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폐지지역 지원법, 기후위 통과에 대한 긴급 논평
안보전원·무탄소발전 독소 조항이 열어 둔 석탄 연장의 길
재생에너지 우선권 없는 지원법, 국회는 본회의 전 바로잡아야
여야 의원 17명이 발의한 법안을 통합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이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 통과만 남겨 두고 있다.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발전과 노동자의 안정적인 고용 전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법의 취지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재 법안은 이를 보장하지 못한 채 오히려 석탄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우며, 결국 지역사회, 노동자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기후위기로 인한 더 큰 위험과 부담을 떠넘길 우려가 크다.
석탄발전소를 빠르게 폐쇄하고 폐지지역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이미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가장 큰 발전원인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선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제6조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력계통 영향분석 결과를 근거로 "폐지계획을 승인하는 대신 해당 석탄화력발전기를 안보전원발전기로 지정하거나 신뢰도 연장 운전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부가 이른바 ‘안보전원’으로 고려하고 있는 대상은 2040년 이후에도 수명이 남는 석탄발전기 21기다. 지정 기준, 지정 기간, 해제 요건은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되어 있다(제6조 제5항). 석탄발전을 유예가 언제까지로 제한된다는 한계조차 없다. 지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한다는 약속의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한 게 무색할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조항이 단순한 비상 시기를 대비한 장치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정부가 1차 법안소위에서 검토하던 ‘휴지보존’(발전기 가동을 멈추되 폐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력 피크 때 실제 운전까지 가능한 ‘안보전원’ 개념을 담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에너지 안보'와 '전력계통 안정'을 이유로 석탄 가동 연장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법률로 명문화되는 것이다. 폐지 일정이 정해진 발전기도 장관의 판단 하나로 가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법은 폐지 시점을 불분명하게 유예하면서 명확한 계획 하에 전환을 준비해야 할 동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또한 이 특별법의 맹점은 석탄발전소 폐지 이후, 또 다른 화석연료가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폐지 발전소의 계통과 부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결정적인 자원이다.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전력계통 접속인데, 기존 석탄발전소의 계통 접속 권한은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그 자산을 재생에너지에 우선 배분하지 않는다. 법안은 폐지 발전소의 기반시설을 활용할 대체산업을 ‘무탄소발전 등 에너지산업’으로 규정할 뿐, 그 우선권을 재생에너지로 한정하지 않는다. 가스발전, 수소혼소 등 비재생에너지 사업자도 이 혜택을 받을 위험이 있다. ‘무탄소’라는 외피를 두르면 가스 기반 수소혼소도 우선권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를 우선한다는 지원 조항도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에 그쳐 법적 의무가 없다. 재생에너지를 명시적으로 우선하는 장치가 법안 어디에도 없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자가 석탄 부지와 계통을 활용해 새로운 화석연료 발전소로 전환하는 것을 막을 수단이 없다. 탈석탄 이후의 에너지 전환 방향이 이 법으로는 전혀 담보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 법안의 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첫째, 석탄발전을 언제까지 폐지하겠다는 탈석탄 목표 연도가 없다. ‘2040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정부가 참여한 법안이란 점이 믿기지 않는 문제 지점이다. 지원하겠다는 법이 정작 폐지의 시한을 명시하지 않으니, 지역과 노동자가 기준으로 삼을 좌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안보전원·신뢰도 연장 조항이 상한 없는 행정 재량으로 열려 있는 상황에서, 폐지 연도의 공백은 곧 무기한 유예의 가능성과 같다. 둘째, 폐지 이후 방향을 재생에너지로 명시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2030년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 용량 100GW 보급을 약속해 놓고는 석탄발전 폐지와 이를 연계할 방안을 내팽개친 안이다.
결국 이번 소위 심사에서 인접 지역 포함, 협력업체 보호 확대, 고용노동부 장관 지원 의무화 등 지원책을 공들여 마련해 놨지만 결국 핵심은 비껴갔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법안이 되고 말았다. 특별법이 안고 있는 이런 허점을 메우지 않는 한, 이 법은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는 법이 아니라 전환을 지연시키고 그 방향을 왜곡하는 법이란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국회는 본회의 통과에 앞서 ▲법률에 명확한 탈석탄 목표 연도를 명시하고 ▲안보전원·신뢰도 연장의 적용 범위와 기간 상한을 법률로 못 박으며 ▲부지·계통 재활용의 우선권을 재생에너지에 한정하는 강행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보다, 무엇을 끝낼 것인지를 먼저 분명히 하는 것이 지역 지원법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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