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글로벌 상장 철강사 중 시가총액 가장 크게 떨어져
MSCI서 탄소 감축 목표 ‘최하위 등급’ 받아…기후·환경 사유로 투자 배제되기도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 삼척블루파워 투자도 재무 부담 요소로 지목돼
“2년차 접어든 '장인화호'…기후 리스크 방치할 시 더 큰 위험 불러올 것”
2024년 한 해 동안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이 전 세계 철강사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사실이 드러났다. 글로벌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로부터 과도한 탄소 배출을 지적받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홀딩스가 기업 가치 하락을 돌파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후 리스크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기후솔루션은 ‘석탄에서 벗어나기: 포스코홀딩스 기후리스크 진단 2025’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2024년 말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이 미국 달러 기준 전년 대비 57% 떨어졌으며, 이는 바오우철강·아르셀로미탈·닛폰스틸·누코 등 전 세계 상장 철강사 중에서 가장 큰 하락률이라는 사실이 담겼다.
이처럼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시장 평가가 흔들리게 된 데에는 철강 사업의 기후 리스크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회사 포스코의 철강 사업은 포스코홀딩스 전체 영업이익 중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수입원 역할을 하는데, 포스코가 석탄을 태워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고로’ 생산체제를 유지함으로써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1. S&P가 평가한 포스코홀딩스의 ESG 점수 추이
실제로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여러 ESG 평가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바 있다. 글로벌 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포스코홀딩스의 ESG 종합평가 점수는 2021년 점수가 공개되기 시작한 이래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9개 기준에서 상위 철강사들보다 평균 43점 낮은 점수를 받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 역시 포스코홀딩스가 ‘2050 넷제로’ 목표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3년까지의 성과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해 포스코의 전반적인 ESG 등급을 기존 BBB에서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하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탄소 감축 목표에 대해선 여전히 최하위 등급을 부여했으며, 여기에는 포스코의 현행 생산체제와 감축 전략 등이 ‘지구 온도 3.2도 이상 상승‘ 시나리오에 부합하기 때문에 ‘1.5도 상승 제한‘이라는 전 세계적 목표와 격차가 매우 크다는 지적이 담겼다.
그림 2. 포스코홀딩스의 탄소 감축 목표에 대한 MSCI의 평가
나아가 포스코홀딩스의 기후 리스크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 배제 결정으로도 이어졌다. 앞선 연구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27개 금융기관이 포스코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배제 사유 중 절반가량이 기후 및 환경과 관련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2곳, HD현대중공업이 7곳의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가 배제된 것과 비교해 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율 역시 2022년까지 50%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으나, 2023년 2분기부터 급격히 하락해 지난해 말 28%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최근 노후화된 고로 2개의 수명을 연장하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6월 포스코는 약 5300억 원을 투자해 포항 제4고로의 3차 개수(설비 교체)를 완료했으며, 올해는 광양 제2고로의 개수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두 고로에서 나올 온실가스 양은 4GW급 용량의 하동 석탄발전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결정은 포스코홀딩스의 재무 개선 기조와도 어긋난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철강 수요 부진을 고려해 포항 1선재공장을 폐쇄했으며, 오는 20일 열리는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개된 CEO 서한에서도 “2조 6천억 원의 현금을 창출하고자 하며, 자원의 합리적 재배치를 통해 자본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주요 철강사들 역시 과잉 설비 문제를 우려해 신규 투자를 지양하고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추세다. 이런 흐름과 달리 포스코가 수천억 원을 투입해 석탄 기반 설비를 늘리는 것은 재무적 부담을 더욱 가중할 위험이 있다. 이에 S&P는 지난 3월 포스코 그룹 3사(포스코홀딩스·포스코·포스코인터내셔널)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철강 부문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가운데 대규모 설비 투자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유를 밝혔다.
그림 3. 포스코의 평균 가동률 추이
더불어, 석탄발전 투자도 포스코홀딩스의 장기적인 재무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대다수의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소를 ‘좌초자산’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포스코 그룹은 여전히 포스코인터내셔널(29%)·포스코이앤씨(5%) 등 자회사 지분을 통해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소 ‘삼척블루파워’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척블루파워는 강원도 삼척시에 건설된 2100MW급 대형 석탄발전소로 최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여기서 나올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약 1300만 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국내 총 배출량의 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막대한 탄소 배출로 인해 삼척블루파워는 다수의 기관투자자로부터 외면받으며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어 왔다. 여기에 동해안 지역의 송전 제약으로 인해 이용률도 저조한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석탄발전소 운영을 지속할 경우, 삼척블루파워의 재정 부담은 그룹 전체에도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보고서는 포스코홀딩스가 기업가치 하락을 극복하려면 철강산업의 기후 리스크 해결과 함께 재생에너지 사업으로의 투자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는 △석탄 기반의 고로 생산체제를 재검토하고 전 세계적인 탄소 관세에 대응할 전략을 수립할 것 △고로의 대안으로 지목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고도화하고 상용화 전까지 저탄소 철강제품을 공급할 전략을 구체화할 것 △삼척블루파워 사업의 지속 여부에 따른 비용편익을 분석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환금융을 추진할 것 등의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의 저자인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박현정 연구원은 “오는 21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앞서 ‘2030 시가총액 200조 원‘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후위기에 적극적이고 면밀하게 대응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속가능성이 보장돼야만 투자자들이 그룹의 비전에 장기적인 신뢰를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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