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민 16명, 국토교통부 상대로 용인 국가산단 승인취소 소송 제기
용인 국가산단, 3GW 신규 LNG발전 건설 계획…”국민 건강·생명·환경권 침해”
가스발전 감축방안 미흡, 온실가스 배출량 누락…기후변화영향평가 부실성 지적돼
“LNG발전 기반 산단은 삼성전자 수출 경쟁력에도 방해된다”
사진 1.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가스발전 기반 용인 국가산단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이하 용인 국가산단) 사업이 탄소중립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데다 기후위기 및 경제적 위험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며 시민들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5일 경기환경운동연합·기후솔루션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 국가산단 계획의 승인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용인 국가산단 사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의 생명·건강·환경권 침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취지다. 이번 소송에는 용인시 주민 5명을 포함한 전국 시민 16명이 원고로 참여했으며, 이날 기자회견에는 용인시 원고 1명이 직접 참석해 발언을 진행했다.
용인 국가산단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삼성전자가 360조 원을 투자해 6개의 반도체 생산시설(팹·Fab)을 건설하는 초대형 국가 전략사업이다. 가동을 위해선 총 10GW의 추가 전력이 필요하며, 이는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하지만 이를 충당하기 위한 전력공급 계획은 탄소중립 목표에 역행하며, 주민들의 심각한 건강 피해를 불러올 우려가 크다. 정부는 3GW 용량의 신규 LNG(액화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LNG 발전은 석탄 발전의 80%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연소 과정에서 막대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해 주민들의 생명·건강·환경권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경기도 내 LNG 발전소가 집중되는 현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35년까지 최대 462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사진 2. 이번 소송의 원고인 용인시 주민 김춘식 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 국가산단 사업의 적절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오히려 부실하게 수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의 임장혁 연구원은 “기후변화영향평가서는 3GW의 LNG 발전을 ‘수소 혼소발전’(수소와 LNG를 함께 태우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소 조달 방안 없이 ‘해외 공급 및 인프라 개발 여부’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고만 명시했다”라며 “결국 수소 조달이 어려워지면 그냥 LNG 발전소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소를 50% 혼소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률은 22%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화석연료에서 만든 블루수소를 사용할 경우 감축 효과는 사라진다. 게다가 수소 혼소발전 비용이 평균 전력가격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효과도 없는 데다 비용 부담만 큰 계획”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용인 국가산단에서 발생할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소 평가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LNG 발전 외에 나머지 7GW 전력공급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후변화영향평가서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전력공급 과정에서 나올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932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를 포함할 경우 2050년 용인 국가산단의 전환 부문 직접 배출량은 기존 기후변화영향평가서에서 제시한 수치(977만 톤)의 약 4배에 이르게 된다.
기후솔루션 리걸팀의 김건영 변호사는 “용인 국가산단의 기후변화영향평가는 대규모 전력공급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누락하고 실질적인 감축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며 “기후변화영향평가는 국가 주요 계획과 개발사업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대응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이를 무력화하지 않으려면 이번 사안에 대한 엄중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이번 소송의 법적 근거를 설명했다.
사진 3. 기후솔루션 리걸팀 김건영 변호사가 소송의 법적 근거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이러한 결점에도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용인 국가산단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이는 2023년 3월 용인시가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된 지 1년 9개월 만이며, 국가산단 승인 절차가 통상 4년여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이번 소송의 원고로 참여한 용인시 주민 김춘식 씨는 “용인 국가산단 사업이 충분한 검토를 토대로 추진된 것인지 묻고 싶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 요구되는 지금, 이에 대한 정책 반영은커녕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특히 LNG 발전소 건설은 졸속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용인 국가산단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의 김현정 사무처장도 “경기도는 10년마다 평균 기온이 약 0.8도씩 상승하고 있으며, 인구 및 산업 집중으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기후변화영향평가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데다, 지속가능한 터전을 위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용인 국가산단 사업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4. 경기환경운동연합 김현정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한편, LNG 발전을 기반으로 하는 용인 국가산단 사업이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됐다. 임장혁 연구원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들은 공급망 탈탄소화 달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고,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이미 ‘RE 100’ 목표 달성 시점을 2040년으로 10년 앞당겼다”라며 “재생에너지가 곧 산업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서 LNG 발전 기반의 생산공정은 삼성전자의 수출 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RE 100’ 캠페인에 참여하며 고객사들에게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의 완전한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가스 발전에 기대는 용인 국가산단에 360조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의 투자 계획을 밝힘으로써, 결과적으로 화석연료에 또다시 의존하는 행보를 보였다.
경기환경운동연합·기후솔루션은 △국토교통부는 졸속으로 진행된 용인 국가산단 계획 승인을 취소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LNG 발전 기반의 전력공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며 △삼성전자는 ‘2050년 RE 100’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해 정부에 재생에너지 기반 국가산단 조성을 적극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스발전 기반 반도체 국가산단계획 승인처분 취소소송 기자회견문>
오늘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그리고 화석연료 기반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의 예비 피해 시민으로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해 말, 정부는 ‘국가 2050 탄소중립 목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용인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계획을 승인하였습니다. 우리는 지역 주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 본 소송을 제기합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위해서는 총 10GW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 규모로, 엄청난 규모의 신규 발전원을 필요로 합니다. 정부는 3GW LNG 발전소 건설 및 동해안 석탄발전소를 더 돌려서 10GW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화석연료 확장 계획은 막대한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여 용인 등 지역 주민은 물론 동해안 지역 주민, 그리고 기후변화 취약지역 주민들의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을 위협합니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촉구합니다.
첫째, 국토교통부는 졸속으로 추진된 국가산단계획 승인처분을 취소해야 합니다.
지난 12월 말, 정부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을 승인하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포함한 각종 인허가 과정이 면제되었습니다. 원래 4년여간 걸리는 산단 지정 과정이 1년 9개월 만에 완료되었습니다. 급하게 추진된 만큼 용인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에 주변 주민들의 피해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고민은 결여되어 있습니다. 특히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대한 기후변화영향평가는 10GW의 전력수요를 어떻게 탈탄소화 할 것인지에 대해 실현가능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 계획이 유지될 경우 용인반도체 국가산단 뿐만 아니라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만들어진 기후변화영향평가 제도를 유명무실화하는 결과로 이어져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입니다.
둘째,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국가산단의 LNG 발전 기반 전력공급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LNG 발전소는 연소 과정에서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 막대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합니다. 이러한 대기오염물질은 천식, 만성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지역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경기도에 LNG 발전소가 집중되어 2035년까지 최대 462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LNG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경기도민의 건강권을 빼앗는 악행으로, 중단되어야만 합니다.
셋째, 삼성전자는 RE100 달성 로드맵을 공개하고 정부에 재생에너지 기반의 국가산단 조성을 촉구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글로벌 기후 이니셔티브인 RE100에 가입하며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재생에너지 활용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전력도 탈탄소화 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려 10GW의 추가 전력 수요 또한 화석연료로 쓰겠다는 것은 국민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고객사들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삼성전자는 360조원을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에 투자하여 6개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촉구해야 합니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조속히 용인반도체 국가산단의 전력 조달 계획을 포함한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를 신속하게 이행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지역주민을 포함한 국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미래세대에 가중된 피해를 야기할 것입니다. 화석연료 확장은 중단되어야 하기에 우리는 정부의 LNG 기반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을 강력히 규탄하며, 서울행정법원은 중대한 결함이 있는 본 계획의 승인을 취소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다시금 아래와 같이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하나, 국토교통부는 부실한 기후변화영향평가 등 졸속으로 진행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계획 승인을 취소하라
하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LNG 발전 기반 전력공급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
하나, 삼성전자는 2050 탄소중립 및 RE100 달성 로드맵을 공개하고 정부에 재생에너지 기반의 국가 산단 조성을 촉구하라
2025년 3월 5일
경기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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