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책임까지 구체화한 기후부의 첫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긍정 평가
그러나 이격거리 시행령에서 이전 산업부 안보다 후퇴한 점, 취지 훼손 우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지난 19일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출범 이후 처음 내놓은 재생에너지 종합 전략으로, 전체적인 방향에서 진취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같은 날 함께 공개된 이격거리 관련 시행령 개정안으로 이전 논의보다 후퇴한 안을 내놓은 점은 그 진취성에 어긋나는 옥의 티로서 바로잡아야 한다.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2035년 발전비중 3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5년 9.8%에 머물러 있는 발전비중을 10년 만에 세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도전적인 수치다. 올해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법에 따라 처음 수립된 법정 기본계획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작지 않다. 짚을 만한 진전이 여럿이다.
첫째, 단기 보급의 무게중심을 명확히 했다. 2030년 누적 100GW 가운데 87GW를 태양광으로 채우고 풍력은 중장기 대규모 보급을 위한 기반 조성에 무게를 두겠다는 원별 배분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시간 변수를 고려한 결정이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두는 접근은 바람직하다.
둘째, 수요지 인접 보급 전략이 구체화됐다. 이번 계획은 수도권·충청·강원권을 중심으로 GW급 10개 프로젝트 12GW를 신규 발굴하고, ,석탄발전소 폐지부지 등 대규모 유휴부지를 우선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수요공급 인접화’ 원칙은, 전력 다소비형 첨단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현실을 직시한 공략법이다.
셋째, 추진 방식이 달라졌다. 기후부 장관 주재 ‘초대형 프로젝트 추진회의’와 권역별 ‘기후부-지방정부 실무협의체’ 구성, 그리고 ‘중앙-지방 에너지 대전환 협의회’의 정례화는 중앙이 목표만 내려보내던 과거와 다른 접근이다. 기후부의 지자체와 소통과 프로젝트 발굴 의지를 높게 평가할 만하다.
넷째, 100GW라는 총량 목표를 권역별로 구체화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책임이 분배되지 않은 총량 목표는 공허할 수 있는데, 이번 계획은 그 공백을 메웠다.
그러나 같은 날, 함께 공개된 태양광 이격거리 시행령의 방향은 이번 계획의 가치를 퇴색케하는 안으로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지방자치단체에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개선을 권고했다. 핵심은 주거지역으로부터 최대 100m, 도로로부터는 이격거리를 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지자체별로 상이하게 운영되는 이격거리 규제가 객관적 근거 없이 주민 갈등을 키우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그런데 기후부는 이번 기본계획에서 태양광 이격거리 시행령 개정 방향으로 주거지 인근 200m, 도로 인근 100m를 예고했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대전환’을 내건 정부의 기후부가, 9년 전 산업부가 권고한 기준(도로 이격거리 폐지)보다 후퇴한 안을 내놓은 것이다.
도로변 태양광은 국토 활용과 계통 인접성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다. 기후부 스스로도 이번 기본계획에서 도로·철도·농수로를 공장지붕, 영농형, 수상형과 함께 4대 정책입지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태양광을 집중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과학적 근거 없이 도로 이격거리 100m를 다시 두는 것은 자기 모순이며, 100GW 보급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주거지 이격거리도 산업부 권고치의 두 배인 200m로 확대하면 거리는 2배지만 배제되는 면적은 이론상 4배로 늘어난다.
이는 법률 구조 상으로도 맞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법 제27조의3은 이격거리를 원칙적으로 적용할 수 없도록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대통령령으로 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도로 100m, 주거지 200m를 일반적인 기준인 양 명문화하는 것은, 이격거리 적용이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는 원칙에 사실상 반하는 일이다.
나아가 문제는 단순히 태양광 입지 규제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석탄발전의 퇴장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의 진입까지 좁히는 제도 설계는 에너지 전환 전체의 정합성을 흔든다. 100GW 재생에너지 목표는 석탄을 대체할 전원을 빠르게 세우겠다는 약속이지만, 도로와 주거지 주변의 태양광 입지를 광범위하게 배제하면 그 약속은 숫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기후부는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 환경 보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단일 부처가 일관성 있게 관장하기 위해 출범한 부처다. 이번 기본계획이 제시한 100GW 보급 목표, 권역별 책임 명시, 수요지 인접 보급 전략은 모두 그 책무와 부합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방향이 실제로 구현되려면 시행령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화석연료 의존을 끊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전환을 이끌겠다는 출범의 의미가 무색하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재생에너지 전담 부처 출범의 진정한 의미가 완성되려면 선언을 뒷받침하는 시행령으로 증명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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