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충남 시민사회, 가스 과잉 및 좌초자산 경고하며 당진시청서 기자회견 개최
정부 비축의무량 4배 초과하는 가스 인프라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전환 재원 마련 촉구
"제16차 수급계획에서 제외하라"… 당진 LNG 3단계 확장 중단 촉구
전국 LNG 터미널 이용률이 20%대까지 떨어지며 가스 인프라 과잉 투자가 현실화된 가운데, 당진에 추진 중인 대규모 가스 터미널 확장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에너지 안보’를 내세운 인프라 확대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실상은 막대한 재정 손실 이 명백한 ‘예산 낭비형’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15일 기후솔루션, 당진환경운동연합, 충남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는 당진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가스공사가 총사업비 약 3조 3000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당진 LNG 터미널 사업’ 중 아직 기본계획 수립 전인 ‘3단계 확장 사업’의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현재 가스공사는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270만㎘ 규모의 LNG 터미널(1·2단계)을 건설 중이며, 여기에 저장 탱크 3기를 추가하는 3단계 확장 사업(81만㎘)을 정부의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반영하려 하고 있다.
앞서 가스공사는 지난해 3월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당진 사업은 천연가스 도입비용 절감,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 및 수급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으며, 최근에는 “천연가스 수요는 겨울에 높고 여름에 낮은(동고하저) 특성이 있는 만큼, 동절기 피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이 확보돼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기후솔루션 분석 결과, 기존 LNG터미널의 유휴 용량과 피크 송출 여력을 고려할 때 가스공사의 ‘에너지 안보’ 주장은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은 물론 동절기 기준으로 따져봐도 기존 LNG 터미널 이용률은 이미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기존 LNG 터미널의 연평균 이용률은 2025년 기준 27%에 그쳤으며, 수요가 몰리는 겨울철(12~2월)조차 전국 월평균 이용률은 40%대에 머물렀다.
시간대별 송출량 분석에서도 연중 피크 수요조차 기존 설비를 통해 충분히 대응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크 수요에 맞춰 인프라를 확대한 경우, 연간 8760시간 중 단 한 시간을 위해 대규모 설비를 상시 유지하게 되어 이용률 저하는 물론 막대한 유휴 용량만 키우게 된다.
이날 발언에 나선 문보경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동절기 피크 대응을 따져봐도 결론은 같다. 이미 의무비축량의 4배가 넘는 저장 용량을 더 늘린다고 해서 에너지 안보가 강화되는 게 아니다”라며 “동절기에도 이용률이 40%대에 그치는 기존 터미널조차 활용하지 못하면서 이용률 26%짜리 터미널을 3조 3000억 원 들여 또 짓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림 1. 2025년 가스공사 LNG터미널별 동절기 이용률 (출처: 기후솔루션)
그림 2. 2024년 가스공사 LNG 터미널 피크 기화송출량과 유휴 용량 (출처: 기후솔루션)
정부의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르더라도 국내 가스 수요는 2036년까지 16.5% 감소할 전망이다. 쓰임새는 주는데 설비만 늘리는 꼴로, 3단계 확장을 강행할 경우 수천억 원의 세금이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선 당진과 충남 지역사회가 직접 나서 당진 LNG터미널 사업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당진은 수십 년간 국가 에너지 생산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온 지역으로, 시민사회는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화석연료 인프라를 당진에 들이는 것은 지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황성렬 충남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밀집해 그동안 국가 에너지 생산의 부담을 가장 크게 떠안아온 지역”이라며 “에너지 대전환 시점에 충남이 화석연료 인프라 집적지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선도 지역이 될 수 있도록 3단계 사업을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손창원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당진 LNG 터미널은 완공 후 40년 넘게 운영되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2070년까지 당진 땅에 남게 되는 장기 시설”이라며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조 원대 좌초자산의 부채 부담을 미래 세대와 시민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LNG는 결코 청정연료가 아닌 화석연료일 뿐이며, 대규모 인프라 확대는 장기간 화석연료 의존을 고착화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화석연료 투자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스공사는 당진 LNG 터미널 3단계 확장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 △정부와 가스공사는 3단계 확장 사업을 제16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서 제외할 것 △당진 지역의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중심의 구체적 전환 정책을 추진할 것 등을 함께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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