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현 저장 능력, 정부 법정 비축의무량의 4~6배 달해
LNG는 -162도 극저온 특성상 장기 비축 불가능…저장 용량과 에너지 안보는 별개
국내 가스 수요 2036년까지 16.5% 감소 전망…당진 LNG터미널 3단계 확장 계획 재검토해야
한국가스공사가 ‘에너지 안보’를 명분으로 추진 중인 3조 3000억 원 규모의 당진 LNG터미널 확장 사업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스공사의 현 LNG 저장능력이 이미 법정 기준의 최대 6배에 달하는 데다, 당진 터미널까지 완공되면 과잉 상태는 더욱 심화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LNG는 물리적으로 장기 비축이 불가능해, 저장 용량을 무작정 늘린다고 해서 곧 에너지 안보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솔루션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LNG 터미널-에너지 안보 논리로 정당화된 비생산적 자산’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서왕진 의원실을 통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입수한 ‘2025년 터미널별 송출량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운영 중인 5개 생산기지(평택·인천·통영·삼척·제주)의 현재 저장 능력은 동절기 송출량 기준 약 38일치, 연평균 송출량 기준 약 55일치에 달한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동절기 LNG 법정 비축의무량(9일)의 4~6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스공사는 총사업비 약 3조 3000억 원을 투입해 2031년 완공을 목표로 당진 LNG 터미널 확장 사업(1~3단계, 총 270만㎘ 규모)을 추진 중이다. 보고서는 당진 2단계 완공 시 가스공사의 저장 능력이 약 64일치, 3단계까지 마무리되면 약 67일치로 늘어나 정부 법정 비축의무량의 7배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수요 대비 저장 용량이 심각하게 저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림 1:가스공사 LNG 터미널별 위치, 저장용량, 기화송출능력]

[그림 2: 가스공사 터미널 저장 가능일]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 LNG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안보를 위해 국내 LNG 저장 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LNG를 평소에 더 쌓아둬야 한다’는 통념은 LNG의 물리적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LNG는 영하 162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기술적으로 장기 저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육상 저장탱크(16만㎡ 기준)에 아무리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해도 외부 열 유입 등으로 인해 매일 약 0.05%가 자연 증발(boil-off)해 사라진다. 정부가 LNG 법정 비축일을 원유(208일)의 23분의 1 수준인 9일로 짧게 설정한 이유도 바로 이 같은 물리적 한계 때문이다.
국내 가스 수요가 지속해서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도 사업의 정당성을 흔든다. 정부의 ‘제15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2023)’에 따르면, 국내 가스 수요는 2023년 4509만 톤에서 2036년 3766만 톤으로 약 16.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스공사는 당진 터미널 용량의 절반가량(135만㎘)을 민간에 임대해 사업비를 회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가스공사 전체 용량 중 민간 임차 비율은 3~11%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가스 수요 감소와 맞물릴 경우 당진 LNG 터미널이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가스공사는 지난해 3월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당진 2단계 사업은 장기수요전망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도입비용 절감,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 및 수급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후솔루션 가스팀 문보경 연구원은 “이미 충분한 수준을 넘어선 저장 능력과 향후 수요 감소 전망을 고려할 때, 당진 LNG 터미널 3단계 확장은 명분 없는 예산 낭비”라며 “과잉 저장 용량은 터미널의 저활용과 직결되는 만큼, 추가 설비 확충은 에너지 안보 강화가 아니라 비효율적인 인프라 비대화이자 좌초자산 리스크를 키우는 행위이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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