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는 태양광 에너지
insights 2025-09-23
태양광에너지

'에너지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는 태양광 에너지

뚫리지 않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약 10년간의 기록

최재빈

얼마 전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어떤 전임자보다 강하게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며 ‘에너지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에 다양한 비전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태양광의 현실은 여전히 규제에 갇혀 멈춰 서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햇빛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그 가능성을 담아낼 그릇은 비어 있습니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라는 오래된 벽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규제 해소는 단순한 규제 완화 그 자체라기보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지난날 태양광에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 왜 지금 태양광 이격거리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빛이 없는 에너지 고속도로, 달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매일 태양과 함께 살아갑니다. 아침을 열어주고, 낮과 밤을 나누고,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것도 태양입니다. 햇빛은 지구의 모든 생명활동의 근원이 되는 동시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에너지의 0.01~0.02%만 활용해도 인류의 모든 에너지 문제는 해결된다고도 합니다. 태양이 이렇게 가득한데, 정작 국내 태양광의 현실은 왜 이렇게 어두운 걸까요?

새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 ‘RE100 국가산단’, ‘햇빛연금·바람연금’, ’지산지소’를 말하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지만, 태양광의 현실은 여전히 규제의 그늘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 ‘이격거리 규제’ 때문입니다. 이 규제는 발전소와 주거지, 도로 등 일정한 시설 사이에 최소 거리를 두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주민 생활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근거도 없이 과도한 거리 기준이 설정되면서 환경과 기후를 망치는 화석연료의 퇴출만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사실상 태양광 입지를 봉쇄하는 결과만을 낳았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16년부터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국토교통부, 산업자원통산부, 규제혁신단 등 정부기관들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소를 시도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인센티브를 통한 기초지자체의 자발적 완화로 귀결되면서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기초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 태양은 내리쬐는데, 담을 그릇이 없습니다.

우리가 태양광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전기로 가득 차 있고, 지금까지 그 전기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워왔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더 이상 연기를 내뿜는 방식으로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깨끗한 햇빛 에너지, 태양광이 필요합니다.

태양광은 같은 전기를 만들어도 온실가스 배출이 훨씬 적고, 햇빛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생산할 수 있는 민주적인 에너지입니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태양광을 주요 전력원으로 삼으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태양에너지와 입지는 충분합니다. 우리나라 평균일사량은 3,987kWh/m2으로 독일, 일본보다 더 높은 수준입니다. 이격거리 규제만 없어진다면, 우리나라는 산지를 제외하고도 14,000km2의 면적을 활용할 수 있고, 그 규모는 1,000GW를 설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을 태양광으로 모두 대체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더욱이 한화,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태양전지를 자국의 기술로 생산해 왔습니다. 태양광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내 vs 세계 태양광 발전 점유율 변화>

그럼에도 태양광의 현실은 멈춰 서 있습니다. 문제는 태양광 자체가 아니라 규제입니다. 전국의 기초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로 태양광 입지를 사실상 봉쇄하면서, 전체 가능 부지의 63%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여의도의 3,000배에 달하는 면적이 ‘설치 불가 지역’이 되었습니다. 햇살을 담을 그릇이 없어, 넘치는 햇살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민원을 최소화하고자 규제를 도입한 나라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수십미터를 이격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규제는 최소 100미터가 넘어가며, 중위값은 수백미터입니다. 최대 1000미터까지 이격해야 하기도 합니다.

3. 계속된 시도, 반복된 좌절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16년 감사원의 지적을 시작으로, 지난 정부들은 재생에너지 입지규제의 벽을 허물고자 계획을 세워 왔습니다. 국회 또한, 이를 해결하고자 다수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기초지자체의 반발,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 주민 갈등이 겹치면서 정책은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그때마다 정부는 한 발 물러섰고, 결국 계획만이 남는 씁쓸한 결론만 남았습니다. 정부는 바뀌었지만, 규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기초지자체들조차 규제의 그늘 속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스스로 만든 이격거리 규제가 지역 경제를 살릴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참여까지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을 지키려던 규제가 결국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잠가버린 자물쇠가 되었습니다.

2024년 7월 오히려 이격거리 규제를 강화한 경남 진주시에 헌법소원심이 청구되기도 했습니다.

<연도별 타임라인 하이라이트>

2016년: 감사원, 규제의 비합리성 문제 지적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가이드라인 발표

2017~2019년: 정부, 규제 완화 시도 → 규제 확산

2020년: 정부, 규제의 특례규정 및 표준조례안 계획 → 미이행

2021년: 권익위원회, 규제 표준화∙합리화 방안 추진 → 인센티브 제도 마련

2022년: 정부, 규제 법제화 계획 → 미이행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가이드라인(인센티브 포함) 재발표 →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행정연구원 규제 가이드라인의 실효성 없음 지적

2024년: 규제혁신단 규제 개선 추진

2025년: 이재명정부, 규제 개선 국정과제 선정

4. 그늘을 걷을 용기와 리더십

해결 불가능해 보이던 문제도 리더십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은 이미 우리 경험 속에 있습니다. 몇 년 전, 경기도의 계곡은 불법 영업장이 점령해 주민과 가족들이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는 회의론이 팽배했지만, 결국 계곡은 도민에게 돌아왔습니다.

그 배경에는 명확한 원칙과 정치적 의지가 있었습니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불법 구조물을 과감히 철거하고, 계곡을 공공의 공간으로 되살렸습니다. 반발도 있었지만, 리더십이 있었기에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태양광 입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규제라는 벽에 갇혀 있지만, 정부가 결단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곡이 도민 품으로 돌아왔듯, 태양광도 국민의 일상 속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복잡한 말이 아니라, 시행할 결단입니다.

 

5. 햇살 가득한 에너지고속도로, 지금 필요한 건 결단

지금 필요한 건 중앙정부의 결단입니다. 지난 10년간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기초지자체의 자발적 완화만으로는 어려웠고, 규제는 과도하게 널리 확산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국가 목표와 지역현장 사이의 간극은 커졌을 뿐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기초지자체가 태양광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과 지원책을 제시하고, 지역의 특수성을 존중하면서도 국가 목표와 연결되는 공통의 원칙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초지자체는 태양광을 막는 규제가 아닌 확대 계획을 마련하게 해야 합니다.

태양광 확대는 단순한 전력설비의 증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을 살리고, 산업을 살리고, 기후를 살리는 ‘지역의 대전환’이자 ‘에너지 대전환’의 출발점입니다.

또 다시 이 규제가 해소되지 않고 반복된다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기후위기 대응은 달성할 수 없습니다. 지역의 대전환도 어려워집니다. 기업들의 RE100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해결을 완성시켜야만 합니다.

우리가 선택할 길은 분명합니다. 태양광 가리는 규제를 허물고, 우리 곁에 태양광의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길을 따라 만들어질 ‘에너지 고속도로’는 더 이상 수도권을 향하는 것이 아닌 전국의 모든 지역을 밝히는 길이 되도록 에너지 고속도로는 태양광과 함께 달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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