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영향평가 범위, 사업지구 이내로 축소…"범위 줄이기 허용한 시행규칙 조항이 문제"
기존 제주 LNG 발전소선 오염물질 초과 배출 연 6000회 이상
경제성도 낙제(B/C 0.83)에 사업비 32.9% 폭증… 타당성재조사도 안 해
'제주 생태계의 보고' 곶자왈 인근에 들어설 동복리 가스발전소의 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를 반경 500m 이내로만 시행해 주요 습지보호지역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부실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제주 지역 시민단체들은 건설 최종 허가를 앞두고, 절차를 정면 위반한 이번 평가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 기후솔루션 등은 28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서발전의 '제주청정에너지복합발전' 사업(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154MW LNG 복합발전)에 대한 공익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와 예비타당성조사 곳곳에서 위법하고 부당한 문제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솔루션 양정임 변호사는 “동서발전이 추진 중인 동복리 LNG 발전소 사업이 단순 환경적 우려를 넘어, 법률과 제도가 정한 행정절차를 명백히 위반해 강행되고 있다”고 공익감사청구의 취지를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이 사업이 “승인권자 착오와 환경·기후 영향의 자의적 축소 평가, 경제적 타당성 부재와 타당성재조사 미이행이라는 총체적 법적 하자”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다. 이 사업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전원개발사업이라 평가 항목을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결정해야 하는데, 동서발전은 이를 제주도지사에게서 받았다.
평가 범위도 자의적으로 좁혔다. 환경영향평가법은 발전소가 영향을 미치는 지역의 범위를 과학적 분석 자료를 근거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자는 사업지 근처에 습지보호지역인 곶자왈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평가 대상지역에서 뺐다. 습지보호지역이 포함됐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전문가 등 외부 의견 수렴 절차도 함께 생략됐다.
기후변화영향평가의 범위 축소도 쟁점이다. LNG 발전소는 해마다 온실가스 56만 톤을 내뿜는 대규모 배출원이다. 그 영향은 제주도 전역에 미치는데도, 사업자는 온실가스 평가 범위를 발전소가 들어서는 사업지 안으로만 좁혀 잡았다. 세 단체는 온실가스의 영향이 발전소 담장 안에만 머물 리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법원도 최근 판례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환경영향평가 범위보다 넓게 봐야 한다고 인정한 바 있다.
환경 피해의 규모는 KDI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이 발전소가 가동 기간(2028~2057년) 동안 만들어낼 환경비용은 온실가스 3211억 원, 질소산화물 938억 원 등 총 4323억 원으로 추정됐다. 발전소를 짓는 데 드는 돈의 약 88%에 맞먹는 사회적 비용이다. 주민 피해도 이미 현실이다. 제주에서 가동 중인 기존 LNG 발전소에서는 지난해에만 기준치를 초과한 대기오염물질이 6천 회 넘게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성이 이를 만회하지도 못한다. 통상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려면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과 '수익성지수(PI)'가 1.0을 넘어야 하는데, KDI 조사에 따르면 이 사업은 각각 0.83과 0.98로 기준에 못 미쳤다. 사업 기간 전체의 이익과 비용을 따진 '순현재가치(NPV)' 역시 -2324억 원으로, 사업을 추진할수록 손해가 쌓이는 구조다. 예상 가동률은 2031~2036년 20%대까지 떨어져 30년 평균 41.5%에 그친다. 그런데도 사업비는 4880억 원에서 6488억 원으로 1608억 원(약 32.9%) 증액됐다. 법령상 사업비가 30% 이상 늘면 타당성을 다시 조사해야 하지만, 재조사 절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100대 핵심 과제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4~5GW로 올리고 화력발전을 '필수발전'이 아닌 '비상용'으로 돌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업의 명분은 도정 차원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제주환경운동연합 김민선 공동의장은 “사업부지도 산지관리법상 자연 복구 의무가 있는 채석장으로, 이곳을 온실가스 배출시설로 바꾸는 것 자체가 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도민체감형 기후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위성곤 도지사의 방향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의 생태계와 도민의 안전보다 우선하는 개발은 없다”면서 “동복리 LNG 발전소 절차를 즉시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크 김정도 사무국장은 “신규 가스발전소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구체적인 도민 공론화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제주 시민 1700여 명이 직접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발전소 건설은) 제주도의 RE100 달성과 탄소중립이라는 미래 가치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위성곤 도지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사업 중단은 물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 사업 자체를 삭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절차적 위법성과 부실이 확인된 제주 LNG 발전소 건설 계획을 즉각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감사원은 이번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엄정하게 감사하고, 제주도는 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의 위법성을 철저히 조사하라”며 "경제성이 부족한 화석연료 발전사업 확대를 멈추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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