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보고회서 발전 5사 '1사 통합' 권고…7월 중 구조조정 방안 확정 예고
화석연료 보상 체계 개편 없는 통폐합은 오히려 에너지전환 지연시킬 우려
화력발전사와 재생에너지 발전사 분리와 망 중립성부터 담보해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대강당에서 ‘에너지전환기 전력공기업들의 새로운 역할 연구’ 중간보고회를 열고, 삼일회계법인이 수행한 연구용역의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1사 통합, 권역별 2~3사 통합, 지주+권역별 자회사 구조 등 3개 대안을 검토한 뒤, 가장 적합한 방안으로 '발전 5사 1사 통합안'을 권고했다. 기후부는 이번 중간보고를 토대로 7월 중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 및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자회사의 분할 구조를 두고"왜 이렇게 나눠놨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고, 이호현 기후부 2차관은 "전력을 한전이 혼자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경쟁 효과는 없었다"고 답한 바 있다. 대통령 발언의 본 취지는 한전 외 다른 주체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단일구매자 구조를 손보자는 의미로 읽혔으나, 정책 논의는 빠르게 발전자회사 통폐합으로 비약했다. 진단의 본래 함의와 처방의 방향이 어긋나는 출발이었다.
기후솔루션은 단일구매자 구조 때문에 발전 부문의 경쟁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진단 자체에는 일부 동의한다. 다만 그 원인은 발전사가 다섯 개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연료비를 포함한 발전 비용이 전액 보전되는 비용기반정산제도(CBP)에 있다. 원가를 절감하든 못 하든 수취 수익이 달라지지 않는 구조에서 발전사에게는 비용을 최소화할어떠한 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정산 시스템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당시 도입됐지만, 과도기적인 조치였다. 시장에서 가격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경쟁 요소를 제거한 조치였다. 발전 부문에서 경쟁이 촉진되면 실제 생산 가격을 기반으로 정산하는 체계로 이행할 예정이었으나, 전력산업 구조개편 자체가 중단되면서 20년 동안 비효율적인 과도기적 시스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발전자회사 분할을 통해 형식적 경쟁 구도를 만들었음에도 경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경쟁만 저해된 것이 아니다. 진즉에 가격기반 정산제도로 전환되었다면 연료비가 없거나 낮은 발전원, 특히 재생에너지가 입찰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해지는 환경이 되었을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국제에너지 가격이 극단적 변동성을 보였음에도 화석연료 발전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은 것은 발전 비용 보전이라는 구조적 방패 때문이다.
결국 이번 용역이 권고한 1사 통합안은 경쟁 요소를 더 제거해 비효율을 키울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자생적으로 도입될 환경을 차단한다. 이는 용역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2035 NDC 이행 등 에너지전환기에 있어 현재의 발전공기업 체계의 한계 및 비효율적인 측면 분석'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론이며, 전력거래소의 시장기능을강화해야 한다는 학계의 일관된 진단과도 어긋난다. 삼일회계법인이 1사 통합의 단점으로 "단일·거대 기업으로 발전시장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점"과 "경쟁자 없는 공기업으로 방만 경영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도 이러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발전공기업을 1개사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은 석탄발전 퇴출도 지연한다.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발전 퇴출을 공약한 만큼, 금번에 단행하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은 그 약속을 실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문제는 역할의 혼재다. 퇴출될 석탄발전소 자산을 관리하는 임무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임무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 둘을 한데 묶는 조치는, 발전사로 하여금 제 발등 찍으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곧 화력발전 자산의 가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통합 발전사는 스스로의 사업기반을 허무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구조적 모순에 빠진다.
해법은 분리다. 발전 공기업 5개사를 화력발전 공기업 1개사, 재생에너지발전 공기업 1개사로 재편한다면, 에너지전환은 촉진될 수 있다. 독일의 사례가 그러했다. 독일 에너지 기업 E.ON은 재생에너지, 그리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석탄, 가스 등 기존 발전 자산을 분리해 Uniper를 설립했고, 석탄 완전 퇴출이라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Uniper에서는 발전소 폐쇄와 함께 고용 전환을 병행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화력발전의 점진적 퇴출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공사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설립 목적으로 하는 공사를 분리하여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고용 승계를 도모할 수 있다. 동시에 석탄발전소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선, 발전 부문에 국한한 개혁을 도모할 것이 아니라 망 중립성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1) 송배전망 사업으로부터 발전 사업을 분리해서 어떤 발전원이든 차별 없는 접속을 보장해야 한다. 지금처럼 재생에너지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또한 (2) 송배전망사업과 판매사업을 분리하여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직접전력구매(PPA)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PA가 늘어날수록 판매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영위하고 있는 한전의 시장점유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한전과 PPA는 구조적으로 경쟁구도에 놓여 있다. 앞서 한전은직접 PPA 전용 요금제를 신설하여 기본요금을 비싸게 부과하려다 논란이 된 바 있다. 통합 이후 발전 부문의 거대 단일공기업은 망 중립성에 대한 제도적 저항력을 더 키우고,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동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망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기후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과 2040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를 정책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 목표가 진정성이 있다면, 발전공기업을 1개사로 통폐합할 것이 아니라 시장 정산 규칙과 망 운영 구조부터 전환의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우리 전력시장에 지금 필요한 것은 거대 발전사의 재탄생이 아니라,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임무를 가진 공기업의 명확한 분리, 그리고 공정하고 정교한 시장 제도의 정립이다. 구조적 청사진이 결여된 단일 통폐합은 도매시장의 기능을 저해하고 전력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이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비용기반정산제도(CBP)를 가격기반정산제도(PBP)로 전환하는 시장 개편 로드맵을 통폐합 논의와 병행해 공개할 것. 둘째, 발전공기업을 화력발전사와 재생에너지 발전사 분리해 설립할 것. 셋째, 발전 공기업의 수평적 통폐합에 앞서 송·배전망의 독립과 청사진을 함께 제시할 것. 이번 중간보고 결과에 따른 1사 통합안은 공정경쟁 저해·방만 경영 가능성을 키울 뿐이다. 처방의 방향을 바로잡지 않는 한, 이번 25년 만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에너지전환을 가속하기는커녕 화석연료 보상 구조를 제도적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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