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이슈브리프 「석탄자산 재평가 없이 에너지 대전환도 없다」는 정부가 제시한 2040년 탈석탄 정책이 실제로 이행 가능한지, 그 전제가 되는 발전공기업과 한전의 자산·재무 구조를 점검한 보고서이다.
국회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발전공기업은 2030~2040년 가동률, 조기폐쇄 손익, 탄소비용 반영 손익 등 핵심 재무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책은 2040년을 향하지만 재무 기반은 여전히 2029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연구는 한전을 약 220억~330억 달러 규모의 좌초 석탄자산 위험에 노출된 상위 기업군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전환 비용이 전기요금·공공재정 등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함께 지적된다.
결국 에너지 대전환은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과 구조의 문제이다. 본 보고서는 자산별 재무평가와 좌초자산 관리 없이 추진되는 전환은 비용을 미래로 이연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지금 비용을 투명하게 계산하고 정리할 것을 요구한다.
요약
정부는 2026년 4월 6일 에너지 대전환을 “설비 확대”가 아니라 “전력체계 전환”으로 제시했다. 재생에너지100GW 조기 달성, 2040년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수명 잔존 21기의 안보전원 활용, 석탄발전 위주 발전공기업 5사 통폐합, 분산형·양방향 전력망, 지역별 요금제, 전력시장·요금제도 전면 개편, 전력감독체계 개선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었다.
그러나 발전공기업들은 장기적인 석탄자산의 미래가치와 손상 위험을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2026년 3월 국회 제출자료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은 공통적으로 설비현황과 2025년 기준 잔여 미회수 투자비(장부가)는 별첨으로 제출했지만, 2030~2040년 예상 가동률, 잔여 운영기간 전체 기준 수익·비용, 2035·2040 조기폐쇄 시나리오 손익, 탄소비용 반영 손익, 석탄 감축 방식별 재무 비교는 작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핵심 이유는 기관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이 2025~2029년 5개년에 머물러 있고, 2030년 이후 연료비·계통한계가격(SMP)·이용률·배출권 할당계획·전력시장제도 개편 등의 장기 전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발전공기업은 2040년 대전환의 기본 재무전망을 아직 공식적으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연구는 이미 한전을 좌초자산 위험이 큰 공기업으로 식별하고 있다. 네이처 포트폴리오의 환경·지속가능성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2025년 12월 11일 온라인 공개되고 2026년 2월호에 게재된 논문은 전 세계 1만 6438개 화석연료 발전기를 분석해, 2도씨(°C) 정합 시나리오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 Korea Electric Power)를 약 220억~330억 달러, 원화로는 약 32~49조 원 규모의 좌초 석탄자산 위험에 노출된 상위 기업군으로 제시했다. 한전은 가스·석유 발전 좌초자산 상위 보유 주체로도 함께 나타난다. 이 연구는 기존처럼 국가나 부문 수준이 아니라, 전 세계 발전기 소유구조를 회사 단위로 연결해 상위 노출 기업을 식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저자진도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스탠퍼드대,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시장은 이미 석탄발전 유지에 큰 비용을 배분하고 있다. 2026년 4월 2일 기후솔루션·녹색소비자연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전 전력구매비용 73조 원 가운데 용량정산금은 8조 원이었고, 이 중 6조 원이 화석연료 발전소에 지급됐다. 2026년 1월 6일 규제정비 요청서는 용량요금이 실제 발전 여부와 무관하게 지급되고, 2022년 환경기여도 항목 삭제 이후 석탄발전에 더 유리하게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장관 브리핑도 2040년 이후 잔존21기를 안보자원화하는 과정에서 CP, 즉 용량요금 운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화석발전 유지에 큰 비용이 배분되는 구조 위에서, 장기 비용 평가 없이 예비보전과 통폐합을 추진하면 전환 재원은 기존 자산 유지비로 더 오래 묶일 수 있다.
따라서 5사 통폐합은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해법 자체는 아니다. 자산 손상, 잔여 장부가, 조기폐쇄 손익, 예비보전 비용, 용량요금, 비용 전가 구조, 전력감독체계가 함께 바뀌지 않으면 통폐합은 위험자산을 다른 조직 구조 아래 재배치하는 조치에 그칠 수 있다. 정부가 통폐합과 별도로 전력시장 전면 개편과 전력감독체계 개선을 병렬 과제로 제시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조직도보다 장기적 재무 평가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