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발전 삼척 혼소사업, 낙찰 전제였던 SAN-6 블루암모니아 사업 장기 표류
인도발 대체 공급원 검토 정황 속 입찰제안 내용 변경 여부 쟁점으로
경제성·제도 정합성·정책 방향 모두 흔들… 석탄-암모니아 혼소 중단 요구 커져
한국남부발전의 삼척그린파워 석탄-암모니아 혼소 사업이 핵심 전제였던 해외 암모니아 연료 조달 구조부터 흔들리면서 사업 전반의 재검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척그린파워 혼소 사업은 석탄화력발전소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의 사업으로, 국내에서 추진된 대표적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 사업이다. 정부는 한때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를 통해 이러한 발전사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는 방식이 실질적인 탈탄소 전환이 아니라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삼척그린파워 사업은 낙찰 당시 핵심 근거로 제시됐던 연료 공급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다른 공급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사업의 실현 가능성뿐 아니라 애초 평가받은 사업과 같은 사업인지까지 다시 따져봐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23일 국회의원 이용우 의원실이 한국남부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척그린파워 혼소 사업의 연료 도입 사업으로 알려진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SAN-6 블루암모니아 사업은 아직 최종투자결정(FID)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해당 사업의 목표 최종투자결정 시점은 2024년 4분기였으나 현재까지도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한국남부발전은 그 사유로 판매처 미확보와 경제성 확보 불가를 제시했다. 다시 말해, 삼척그린파워 혼소 사업은 낙찰 당시 핵심 전제로 제시된 연료 공급 사업 자체가 아직 출발선에 서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사업의 가장 중요한 기반 가운데 하나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이 단순히 “사업이 조금 늦어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남부발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현재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의 그린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방향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6일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 공시를 통해 삼성물산과 릴라이언스 간 장기 연료공급계약(SPA) 체결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삼성물산이 당초 알려진 SAN-6 사업 외 다른 공급원을 통해 연료 조달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삼척그린파워 사업은 중동 SAN-6 블루암모니아 사업을 중심으로 가격평가와 비가격평가를 거쳐 낙찰된 사업인 만큼, 실제 공급 구조가 달라진다면 처음 입찰에서 평가받은 사업과 지금 추진되는 사업이 동일한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연료 공급 구조는 사업비, 이행 가능성, 사업 신뢰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이를 단순한 거래선 조정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척그린파워 혼소 사업은 2024년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뒤 2028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해 15년간 운영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그러나 사업은 애초부터 지역사회 건강 피해 우려와 높은 비용 문제로 논란을 빚어왔다. 앞선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혼소할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 증가 가능성이 제기돼 왔고, 혼소 설비 개조와 연료 도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역시 결국 전기요금 등을 통해 시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공개자료에 따르면 삼척 혼소 인프라 사업비는 2022년 약 400억 원에서 2025년 말 1520억 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연료 공급의 핵심 전제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사업의 경제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더 키우고 있다.
이 사업이 놓인 정책 환경도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 애초 삼척그린파워는 정부가 수소·암모니아 활용 발전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흐름 속에서 추진됐지만, 최근 청정수소발전시장 운영 방식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사업의 제도적 기반도 예전보다 불확실해지고 있다. 정부가 2040년 석탄발전 폐지를 목표로 제시하고,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와 전환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에서, 삼척그린파워처럼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는 사업은 정책 방향과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점점 더 설득력을 잃고 있다. 2025년 청정수소발전시장 공고가 취소되면서 후속 사업의 구체 방향은 불확실해진 만큼, 삼척그린파워는 제도 전환과 정책 재편 사이에 홀로 남은 과도기 사업처럼 보이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도 운영 측면에서도 확인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 운영규칙 제17조와 경쟁입찰 공고에 따르면 입찰제안서에 제시한 내용과 다르게 사업이 추진될 경우 관련 위원회의 심의 의결로 계약 해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삼척그린파워 혼소 사업은 낙찰 당시 제시된 연료 공급 사업이 장기간 진척되지 못한 데다, 실제로 다른 공급원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관리기관인 전력거래소가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낙찰 당시 사업 내용과 현재 추진되는 사업의 핵심 전제가 달라진다면, 이는 단순한 사업 조정이 아니라 입찰의 공정성과 제도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에 따르면 현재 삼척그린파워 혼소사업의 발전소 개조를 위한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설계와 부품 조달, 공사의 일괄 계약 형태) 계약은 오는 6월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연료 공급 사업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인데 설비 투자와 공사 절차는 앞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핵심 연료 조달 구조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비 투자부터 집행하는 것으로, 향후 더 큰 비용과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업이 실제로 어떤 연료 구조 위에서, 어떤 조건으로 운영될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부터 서두르는 방식은 공공사업으로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용우 국회의원은 “최근 전력거래소의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재검토 발표에서도 확인되듯 암모니아·수소 혼소 사업은 경제성과 제도적 실효성 측면에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2040년 석탄발전 폐지를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석탄발전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는 방식은 실질적인 전환이라기보다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가깝다. 현재 추진 중인 삼척그린파워 석탄-암모니아 혼소 사업 역시 동일한 기준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홍영락 연구원은 “판매처 미확보와 경제성 부족으로 블루암모니아 사업의 FID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초 낙찰의 전제가 됐던 연료 공급 구조까지 달라진다면 삼척그린파워 혼소 사업은 처음 제시된 사업과 같은 사업인지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한정된 그린암모니아는 석탄발전 연명에 투입할 것이 아니라 철강·해운·비료·화학처럼 대체 수단이 부족한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에 우선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사안을 두고 삼척그린파워 석탄-암모니아 혼소 사업이 더 이상 단순한 ‘준비 중인 미래 사업’이 아니라, 연료조달과 경제성, 제도 정합성, 정책 방향 모두에서 재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사업이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핵심 연료 공급 사업은 장기간 진척되지 않고, 실제 연료 공급 구조도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설비 건설부터 밀어붙이는 것은 사업 정상화가 아니라 손실과 논란을 키우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남부발전, 전력거래소는 삼척그린파워 혼소 사업이 과연 처음 낙찰 당시 제시된 내용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중단과 재검토가 필요한 사업인지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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