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5사 가동률·조기폐쇄 손익·탄소비용 반영 손익 등 장기 재무전망 국회에 제시 못 해
네이처 논문, 한전을 약 32~49조 원 규모 좌초 석탄자산 위험 상위 기업군으로 분류해
논문 주저자 “한전, 국내외 석탄자산 포함한 좌초자산 감사 착수해야…국영 전력기업 손실은 요금·재정 부담으로 이전될 수 있어”
기후솔루션 “기후부는 대통령의 에너지 대전환 의지를 ‘선언’이 아니라 자산별 재무평가와 시장규칙 개편으로 이행해야”
[기획 시리즈] 기후부의 세 가지 과제 ①석탄자산 재평가 기후솔루션은5월 기획 시리즈‘기후부의 세 가지 과제’를 매주 발간합니다.이번 시리즈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에너지 대전환을 실제 정책으로 이행하기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할 세 가지 구조적 과제를 다룹니다.대통령이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책 동력이 커진 지금,기후부는 선언을 넘어 비용과 책임의 구조를 제도 설계로 구체화해야 합니다.이 시리즈는 현 기후부는 물론 향후 어떤 리더십 아래서도 이어받아야 할 전환 점검표입니다.핵심 질문은 하나,전환 비용을 지금 투명하게 계산하고 정리할 것인가,아니면 더 큰 부담을 다음 정책 국면으로 넘길 것인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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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이 한국전력공사와 발전공기업의 석탄·LNG 자산 재무위험을 분석한 이슈브리프 ‘석탄자산 재평가 없이 에너지 대전환도 없다’를 발간했다. 이번 브리프는 지난 4월 6일 정부의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 이학영 의원실에 제출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발전공기업의 자료 그리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된 좌초자산 연구를 종합해 작성됐다.
정부는 지난 4월 재생에너지 100GW 조기 달성, 2040년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 2040년 이후 수명 잔존 21기의 안보전원 활용, 석탄발전 위주 발전공기업 5사 통폐합, 분산형·양방향 전력망, 전력시장·요금제도 개편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를 단순한 설비 확대가 아니라 전력체계 전환 계획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 정도 규모의 전환이라면 기존 석탄·LNG 자산의 장부가, 잔여 미회수 투자비, 조기폐쇄 손익, 탄소비용 반영 손익, 예비보전 비용 등 자산별 장기 재무평가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회 제출자료는 이와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지난 3월 5~6일 이학영 의원실에 제출된 회신문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은 설비현황과 2025년 기준 잔여 미회수 투자비는 별첨으로 제출했지만, 2030~2040년 예상 가동률, 잔여 운영기간 전체 기준 수익·비용, 2035·2040년 조기폐쇄 시나리오 손익, 탄소비용 반영 손익, 석탄 감축 방식별 재무 비교는 작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발전공기업들이 제시한 공통 이유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이 2025~2029년 5개년에 한정돼 있고, 2030년 이후 연료비, 계통한계가격(SMP), 발전원별 이용률, 전력시장제도 개편, 수요,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배출권 할당계획 등 장기 전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일부 발전사는 공인된 가이드라인 없이 장기 추정치를 산출할 경우 “왜곡된 재무정보”를 전달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한전이 별도로 제출한 자료도 같은 공백을 드러낸다. 한전은 2050 탄소중립 비전, 2030 자체 감축목표,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 SF6 관리, 친환경 GIS 도입, 차량 전동화, 2035 감축계획 수립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문건에는 발전공기업 그룹 차원의 석탄·LNG 자산 장부, 손상 위험, 조기폐쇄 시나리오 손익, 좌초자산 관리 원칙은 포함되지 않았다. 즉 한전의 탄소중립 계획과 발전공기업 자산회계가 아직 같은 틀 안에서 충분히 연결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는 이미 한전의 좌초자산 노출을 식별하고 있다.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 논문 ‘Ownership of power plants stranded by climate mitigation’은 전 세계 운영 중인 화석연료 발전기 1만 6438기를 대상으로, 국제 기후목표에 정합적인 탄소가격 경로가 도입될 경우 회사별 좌초자산 위험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추정했다. 이 논문은 2도씨 정합 시나리오에서 한전이 인도 NTPC, 인도네시아 PLN, 인도 Adani와 함께 약 220억~330억 달러(약 32조~49조 원) 규모의 좌초 석탄자산 위험에 노출된 상위 기업군으로 제시했다. 한전은 가스·석유 발전 좌초자산 상위 보유 주체로도 함께 나타난다.
특히 논문의 주저자인 로버트 포프리치 나바로(Robert Fofrich Navarro, 다트머스대 기후모델링·영향 연구그룹 연구원)는 기후솔루션에 보낸 서면에서 한전이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과제로 여러 탈탄소 경로를 전제로 한 ‘좌초자산 감사(stranded asset audit)’를 제시했다.
그는 “한전이 즉시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여러 탈탄소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좌초자산 감사”라며, “특히 2030년 이후 어떤 자산이 좌초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는지 식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전이 국내 발전설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해외 지분 자산까지 포함해 석탄발전 자산 전반을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포프리치 나바로는 한전과 같은 국영 전력기업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전은 순수한 시장 신호보다 공공서비스 책무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민간기업이라면 재무계획에 반영했을 좌초자산 위험을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 의지가 있을 때 국영기업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빠른 탈탄소 전환을 추진할 수 있지만,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하면 지금과 같은 계획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용 부담의 귀착 문제도 지적했다. 로버트 포프리치 나바로는 “전력회사가 연료비 상승이나 기후정책으로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경우, 그 부담은 대개 요금 납부자에게 돌아간다”며 “국영 전력기업의 경우 그 비용이 기업 내부에서 흡수되더라도 결국 납세자가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한전은 공공이 소유한 자산의 책임 있는 관리자로서, 오래되고 오염도가 높은 발전설비부터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천연가스 발전 확대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가스발전과 같은 상대적 저탄소 발전원은 연간 배출량을 낮출 수 있지만, 추가적인 누적 배출과 기후 피해를 고착시킬 수 있다”며 “한전은 저탄소 발전원에 대한 신규 투자도 장기적인 좌초위험 관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전력시장이 이미 화석발전 유지에 큰 비용을 배분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2024년 한전 전력구매비용 약 73조 7807억 원 가운데 용량정산금은 약 8조 2274억 원이었고, 이 중 약 6조 1546억 원이 화석연료 발전소에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력시장이 이미 기존 화석설비 유지에 상당한 재원을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정부의 21기 안보전원 활용 구상과도 직접 연결된다. 정부는 2040년 이후 수명이 남는 21기의 석탄발전소를 안보자원화하는 과정에서 필요시 CP, 즉 용량요금 방식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자산별 장기 가치와 손상 위험을 먼저 평가하지 않은 채 예비보전과 통폐합, 시장개편을 함께 추진할 경우, 에너지 대전환은 비용 최소화가 아니라 비용 이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저자인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정부가 에너지 대전환의 큰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방향을 뒷받침할 비용과 책임의 구조를 구체화하는 일”이라며 “2040년 탈석탄과 전력시장 개편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한전과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석탄·LNG 자산의 미래가치와 손상 위험을 먼저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담당은 “전환 비용은 사라지지 않고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로 남는다”며 “화석자산의 손실과 예비보전 비용이 전기요금과 공공재정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후부와 한전은 자산별 위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조기 정리, 전환금융, 예비보전, 시장보상 제외 대상을 구분하는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학영 의원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의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며 “다만 그 전환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석탄·LNG 자산이 앞으로 어떤 비용과 손익을 발생시킬지 먼저 투명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5사 통폐합, 21기 안보전원 활용, 전력시장 개편은 모두 국민 부담과 공기업 재무에 직접 연결되는 사안”이라며 “국회는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이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자산별 비용 평가, 좌초자산 관리, 전력시장 보상 구조와 더불어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일자리 문제까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시리즈가 현 기후부뿐 아니라 향후 어떤 기후부 리더십 아래에서도 참고해야 할 에너지 전환 점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 이후 정책·인사 국면이 달라지더라도 석탄자산 재평가, 한전 재무위기, 석탄 21기 안보전원화 문제는 기후부가 곧바로 이어받아야 할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이슈브리프를 통해 기후부와 한전이 2040년 탈석탄과 발전공기업 통폐합 논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석탄·LNG 자산별 장기 재무전망 공개 △좌초자산 감사 실시 △조기폐쇄·예비보전·전환금융 대상 구분 △용량요금과 정산규칙의 투명성 강화 △전력감독체계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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