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행정처분 아니다” 절차적 판단…출력제어 조치의 필요성·타당성은 다루지 않아
출력 줄여도 행정소송 대상 안 돼, 재생에너지 제한, 책임 공백 구조 드러나
화력발전 우선 운영부터 손봐야…필수운전 축소·최소발전용량 완화·계통 정보 공개 필요
2023년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조치와 관련해 제기된 행정소송에 서울행정법원은 출력제어 조치를 행한 주체와 해당 조치의 법적 성격을 이유로 지난 1월 29일 소를 각하했다. 법원은 태양광발전사업자들에게 출력제어 사실을 통보하고 실제로 집행한 주체는 전력거래소가 아니라 한국전력공사라고 판단했으며, 나아가 한전의 출력제어 조치는 행정청이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발전사업자와의 계약관계에 기초한 사법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출력제어 조치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며, 한전과 전력거래소 모두 행정처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행정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본안 판단 없이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법원은 판결에서 전력거래소의 역할을 전력계통 운영을 위한 제어계획 수립과 목표 제어량 통보에 한정하고, 어떤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얼마만큼 출력제어를 할지 결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주체는 한전이라고 판단했다. 태양광발전사업자와 한전 사이에 체결된 전력구입계약과 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계약에는 이미 ‘필요 시 출력제어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한전은 계약상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판결이 출력제어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한 결정이 아니라, 오히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행정적·사법적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 판단이라고 본다. 법원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면, 전력계통 안정이라는 공적 판단에 따라 사실상 공권력에 준하는 효과를 갖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이를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출력제어가 반복되고 확대되는 현실 속에서, 그 적법성과 필요성에 대한 실체적 판단은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가 더 이상 개별 사업자의 계약 분쟁으로만 다뤄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출력제어는 재생에너지 투자 환경, 지역 수용성,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직결된 정책 사안이며, 그 책임 역시 개별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정책을 설계·집행하는 주체가 져야 한다. 사법부 판단의 한계가 확인된 지금, 문제 해결의 중심은 정책과 제도의 영역으로 옮겨가야 한다.
이번 판결이 드러낸 구조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계통 운영 전반에 대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재생에너지의 급증이 아니라, 석탄·가스·원자력 발전의 발전량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계통 운영 구조에 있다. 필수운전 발전기가 광범위하게 지정되고, 발전기별 최소발전용량이 과도하게 보장되는 한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마다 재생에너지가 먼저 줄어드는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 도입되어 전국 확대 예정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도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개선하는 데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선 필수운전 발전기 지정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계통 안정성이라는 명분 아래 열공급, 시운전, 자체시험, 발전소 설비 안정 운영 관련 등 자기제약 사유까지 포함해 폭넓게 지정되는 필수운전 발전기를 최소화하고, 계통제약 등 실제 계통 안정성 유지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해외 주요국들은 동기조상기 도입, 보조서비스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한국 역시 화력발전 중심의 필수운전 관행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한 계통 운영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전영환 교수는 “앞으로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을 계획할 때 열병합·원전 등 자기제약 발전기 또한 입찰에 참여하여 재생에너지와 경쟁해야 한다”라며 “발전기 자기 사유로 발전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특혜 시비를 유발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 현재 국내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은 해외 권고 수준에 비해 높고 그 산정 근거 역시 투명하게 검증되지 않고 있다. 최소발전용량을 과도하게 보장하는 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기술적·제도적 개선을 통해 최소출력 이하 운전을 확대해야 한다.
에너지전환포럼 석광훈 박사는 “태양광 출력제어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라며 ”중국 정부조차 변동성 재생에너지 주도 전력망에 적응하도록 지난 2021~2025년 가동 중 석탄화력발전 300GW 설비를 개조해 최소발전용량을 30%까지 낮추는 작업을 완료했다”라고 말했다. 석 박사는 또한 “반면 국내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은 대략 50~60%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이며, 유연성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추세에 따라 최소발전용량을 낮출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계통 접속 제한에 관한 정보 공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출력제어가 언제 어떤 사유로 어떤 발전기를 대상으로 이뤄졌는지 필수운전 발전기 지정이 계통 제약인지 자기제약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공개돼야 한다. 계통관리변전소 지정 역시 송전선로와 변전설비의 실제 여유 용량과 수급 상황에 대한 객관적 근거 없이 일괄적으로 시행돼서는 안 된다. 투명한 정보 공개 없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주다윤 연구원은 “그동안 전력당국은 계통 신뢰성을 명분으로 필수운전 발전량 축소 논의를 회피해 왔지만, 실제로 계통에 반드시 필요한 발전기와 발전사가 자의적으로 설정한 자기제약 발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이를 구분하고, 계통 유연성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화력발전 보장을 제한하도록 현행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의 육지 확대에 앞서 3월부터 호남 지역에 실시될 준중앙급전제도에 대해서 “재생에너지 자원을 중앙급전 체계에 편입시키려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화력발전을 과도하게 보장하는 기존의 계통 운영 구조를 그대로 둔 채로는 국가 에너지 전환 목표를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김정진 사무국장은 “충남 당진은 전국에서 화력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주민들은 그로 인한 건강 피해를 수십 년째 감내해 왔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햇빛과 바람으로 만든 깨끗한 재생에너지를 버리면서까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화력발전을 우선 가동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재생에너지가 들어설 자리를 만들고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도하게 보장된 화력발전 운영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각하 판결을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논의를 끝내는 결정이 아니라, 정책적 책임을 더욱 분명히 묻는 출발점으로 본다. 사법적 판단의 한계가 확인된 지금, 정부와 전력 당국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계통 전환을 위한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기후솔루션은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출력제어와 접속 제한의 구조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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