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수요 감소 전망에도 불구하고 세계 3위 규모 터미널 확장 강행…막대한 좌초자산 우려
당진 LNG 터미널 사업만 최대 8770억원 손실 위험…재생에너지 전환과 국정 과제와의 충돌 불가피
기후솔루션은 20일 발표한 보고서 ’수요는 줄고, 설비는 남고: 한국 LNG 터미널 좌초자산의 경고’를 통해 현재 추진 중인 당진 LNG 터미널 2단계 확장 사업을 비롯한 국내 LNG 인프라 확장이 심각한 좌초자산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내 LNG 터미널 이용률, 좌초자산 규모, 정부 수급계획 시나리오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분석 결과, 당진 LNG 터미널 사업으로만 약 6376억원에서 8770억원에 이르는 좌초자산 금액 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국내 전체 LNG 터미널에서만 약 6조 6000억 원에서 최대 12조 3000억 원에 이르는 좌초자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됐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3일 한국가스공사가 당진 LNG 터미널 2단계 확장 공사 낙찰자를 발표한 직후, 시민사회가 ‘계약체결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시점에 맞춰 공개되었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7조 원 투입을 약속한 시기에 겹쳐 공기업이 동시에 5800억 원 규모의 화석연료 인프라 확장을 강행한 것은 명백한 정책 엇박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2024와 정부의 제15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근거로 향후 국내외 LNG 수요가 급감할 것임을 지적했다. I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최대 7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한국 정부 역시 2036년까지 국내 수요가 16.5%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세계 3위 수준의 LNG 터미널 용량을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설비 과잉과 자산 가치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후솔루션의 정량 분석 결과, 국내 LNG 터미널 재기화시설 이용률(LNG 터미널이 가스를 기화해 공급할 수 있는 능력 대비 실제 공급한 비율)은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30%를 넘지 못하며, 당진 LNG 터미널은 대부분 기간 동안 25% 이하의 낮은 이용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가 민간 임차 서비스로 일부 용량을 활용하고 있으나 이는 전체의 3~11%에 불과해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탄소중립 정책에 의해 장기적으로 하락해 2050년에는 0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좌초자산 규모는 약 6.6조 원에서 12.3조 원으로 추산되었다. 개별 사업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추진 중인 당진 LNG 터미널은 단일 시설만으로도 최대 8770억 원에 달하는 좌초자산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당진 LNG 터미널이 2071년까지 운영을 전제로 설계되어 2050 탄소중립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국내적 요인뿐 아니라 글로벌 LNG 시장이 구조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LNG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 아시아 국가들이 전체 원유·LNG 공급의 80%를 의존하는 이 해상 통로의 불안정성은 LNG 수급 체계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처럼 다각도로 LNG 공급망이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로 위협받는 것처럼 앞으로도 LNG 인프라의 경제성과 안정성도 담보할 수 없다.
정부가 가스 수급 불균형 관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시하는 “수급관리 수요”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수급관리 수요 전망을 반영하더라도 LNG 사용량은 탄소중립 계획에 의해 결국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당진 LNG 터미널에서만 6300억 원에서 최대 8350억 원의 좌초자산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공기업이 LNG 인프라 확장에 나서는 것은 재무적·정책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다시금 강조했다. 보고서는 ▲LNG 신규 투자의 전면 재검토 ▲기존 승인된 화석연료 기반 인프라에 대한 탄소중립 정합성 검토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중심의 정책 전환을 주요 제언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러한 좌초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내 LNG 터미널 확장 건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스공사가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인 당진 LNG 터미널의 경우, 총 10개의 저장탱크(270만kl) 중 3개(81만kl) 저장탱크 건설에 해당하는 2단계 확장 공사에 대해 가스공사 이사회가 변화된 정책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 승인한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2단계 공사를 위한 최종 낙찰자 선정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당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기후환경단체는 법원에 2단계 공사에 대한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보고서의 저자인 기후솔루션 김서윤 연구원은 “LNG 수요가 감소하고 2050년까지 국내 LNG 터미널의 대규모 좌초자산이 예상되는 만큼, 당진 LNG 터미널의 2단계 사업을 포함한 신규 확장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이제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흐름에 맞추어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중심의 인프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당진환경운동연합 김정진 사무국장은 “당진은 전국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지로서 석탄발전에 따른 환경적 피해를 오랫동안 감내해 왔다. 그런데도 좌초가 예정된 LNG 터미널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당진을 다시금 화석연료 거점으로 전락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지역의 탄소중립 전환 노력이 무너지고 미래가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당진 LNG 터미널의 무분별한 확장 공사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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