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 혼소는 석탄발전 수명 연장 꼼수, 지역사회 건강권·비용 부담만 가중
정부 지원 철회에도 사업 강행… ‘사우디 블루암모니아’ 무산 위기에 공급처 변경 논란
3년 새 사업비 4배 폭등(400억→1520억)… “삼척 혼소계획 철회하고 조기 폐쇄, 정의로운 전환 나서야”
정부가 석탄-암모니아 혼소발전 지원 중단을 공식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남부발전이 삼척그린파워에서 해당 사업을 강행하며 정책 역행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사업의 전제였던 핵심 연료 공급망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에서 추진되는 이번 사업에 대해, 지역사회와 환경단체는 불확실한 연료와 폭등한 예산으로 점철된 ‘유령 사업’이라 규정하며 전력거래소와 남부발전 간의 계약 취소 및 사업 전면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삼척지역 및 기후 시민사회단체들은 15일 삼척 시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삼척그린파워의 석탄-암모니아 혼소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석탄과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는 방식이 ‘2040 석탄발전 폐쇄’ 정책과 배치된다고 판단해 입찰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환경과 달리, 2024년 낙찰된 삼척그린파워만이 홀로 남아 계속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주최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멈추겠다고 선언했는데 공공기관인 남부발전이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심각한 정책 모순”이라며 “전력거래소는 청정수소발전 계약을 즉각 취소하고, 혼소에 투입될 예산과 행정력을 석탄발전 조기 폐쇄와 지역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에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남부발전에 대해서는 “삼척그린파워 암모니아 혼소 설비 개조와 관련 계약 추진을 중단하고, 정부와 관계 기관은 혼소에 투입될 예산과 행정력을 석탄발전 조기 폐쇄와 정의로운 전환 대책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 성원기 명예교수는 “삼척그린파워는 2024년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입찰에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낙찰돼 석탄-암모니아 혼소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이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입찰을 취소하며 석탄-암모니아 혼소 정책을 정리한 만큼, 기후대응 효과는 미미하고 발전비용 상승과 주민 건강권 악화 우려가 큰 삼척그린파워 혼소 사업도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척시민의 이름으로 삼척그린파워 석탄-암모니아 혼소 사업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기조와 전면 배치될 뿐 아니라, 연료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사업의 좌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삼척그린파워 혼소사업은 2028년부터 15년간 상업운전을 계획하고 있으나, 낙찰 당시 핵심 전제였던 삼성물산의 ‘사우디 SAN-6 블루암모니아’ 사업이 현재까지 최종투자결정(FID)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남부발전은 판매처 미확보와 경제성 부족을 사유로 꼽았으며, 이는 결국 사업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남부발전이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그린암모니아 와 같은 다른 공급원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낙찰 당시와 다른 조건으로 자격 취소나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애당초 삼척 혼소 인프라 사업비는 2022년 약 400억 원에서 2025년 1520억 원까지 약 3.8배 폭등할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연료 공급 불확실성까지 더해질 경우, 사업의 경제적 위험성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영락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삼척그린파워 혼소사업은 최근 드러난 연료 불확실성으로 인해, 애초 낙찰 당시 제시됐던 사업 전제가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판매처 미확보와 경제성 부족으로 기존 블루암모니아 사업의 최종투자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 구조까지 달라진다면,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정된 그린암모니아는 석탄발전 연명에 투입할 것이 아니라 철강, 해운, 비료, 화학처럼 대체 수단이 부족한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에 우선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민 건강권 위협 역시 심각한 과제다. 암모니아 혼소 시 발생하는 독성 물질 배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발전소 부지 반경 500m 이내에 학교 두 곳이 위치해 있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상임고문 박홍표 신부는 “삼척은 과거 석탄발전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겪은 지역”이라며 “주민의 생명과 건강, 다음 세대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두고 또다시 석탄과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는 실험적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삼척은 더 이상 석탄-암모니아 혼소발전의 실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방향을 바꾸고 석탄발전의 조기 폐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연료 조달 불확실성 속에서도 오는 6월 설비 개조를 위한 EPC 계약이 추진되는 점을 비판하며, 정부와 남부발전이 실효성 없는 혼소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정의로운 전환 대책으로 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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