 중, 자연을 마음껏 체험해야 할 아이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그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어요. 제 어린 시절 가장 행복한 기억은 사계절의 자연을 온몸으로 누리는 거였거든요. 봄엔 꽃을 보고, 여름엔 수영하고, 가을엔 단풍잎을 줍던 그런 평범한 일상이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폭염 때문에 여름에도 밖을 못 나가고, 봄엔 미세먼지 때문에 꽃구경조차 힘들더라고요. 우리가 누렸던 아름다운 사계절을 아이들은 잃어버렸고, 심지어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어요. 이 상황을 법적 활동을 통해 막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이게 최선입니까?” 2,035원의 청구서에 담긴 진심

포도씨: 이번 '한전 및 발전 자회사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나요?

예니씨: 그동안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은 꽤 있었고 기후 헌법소원 같은 승소 판결도 있었죠. 하지만 실제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주체는 기업이에요. 국내에서도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이 전체 배출량의 약 23~29%를 차지할 정도니까요.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현실도 변하지 않는데, 아무도 기업에 책임을 묻지 않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또 하나는 개인적인 경험인데요. 어머니의 텃밭 가꾸기를 옆에서 지켜보니 작물 하나 기르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농부님들이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기후 때문에 결실이 망가지는 세상이 됐잖아요. 그 간절한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농업인분들과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포도씨: 맞아요, 농업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는 산업이기도 하잖아요. 예니 님 어머니께서도 폭염 때문에 작물이 말라붙는 걸 보며 많이 속상해하셨겠어요. 그렇다면 이번 소송은 어떤 법적 의미가 있나요?

예니씨: 핵심은 '오염자 부담 원칙'이에요. 오염을 일으킨 근원자에게 책임을 묻는 거죠. 한국에서 기업을 상대로 이런 방식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기후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특히 기후 취약 계층인 농업인이 주체가 되어 변화를 이끈다는 점이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런 흐름에 한국도 당당히 동참하게 된 셈이에요.

포도씨: 농업인분들이 직접 원고로 나서게 된 과정도 궁금해요. 어떤 인연으로 뜻을 모으게 되셨나요?

예니씨: 이미 기후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시던 황성열 원고 님을 통해 농촌의 현실을 깊이 알게 됐어요. 황성열 님께서 뜻이 맞는 다른 농업인분들을 소개해 주시기도 했고, 저희 팀이 직접 '마르쉐' 같은 직거래 장터에 찾아가 농업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참여를 제안하기도 했답니다.

포도씨: 예니 님이 농업에 대해 가졌던 평소의 관심이 없었다면 이런 소중한 만남이 소송까지 이어지기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이번 소송은 '누적 배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들었어요. '지난 배출'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예니씨: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 계속 머물며 누적되기 때문이에요. 과거부터 얼마나 배출했느냐가 현재의 기후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결정하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과학적 근거를 통해 그 기여도를 산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어요. 그래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배출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도씨: 이 소송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요? AP 통신부터 일본, 대만 언론까지 보도되었다니 정말 놀라워요!

예니씨: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아시아권, 특히 일본에서도 최근 쌀 수급 문제 등이 있었기에 농업인들의 현실에 깊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작 기업에 책임을 묻는 사례는 드물었기에, 한국의 이번 시도가 중요한 '첫 사례'로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긴 싸움이 되겠지만 좋은 판례를 만들기 위해 원고분들과 열심히 뛰고 있어요.

포도씨: 소송 청구 금액이 '2,035원'이라는 점도 참 상징적이에요. 왜 하필 이 금액인가요?

예니씨: 일단, '명시적 일부청구'라고 해서, 이 금액이 확정적인 금액은 아닙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2035'라는 메시지예요. G7 등 주요국들은 2035년까지 석탄 발전을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한국은 2040년으로 5년이나 늦거든요. 기후위기의 주범인 석탄 발전을 하루빨리 멈추라는 절실한 요구를 담은 거죠.

포도씨: 그런데 구독자분들은 "왜 하필 한전이 소송 대상일까?"라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일상의 에너지를 책임지는 곳이잖아요.

예니씨: 바로 그 점 때문이에요.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의 전체 발전량 95% 이상이 화석 발전에 의존하고 있고, 석탄 발전 비중만 71.5%에 이르거든요. 한전에 정말 "이게 최선이었나?"라고 묻고 싶어요. 다른 나라들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최하위권이에요. 화석연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충분히 다른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점이 핵심이에요. 덴마크의 오스테드(Ørsted)나 스웨덴의 비텐팔(Vattenfall) 같은 해외 공기업 전력사들은 동일한 공적 책무 속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며 변화를 증명해 냈거든요. 반면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여전히 9.5%에 불과하고, 재생에너지를 직접 늘리기보다 인증서(REC) 구매로 의무만 채우는 등 소극적인 모습이었죠. 기업의 경영 판단만으로도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등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던 만큼, 그간의 방치와 지연에 대한 누적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포도씨: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말이 참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소송을 준비하며 만난 농업인들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예니씨: 마용운 원고 님이 해주신 말씀이 잊히질 않아요. 사람들은 기후위기 하면 먼 곳의 '북극곰’만 떠올리는데, 정작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농민들은 이미 지금 당장 사는 게 힘들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고요. 이 소송을 통해 우리 곁에 있는 기후 취약 계층의 현실을 세상에 꼭 알려달라고 당부하셨어요. 그 말씀을 들으며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의미 있다는 확신을 다시 한번 가졌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작은 변화라도 조금씩

포도씨: 이번 소송을 위해 법무팀 외에도 정말 많은 팀이 힘을 모으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협업 과정을 거치셨나요?

예니씨: 맞아요. 기후솔루션의 각 팀은 정말 자기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있거든요. 우리 원고분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진심 어린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데는 조직소통팀의 역할이 컸고, 이 소송의 의미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언론 보도 등 정말 많은 연결을 도와주셨어요. 또 피고인 한전의 배출 현황을 정밀하게 분석해 주신 PMG팀 덕분에 탄탄한 소송을 준비할 수 있었죠. 이 소송은 기후솔루션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에요!

포도씨: 와, 정말 든든한 팀이네요! 예니 님 개인에게 이번 소송은 어떤 도전이자 의미인가요?

예니씨: 이번 기후 소송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분들에게 과학과 법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쥐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목소리가 판결문이 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규칙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제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인류가 처음 겪는 갈등이라 참고할 판례가 없어 매 순간이 새로운 도전이고 부담도 되지만, 꿈꿔왔던 '기후 전문가'로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매일 설렙니다.

포도씨: 꿈을 향해 나아가는 예니 님, 정말 멋져요! 기후솔루션에서 일하며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예니씨: 두 장면이 떠오르네요. 한 번은 외신 뉴스 인터뷰를 했는데, 기자님이 이 소송이 "정말 중요한 일이라 더 널리 알리고 싶다"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예요.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세계인이 공감해 준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죠. 또 하나는 브라질 COP30 출장 때였어요. 낯선 환경에서 헤매고 있을 때, 동료들이 "이걸 배워보라"라며 이끌어주고, 잠 못 잘 땐 멜라토닌까지 챙겨주었어요. 항상 주변 사람들을 돌아봐 주는 동료들의 따뜻한 선의를 보며 '정말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구나' 하고 기후솔루션이라는 조직을 더 사랑하게 됐답니다.

포도씨: 감동이에요! 포도씨도 그런 조직에 속해 있다니 기쁘고요💙 이번 소송과 관련해 구독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예니씨: 판결은 결국 사회의 흐름을 반영합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커질수록 기후 소송이 우리 사회의 제도를 바꾸는 힘은 더 커질 거예요. 한전의 재생에너지 전환이 왜 중요한지, 농업인의 위기가 어떻게 우리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지 꼭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이건 결코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에요! 이미 해외에서는 다배출 기업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거든요. 우리는 이미 검증된 법리와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니 믿고 응원해 주세요.

포도씨: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간절히 바라는 우리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예니씨: "다른 나라가 배출을 많이 하는데 우리만 바뀐다고 뭐가 달라져?"라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있죠. 하지만 우리의 작은 행동과 목소리가 모이면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결국 세상은 조금씩이라도 분명히 변합니다. "나 하나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 대신, 우리 함께 즐겁게, 작은 것부터 조금씩 바꿔나가요!

포도씨: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니 님! 국내 최초의 누적 배출 책임 소송이라는 묵직한 주제였지만, 예니 님의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담긴 농업인들의 절실함과 기후문제 해결이라는 진심을 깊이 느낄 수 있었어요.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질문과 '2,035원의 청구서'가 단순히 법정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라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비관론에 빠지기보다 작은 행동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예니 님의 희망 섞인 당부처럼, 저희 포도씨레터 구독자분들도 우리 곁의 기후 취약계층인 농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법전 너머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예니 님과 기후솔루션 법무팀의 용기 있는 발걸음을 응원해 주실 것 같아요.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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