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친환경 수단인 녹색프리미엄이 글로벌 기준과 간극이 있다고?
insights 2025-02-21
전력시장정책

한국 기업들의 친환경 수단인 녹색프리미엄이 글로벌 기준과 간극이 있다고?

국제 표준인 '온실가스 프로토콜'과 국내 녹색프리미엄

사보이 브룩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가 제도화되면서 이에 발 맞추려고 기업들은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이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에너지 특성상 생산지와 소비처가 다양하게 분포되고, 손에 만져지는 상품이 아니기에 여러 수단이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유럽에서는 원산지보증서(Guarantees of Origin, GEO)와 같은 인증서를 구매할 수 있고, 호주의 그린파워(GreenPower)처럼 친환경 전력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직접 계약하는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전력을 공급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음을 증명하는 데 쓰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제 기준을 충족해야 신뢰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서의 RE 구매 방법은?

한국에서는 기업이 K-RE100 프로그램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녹색프리미엄

  •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 PPA 계약

  • 자가 발전

이 중 녹색프리미엄은 2024년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구매량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인기 있는 방식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른 방법보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단순히 기본적인 전기요금에 약간의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됩니다. 그러나 녹색프리미엄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녹색프리미엄이란?

녹색프리미엄은 전기요금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기업이 이 비용을 지불하면 한국에너지공단(KEA)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용 인증서’를 발급해 줍니다. 그러나 이 인증서는 한국형 RE-100(K-RE100) 프로그램에서 발급하는 ‘재생에너지 인증서(REC)’와 다릅니다. 따라서 그린 프리미엄이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국제 기준과의 차이점

재생에너지를 썼다고 인증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상이합니다. 그래서 정말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증하는 방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해당 기업이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는지, 실제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고 엄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량 회계를 위해 국제 기준인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이 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표준이며, 신뢰할 만한 기관들이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과학적 연구와 데이터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준입니다. 이런 덕분에 온실가스 프로토콜을 기준으로 각 국가의 재생에너지 이행 수단이 합리적인지, 실질적인지 따져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그린 프리미엄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온실가스 프로토콜 중 전력 조달 등 사업장 바깥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다루는 Scope 2 지침을 기준으로 녹색프리미엄의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데이터 누락

    •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녹색프리미엄에는 배출량 감소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습니다.

    •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주장할 때 ‘잔여 배출 계수(재생에너지를 뺀 나머지 소비전기의 평균 탄소 배출량)’를 적용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사용할 수 없어 감축량이 과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투명성 부족

    • Scope 2 지침에서는 재생에너지 구매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지만, 한국의 녹색프리미엄은 REC 활용 여부 등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 기업이 구매한 재생에너지의 배출 감축 효과가 중복 계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중복 인증서 문제

    • K-RE100에는 여러 인증서가 존재하지만, 어떤 인증서가 온실가스 감축을 공식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 국제 기준에 따르면 감축량을 주장할 수 있는 인증서는 하나만 존재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러 인증서가 존재해 감축량이 중복 계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REC 발행에 계산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녹색프리미엄으로 다시 중복 계산될 수 있습니다.

시사점

현재 한국에서 기업들이 그린 프리미엄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을 주장하는 것은 국제 기준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기준을 따르는 해외 고객이나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구매 방식인 PPA 계약을 확대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방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과 개인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기업도 단순히 가장 저렴한 방식이 아닌,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재생에너지 구매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보다 신뢰성 높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