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전국태양광발전협회·한국풍력산업협회·기후솔루션, 나주 전력거래소 앞 공동 기자회견
태양광·풍력 양대 산업 협회 공동행동… "정부는 100GW 가속페달, KPX 규칙은 화력 우대 브레이크"
최소발전용량 심의 투명성·자기제약 추가 보상·KPX 거버넌스 등 3대 규칙 개정안 공식 발표·제출
"재생에너지의 미래 좌우하는 규칙, 정작 재생에너지 당사자는 배제된 채 결정"

국내 태양광·풍력 주요 협회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전력시장·계통운영규칙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전국태양광발전협회, 한국풍력산업협회, 기후솔루션은 23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거래소(KPX)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화력발전 우대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는 현행 전력시장·계통운영규칙의 3대 개정안을 공식 발표·제출했다. 태양광 양대 협회와 풍력 협회가 전력시장·계통운영규칙에 관해 함께 행동에 나선 것은, 그간 사안별로 입장에 차이가 있었지만 업계 전반이 "현행 KPX 규칙이 재생에너지를 차별하고 희생시키고 있다"는 공통의 문제의식으로 수렴했기 때문이다.
배경에는 정부 정책 목표와 현장 운영 사이의 심각한 괴리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핵심 축으로 한 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을 관장하는 KPX의 규칙은 여전히 석탄·LNG·원전 등 기존 중앙급전 화력발전기의 발전량을 우선 보장하고, 그 잔여분 범위 내에서만 재생에너지를 수용하는 낡은 틀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호남·전북·제주 등지에서는 이미 출력제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사업자들은 만들어도 팔지 못하는 전기를 끌어안은 채 사업성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가 가속페달을 밟는 동안, 전력거래소의 규칙은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셈이다.
첫 번째 발언에 나선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곽영주 회장은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적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전력시장과 계통운영 현장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우선 수용되기는커녕 가장 먼저 희생되고 있다"며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 방식은 여전히 석탄, LNG, 원전 등 기존 중앙집중형 발전원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 회장은 "에너지 전환은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에 희생을 요구하는 계통 운영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계통과 시장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한 전국태양광발전협회 김명룡 회장은 "정부 정책을 믿고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한 수많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반복되는 출력제어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과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며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가장 먼저 멈추게 하는 모순된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 회장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한 국민이 일방적인 피해를 떠안지 않도록 해 달라는 상식적인 요구이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전력시장 운영 원칙을 일치시켜 달라는 정당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언자로 나선 한국풍력산업협회 양진영 팀장은 "오늘 저희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특정 발전원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력시장과 계통운영 규칙을 결정하는 과정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목소리 역시 정당하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해서"라고 발언의 취지를 밝혔다. 양 팀장은 풍력발전이 사업 준비부터 운영까지 수년이 걸리고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장기 산업인 만큼 제도 변화 과정에서 사업자 의견 반영이 특히 중요하다며, "우리는 특별한 권한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사업자 역시 관련 논의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솔루션 김세원 연구원이 4개 단체 공동 명의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은 "화력발전을 우대하는 낡은 규칙을 그대로 둔 채로는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없다"며, 현재 재생에너지가 "화력발전이 차지하고 남은 여유용량 안에서만 발전이 허용되고, 이를 초과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출력제어로 버려지고 있다"는 점을 구조적 문제로 짚었다. 화력발전기에 대해서는 "발전사가 사실상 자율적으로 설정한 최소발전용량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지만, 그 근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며 산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했고, "호남, 전북, 제주 등지에서 이미 출력제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는 출력제어 증가와 경제성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과 계통 운영에 관한 핵심 규정이 정해지는 위원회와 실무협의회 어디에도 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위원은 없다"며 "재생에너지의 미래를 좌우하는 규칙이,정작 재생에너지 당사자는 배제된 채 결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4개 단체가 KPX에 공식 제출한 3대 규칙 개정안은 ▲발전기별 최소발전용량 및 적정성 검토 진행 내용 공개 ▲자기제약 발전량에 대한 시장가격 외 추가 정산금 지급 폐지 ▲KPX 위원회·실무협의회에 재생에너지 대표 위원 참여 보장이다. 기자회견문은 "규칙을 만드는 자리에 재생에너지의 자리가 없는 한,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전력 시스템도 달성할 수 없다"며 "한국전력거래소가 오늘 우리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부합하는 전력 시장·계통 체제로의 전환에 즉시 나서주기를 바란다"는 요구로 마무리됐다.
4개 단체는 규칙 개정안을 전력거래소 측에 전달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단체들은 이번 공동행동을 시작으로 전력시장·계통운영규칙 개정안에 대한 전력거래소·기후부의 공식 답변을 요구하고, 응답이 없을 경우 추가 공동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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