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후변호사”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일상 속에서 느끼던 기후 우울감 때문이었습니다. 해마다 더워지는 여름 날씨와 매일같이 들려오는 이상기후 소식에 곧잘 무력감을 느끼곤 했거든요. 이렇듯 누구나 기후변화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한편,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상대방을 콕 집어서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기후소송을 구상하고 기획할 때마다 종종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대방에게 어떠한 책임을 묻고 그들의 어떠한 행위를 중단시켜야 할지, 나아가 그러한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곧바로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래에 기후변호사가 될 씨앗을 품은 예비법률가들의 아이디어를 빌려 보기로 했습니다. “제1회 기후소송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서요.
이번 공모전에서는 국내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ᐃ 국내 에너지 전환·산업 분야 탈탄소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익소송 아이디어 ᐃ 그 외 국내외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익소송 아이디어를 모집하였습니다.

공모전의 심사위원으로는 국내 기후·환경 분야의 쟁쟁한 전문가 분들을 모셨는데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재홍 교수님, Plan 1.5의 최창민 변호사·정책활동가님, 녹색법률센터의 박소영 변호사님, 그리고 기후솔루션의 신유정 변호사님이 심사위원으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공모전에 참가한 11팀 중 4팀이 치열한 예선 제안서 심사를 통과하여 본선 경연에 진출하였는데요. 2월 11일에 열린 본선 경연 심사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첫 번째로 발표를 맡은 “두바이김밥” 팀(권보경, 조민제)은 "CCUS라는 신기루에 온실가스 감축의 미래를 걸 수 없다"는 주제로 헌법소송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두바이김밥 팀은 CCUS(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기술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성이 아직 높지 않음에도 CCUS에 대한 과투자 때문에 오히려 온실가스 다배출산업의 에너지 전환이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CCUS 기술에 크게 의존하여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35 NDC 계획 중 CCUS 관련 부분이 국민들의 환경권(헌법 제35조 제1항)을 침해한다는 것이 두바이김밥 팀의 주장이었습니다.

두 번째 발표를 한 “팀 GG(G구를 G켜라)”(권나현, 문윤지)는 기후변화로 해수온이 과도하게 상승함에 따라 어류 폐사 피해를 입은 어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두 가지 종류의 소송을 제안했습니다. 첫 번째 소송은, 현재 정부가 수립한 기후위기 적응 대책에는 고온으로 인한 어류 폐사 피해를 입은 어민들을 실효적으로 보호할 수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와 같은 국가의 부작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소송은, 환경정책기본법과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기후변화로 인한 손해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하여, 관련 민사소송 제기 후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는 것입니다. 팀 GG는 “기후위기로부터 인간의 생명, 건강, 생계, 평등, 미래를 보호받을 권리”라는 폭넓은 의미의 “기후권”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문제 되는 행정부작위 및 법률 조항들이 어민들의 기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세 번째로 발표를 맡은 “파리바게트 협정” 팀(문윤서, 윤여종, 이시현, 조은서)은 기후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AI 산업 개발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내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한 두 가지 소송을 제안했습니다. 첫번째는 해당 데이터센터 건축사업 승인처분 절차에서의 환경영향평가의 하자를 이유로 해당 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해당 행정소송 패소 시 전략으로, 당해 사업을 추진하는 법인을 상대로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좌초자산 리스크를 근거로 한 상법상 소액주주소송을 함께 제기하는 것입니다. 파리바게트 협정 팀은 이러한 소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해당 AI 데이터센터의 거대한 규모를 고려하면 기후환경에 미칠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 및 동 데이터센터 내에 건설될 LNG 복합화력발전소 인허가 과정에서 주민 동의 관련 절차상 하자가 보도된 점 등을 지적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발표를 한 “푸른바다” 팀(구민지, 오정민, 이규원, 조형근)은 팀 푸른바다는 패스트패션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기업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안하였습니다. 해당 기업의 행위 중 푸른바다 팀이 구체적으로 소송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첫째로는 의률의 대량 생산과 대량 폐기를 전제로 한 사업구조를 유지하며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다양한 재산적·비재산적 손해를 야기하였다는 점, 둘째로는 친환경 변화를 강조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형성해놓고는 실제로는 그와 상반되는 패스트패션 사업구조를 채택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야기하였다는 점입니다. 특히 푸른바다 팀은 패스트패션 산업의 선두주자인 해당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각 발표 후에는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질의가 이어졌는데, 다양한 질문들에 침착하게 답변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사뭇 감탄스러웠습니다. 참가자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발표를 하느라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소송 전략 및 고민의 내용들까지 상세히 공유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심사위원들의 평의가 이루어지는 동안 기후솔루션 이관행 미국변호사가 “기후변호사의 진로”라는 내용으로 특강을 진행하였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법조인으로서 어떠한 직역에서 어떠한 활동을 개진할 수 있는지, 그러한 역할을 위해 함양해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톺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드디어 공동 강평 및 시상식 시간이 다가왔는데요. “두바이김밥”(아래 첫 번째 사진) 팀과 “푸른바다”(아래 두 번째 사진) 팀이 공동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두바이김밥 팀은 기술적인 요소가 많아서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인 CCUS에 대한 풍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소송 제안을 잘 준비하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푸른바다 팀은 Scope 3 간접배출량에 대한 문제 제기를 개진할 수 있는 내용의 소송을 제안함으로써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2위를 차지한 팀은 “팀 GG”(아래 사진) 였습니다. 훌륭한 정책적 함의가 담긴, 심사위원들이 모두 장려하고 싶은 유형의 소송을 제안하였고, 기존의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더 나아가 “기후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망의 1위를 차지한 팀은 “파리바게트 협정”(아래 사진) 팀이었습니다. 대상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예심 제안서의 짜임새가 굉장히 좋았고, 팀원들의 역할 분배도 우수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와 활력을 얻었습니다. 공모전에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여 주신 참가자 분들과 심사위원 분들께 더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희 기후솔루션 변호사들은 이번 공모전에서 귀하게 제안해주신 아이디어들을 잘 참고하여,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법적 조치를 앞으로 계속 모색하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