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LNG선 금융서 '재무건전성 미달'… 단순 실적 악화 아닌 '자산 가치 하락'
2035년 최대 480억 달러 좌초자산 경고에도, 수은 9.5조 원 묻지마 대출
제2의 유조선 파동 우려, 수은은 7100억 원 추가 투입 계획
120건 중 19%는 용선처 없는 '투기 발주'… 리스크는 국민이 안고 이익은 유럽 선사가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한 LNG 운반선 금융 포트폴리오에서 '선박 가치 하락'으로 인한 재무약정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탈탄소 기조로 LNG 운반선이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것이란 경고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지만, 수은은 빠르면 이달 약 7100억 원 규모의 신규 금융을 추가로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솔루션은 지난달 차규근 의원실이 수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영국 런던대학교(UCL) 에너지연구소 및 쿠네 기후 센터(KCC)와 함께 공동 개발한 '화석연료 운반선 투자 리스크 모니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은의 LNG선 금융 포트폴리오의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표1. 2021-2025년 수출입선박금융 중 재무약정 위반 및 조건 변경 4건 개요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은의 선박금융에서 발생한 재무약정 위반 사례는 총 4건으로, 모두 LNG 운반선에서 발생했다. 특히 이 중 2025년 6월에 발생한 사례를 보면, 인도된 지 불과 3년밖에 안 된 선박 2척이 '선박 가치 변동(하락)'으로 인해 재무건전성 비율 기준에 미달했다.
나머지 건의 사유인 ‘지급여력비율(Solvency Ratio) 미달’과 ‘순운전자본 음(-)’ 역시 자산 가치 하락으로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거나 현금흐름이 악화한 사례로 재정적 위기 징후를 시사했다.
수은은 이를 모두 ‘일회성 면제(Waiver)’ 처리해 대출이 정상 유지되는 것처럼 포장했다. 재무약정이 위반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부실금융으로 분류하지 않은 채 대출을 유지한 것이다. 당장 부실 대출로 처리하면 수은 스스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재무적 부담이 있으니, 장부상 문제가 없다고 처리해 잠재적 부실 위험을 뒤로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준호 기후솔루션 수석자문위원은 “이는 단순한 해운사의 단기 자금 경색이 아닌, 시장 가격 하락이 '좌초자산 리스크'로 전이될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UCL "2035년 최대 51% 좌초"… 타 선종과 달리 '용도 전환'도 불가
이러한 선박 가치 하락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LNG선 공급 과잉이 자리한다. 현재 321척(총 690억 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이 건조 중이며, 이는 현재 운항 중인 전체 선단의 39%에 달하는 물량이다. 더욱이 LNG 운반선 평균 수명인 약 38년에 비해 현재 중위연령이 5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운항 중인 선박만으로도 2050년 이후까지 과잉 공급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UCL과 KCC의 투자 리스크 모니터에 따르면, 파리협정의 1.5℃ 목표에 부합하는 시나리오 하에서 2030년까지 신규 발주가 지속될 경우 2035년에는 총 520억 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 중 51%가 미가동 상태(좌초 위험)에 놓이게 된다. 심지어 에너지 전환이 더딘 2.5℃ 온난화 시나리오에서도 2035년 기준 최대 22%의 선박이 초과 공급으로 인한 좌초 위험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NG 운반선의 재무 리스크가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경직성'에 있다. 원유나 석유제품, LPG 운반선은 향후 수요 감소 시 바이오연료나 암모니아, 화학제품 운반선 등으로 개조할 수 있는 옵션이 잇지만, LNG 운반선은 다른 화물 수송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다. LNG 운반선은 화석연료 수요 감소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단 의미다.
용선처 없어도 9.5조 묻지마 대출… 리스크는 KRX 상장사 및 국민이 부담
이런 우려 속에서도 수은은 이르면 이달 승인을 목표로 약 7100억 원(5.21억 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 금융 10건에 대해 추가 상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금융 승인을 검토 중인 선박 상당수가 카타르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인도 예정인 LNG 운반선 상당수가 카타르산 LNG 수송을 목적으로 건조된 데다, 그간 수은이 금융 지원을 제공해 온 선사들 역시 카타르와 연관성이 깊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타르 국영 선사인 나킬라트와 더불어 크누센 등 카타르에너지와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한 선사들 역시 수은의 지원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카타르에너지는 미-이란 전쟁 이후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을 대상으로 장기계약에 대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기 때문에, 용선계약이 체결된 선박조차 계약 이행 여부를 완전히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확대되는 금융 지원 규모와 달리 수은의 리스크 관리 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다. 2015년 이후 수은이 해운사에 지원한 화석연료 운반선 금융 15.3조 원 중 LNG선은 120건, 약 9.5조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이 120건 중 23건(19%)이 용선계약조차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승인된 이른바 '투기 발주' 물량이라는 점이다. 수은은 이러한 투기 발주 선박에 대해 별도의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이나 독립적인 리스크 한도를 두지 않고 자금을 지원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수은의 LNG 금융 쏠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후솔루션이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 기획재정위원회)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수은은 최근 10년간(2015~2025년) LNG 운반선에만 총 41.3조 원(대출 13조 원, 보증 28.3조 원)을 지원했다. 산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5개 공적 금융기관의 지원 규모를 모두 합치면 그 액수는 무려 58.8조 원에 달한다.
차규근 의원은 “수은은 이미 작년 10월 카타르 국영 선사 나킬라트(Nakilat)와 2조 7천억 원 규모의 LNG 운반선 금융계약을 발표했다”며 “용선계약이 없으면 위험하고 있어도 이행이 안 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LNG 운반선 포트폴리오 전체에 대해 지정학적 공급 리스크를 포함한 체계적 리스크 평가를 실시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막대한 공적 자금의 주요 수혜자는 국적 선사가 아닌 그리스(40건), 영국(30건), 노르웨이(26건) 등 유럽계 선사들이었다. UCL 분석에서도 글로벌 좌초 위험 금액이 가장 큰 국가는 그리스(120억 달러)로 꼽혔다.
결과적으로 한국 공적 금융기관이 대규모 좌초자산 리스크를 떠안고, 상업적 이익은 해외 해운사로 귀속되는 비정상적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또, 이러한 고위험 선박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식이 한국거래소(KRX)를 비롯한 주요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어 국내 금융 시장으로의 리스크 전이 우려도 제기된다.
기후솔루션 신은비 연구원은 “수은의 LNG선 금융은 이중위험에 노출돼있다”며 “이미 재무약정 위반이 발생하고 공급 과잉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LNG 인프라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초래할 구조적 위험을 고려해 공적 금융 지원의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좌초자산 위험이 확인된 화석연료 운반선 대신 해상풍력 설치선이나 청정 연료 추진시스템 등 미래 선종과 재생에너지 인프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게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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