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일부 해상풍력·태양광 사업, 석탄발전 폐지보다 늦은 2032년 이후 접속 가능 통보
“준비된 재생에너지부터 연결해야”…기존 선착순 계통 접속 제도 개편 제안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계통 개혁 없이는 사실상 어려워”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더라도 전기를 실제로 공급하려면 반드시 전력망에 연결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전력망은 고속도로 진입로처럼 병목이 심화된 상태다. 문제는 이미 자리를 선점한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 착공조차 하지 않는 LNG 발전소라는 점이다. 반면 인허가와 부지 확보 등 상당한 절차를 마친 태양광·풍력 사업도 수년째 대기열에 묶여 있다. 지금의 계통 접속 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발전 지역 전환을 동시에 가로막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19일 이슈브리프 ‘재생에너지부터 계통에 연결하기: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달성을 위한 계통 우선 접속 제도 개혁’을 발간하고, 현행 ‘선착순’ 중심 계통 접속 제도를 ‘사업이행률과 지속가능성’ 기반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제시했지만, 계통 접속 지연으로 사업비와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목표 달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현재 전력망 운영 방식이 실제 착공 가능한 재생에너지 사업보다 화석연료 발전과 장기간 정체된 사업에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접속 용량을 확보했지만 개발이 멈춘 사업들이 제한된 계통 공간을 점유하면서, 실행 가능한 재생에너지 사업들은 접속 자체를 수년씩 기다리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석탄발전 의존도가 높은 충청남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 장애물로 나타난다.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보령·당진·태안·삼천포·하동 등에서 약 9GW 규모 석탄발전이 폐지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충남에만 약 5GW가 몰려 있다. 충남 지역에서는 최소 650MW 규모 태양광과 815MW 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준비된 사업은 2032년 이후에야 계통 접속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650MW 규모 태양광은 한국 평균 가구 전력사용량 기준 약 22만~23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발전량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현재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폐지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가 아닌 LNG 발전으로 대체하도록 설계되면서 전환 지연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LNG 발전소 건설이 잇따라 늦어지면서 일부 석탄발전소는 수명 연장에 들어갔고, 그 사이 준비된 재생에너지 사업들은 전력망 연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폐지 석탄발전의 계통 여력이 재생에너지 전환보다 LNG 대체 발전에 먼저 배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충남 보령 사례도 대표적으로 제시됐다. 충남 보령시는 석탄발전 폐지 이후 지역경제 전환을 위해 공공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한국전력공사는 해당 사업의 송전망 접속이 최소 2032년 이후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는 석탄발전 폐지 시점보다 늦은 시기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가 지역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져 석탄발전 폐쇄에 대한 지역 반발까지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충남에서 재생에너지를 신속히 확대할 경우 LNG 전환 대비 최대 27만 개 수준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전국 189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해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을 제한하고 있으며, 출력제어 조건부 접속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어떤 선로에서 왜 계통포화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계통 포화와 출력제어 부담이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고 있으며, 사업자들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거나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현재 접속 대기 사업을 전면 재평가하고, △계통 접속 순서를 선착순에서 사업이행률 중심으로 개편 △국가 탈탄소화·에너지 안보·정의로운 전환 기여도를 반영한 ‘지속가능성’ 기준 도입 △ 계통포화 판단 기준과 접속 대기열 정보 공개 및 계통관리변전소 지정 해제 등을 제안했다.
전력망 접속 대기와 계통 혼잡은 전 세계 재생에너지 확대의 핵심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주요 에너지 사업의 평균 소요기간을 인허가, 건설, 계통연계를 포함해 산정하고 있으며, 계통연계 지연은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은 계통 접속 대기열 개혁과 우선접속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준비도와 필요성(ready and needed)’ 원칙에 따라 기존 접속 대기열을 재평가하고, Clean Power 2030 목표에 필요한 사업을 우선 연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독일 역시 재생에너지법(EEG)을 통해 재생에너지 우선 계통 접속 원칙을 제도화해 왔다. 한국 역시 계통 접속을 단순 기술 문제가 아닌 국가 산업·기후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브룩 사보이 연구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서 허수·지연 사업자 관리체계를 기존 선착순 방식에서 ‘전력망이 가장 필요한 사업자가 우선 접속하는 방향’으로 검토·개선하겠다고 밝혔다”며 “이제 쟁점은 전력망이 부족하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부족한 전력망을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먼저 배정할 것인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계통혁신과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가 함께 논의되는 지금, 폐지 석탄발전에서 확보되는 접속선로를 LNG나 지연 사업이 다시 선점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준비된 재생에너지와 석탄지역 전환에 기여하는 사업을 우선 연결하는 원칙을 세워야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도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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