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40 탈석탄 추진, 신규 개발 계획 없어…일본과 탈석탄 경로 갈라져
운영 석탄 40GW 중 절반 2040년 이후 폐쇄 계획 불투명…공적투자 전환과 폐쇄 일정 구체화해야
전 세계 석탄발전 용량은 늘었지만 발전량은 감소…설비 증설과 실제 이용 간 괴리 확대
전 세계 2025년 폐지 예정 석탄발전기 약 70% 폐지 지연…한국도 2040 탈석탄 로드맵을 선언 아닌 실행계획으로 만들어야
미국 기후·에너지 연구기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 GEM)가 발간한 연례 보고서 ‘석탄의 경제 대전환(Boom and Bust 2026)’에 따르면, 한국은 신규 석탄발전 개발을 중단하며 일본과 다른 탈석탄 경로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로 11년째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전 세계 석탄발전 설비 현황을 추적하는 대표 보고서로, Global Energy Monitor 외에도 기후솔루션을 비롯해 Kiko Network, CREA, E3G, Reclaim Finance, Trend Asia 등 세계 환경·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GEM은 한국이 무감축 석탄발전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신규 석탄발전 개발을 중단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한국이 석탄에 대한 공적투자의 규모와 역할을 재검토하고, 청정에너지 보급에 더 큰 비중을 둘 수 있는 정책 공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2025년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준공했으며 현재 개발 중인 신규 석탄발전 설비는 없다. 다만 운영 중인 석탄발전 설비는 여전히 약 40GW에 달하고, 이 가운데 약 절반만 2040년 이전 폐쇄 계획이 잡혀 있다. GEM 보고서는 한국의 운영 석탄발전 설비를 41.5GW로 집계했으며, 이는 국내 전력통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중앙급전 석탄 기준보다 비중앙 석탄, IGCC 및 일부 혼소·열병합 설비를 포함한 수치다. 2025년 한 해 폐지된 석탄발전 설비는 0.5GW였고, 2015년 이후 누적 폐지 규모는 3.9GW로 집계됐다.
이는 신규 석탄발전 ‘0GW’가 탈석탄의 완료가 아니라 출발점임을 보여준다. 한국이 일본과 다른 경로에 들어선 것은 의미 있는 변화지만, 남은 40GW 석탄 설비를 언제, 어떤 순서로, 어떤 대체 투자와 함께 줄일지 구체화하지 않으면 2040년 탈석탄 목표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
일본은 한국과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일본은 기존 석탄발전 설비 안에서 점진적인 배출저감 조치에 주로 의존하고 있으며, 석탄발전 폐지에 관한 포괄적 결정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일본은 53GW 규모의 석탄발전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큰 편이며, 세계 5위 규모다. 일본은 아직 구속력 있는 국가 차원의 석탄발전 폐지 일정을 채택하지 않았다.
보고서의 한일 석탄발전소 연령 분포도는 한국의 탈석탄 과제가 단순히 노후 석탄발전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에도 아직 수명이 남은 석탄 설비가 적지 않게 남아 있는 만큼, 정부와 전력당국은 발전소별 폐쇄 일정, 공적투자 전환 원칙, 전력망 활용 방안, 지역과 노동자 지원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GEM은 전 세계적으로도 석탄발전 폐지 약속이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2025년에 폐지될 예정이던 전 세계 석탄발전 유닛의 약 70%가 실제로 폐지되지 않았으며, 유럽연합에서는 예정 폐지의 69%, 미국에서는 59%가 지연됐다. 유럽연합의 경우 2022~2023년 에너지 위기 이후 시작된 폐지 연기의 영향이 이어졌고, 미국에서는 노후 석탄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도록 한 정부 개입이 폐지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대목은 한국에도 중요한 경고다. GEM이 추적한 현재 계획 기준으로 한국 운영 석탄발전 설비의 약 절반만 2040년 이전 폐쇄 일정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전 세계 예정 석탄 폐지의 상당수가 지연됐다는 분석은 한국의 2040년 탈석탄 목표 역시 구체적 실행계획 없이는 미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부가 2040년 이후에도 설계수명이 남은 석탄발전21기를 ‘안보전원’으로 남기는 방침을 유지할 경우, 올해 신규 석탄발전 ‘0GW’라는 탈석탄 전환 개시의 의미 남은 석탄 설비의 장기 유지로 약화될 수 있다.
기후솔루션은 전날 발간한 이슈브리프에서 해당 21기가 총 19.099GW 규모이며, 남은 수명연한 동안 용량요금을 지급할 경우 약 10조 7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석탄발전의 진정한 ‘안보 활용’은 발전기를 대기 상태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폐지부지와 송전망·접속선로를 재생에너지와 ESS, 지역 전환 기반으로 바꾸는 것이다.
정부 계획에도 관련 과제는 일부 포함돼 있다.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석탄발전소 폐지부지를 재생에너지 거점으로 활용하고, 폐지석탄 접속선로를 재생에너지 접속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석탄발전소 폐지지역과 노동자 지원 특별법 제정, 2040년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 수립, 석탄발전 위주의 발전공기업을 재생 중심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문제는 이 과제들이 남은 석탄 설비의 폐쇄 일정과 얼마나 구속력 있게 연결되는지다.
크리스틴 시어러(Christine Shearer) GEM 글로벌 석탄발전 추적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국과 일본 모두 수입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장기 전력비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지난해 석탄발전 폐지 약속을 통해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는 한국이 미래 에너지 체계에서 석탄의 위치를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며, 반대로 일본은 명확한 석탄 퇴출 계획이 없는 주요 경제국으로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아일린 리퍼트(Ayleen Lippert) 연구원은 “전 세계 석탄 전환은 속도를 내고 있으며, 국가 기후목표를 통해 배출량을 대폭 감축해야 하는 한국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기회를 갖고 있다”며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 녹색채권과 같은 수단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 경제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코네트워크의 스즈키 야스코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일본이 중동 분쟁으로 인한 화석연료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지금, 우리는 재생에너지를 시급히 확대하고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LNG를 ‘전환연료’로 규정하는 한편,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암모니아와 수소 혼소를 배출저감 수단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일본이 석탄발전 폐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에너지 안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지금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석탄발전 현황: 설비는 늘었지만 발전량은 줄어
2025년 전 세계 석탄발전 설비용량이 계속 늘었지만 실제 석탄발전량은 감소했다고 분석됐다. 전 세계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3.5% 증가한 반면, 석탄발전량은 0.6% 줄었다. 이는 석탄 설비 증가가 실제 석탄발전량 증가로 자동 이어지지 않으며, 전력안보 논의에서도 설비 보유보다 실제 이용도와 대체 전원 투자를 함께 봐야 함을 보여준다.

중국과 인도에서도 같은 괴리가 나타났다. 중국은 2025년 석탄발전 설비가 6% 증가했지만 석탄발전량은 1.2% 감소했다. 인도는 설비가 3.8% 증가했지만 발전량은 2.9% 줄었다. 두 나라 모두 풍력과 태양광이 신규 전력수요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충당하면서, 석탄 설비 증가와 실제 석탄 이용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2025년 신규 및 재개된 석탄발전 프로젝트가 161.7G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중국은 500GW가 넘는 석탄발전 설비를 개발 중이다. 이들 프로젝트가 실제로 건설될 경우, 중국은 석탄 소비 감축을 약속한 제15차 5개년 계획 기간(2026~2030년)에도 수년간 석탄 확대 경로에 묶이게 된다.
인도에서는 2025년 신규 및 재개된 석탄발전소 제안이 27.9GW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인도는 착공 전 계획 단계에 있는 석탄발전 설비 107.3GW와 건설 중인 설비 23.5GW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향후 7년 동안 신규 석탄발전 설비100GW를 추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의 기록적인 증설로 2025년 비화석 전원 설비용량은 전체 발전설비의 절반을 넘어섰다.
석탄발전 개발은 지리적으로 더 좁은 국가군에 집중되고 있다. 신규 석탄발전을 제안하거나 건설 중인 국가는 2024년 38개국에서 2025년 32개국으로 줄었다. 한국은 2025년 2040년 석탄발전 폐지를 약속하며 브라질, 온두라스와 함께 석탄발전 개발 대열에서 이탈한 국가로 언급됐다. 이에 따라 라틴아메리카에는 신규 석탄발전 제안이 남지 않게 됐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지역의 석탄발전 건설 규모는 2025년 전 세계 건설 용량의 5%에 그쳐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 세계 석탄발전 확대는 광범위한 수요라기보다 소수 국가에 의해 점점 더 주도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석탄발전 설비는 2025년 7% 증가했으며, 증가분의 4분의 1은 니켈 및 알루미늄 가공을 위한 자가소비용 석탄발전과 관련돼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총 제안 석탄발전 설비 규모에서도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제안 규모는 11GW로, 계통 연계 신규 계획과 계통 밖 자가소비용 석탄발전 제안이 모두 포함된다.
튀르키예에서는 현재 활성 상태의 석탄발전소 제안이 단 1건만 남아 있다. 이는 2015년 70건이 넘던 제안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인도를 제외한 남아시아 지역의 석탄발전은 대체로 수입 의존도가 높다. 파키스탄은 분산형 태양광을 빠르게 보급해 변동성이 큰 화석연료 시장에 대한 안정성을 높인 반면, 방글라데시는 화석연료 발전에서 기술적 문제와 연료 공급 문제를 겪고 있으며 아직 의미 있는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신규 석탄발전 설비 준공이 3년 연속 감소했다. 다만 2026년 새롭게 나타난 가스 공급 차질로 인해 일부 국가는 기존 석탄발전 설비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됐다.
Global Coal Plant Tracker 소개
Global Coal Plant Tracker는 전 세계 30MW 이상 석탄발전 설비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다. 운영 중인 모든 석탄발전 설비, 2010년 이후 제안된 신규 설비, 2000년 이후 폐지된 설비를 추적하며, 기초 데이터는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업데이트된다. 4월과 10월에는 중국 외 지역의 제안 석탄발전 설비에 대한 부분 업데이트도 제공된다.
Global Energy Monitor 소개
Global Energy Monitor는 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데이터, 보고서, 추적 도구를 개발·공개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GEM 데이터는 IPCC, IEA, UNEP, 미국 재무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 공공기관, Bloomberg Terminals와 The Economist 같은 산업 데이터 제공자, 옥스퍼드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등 학술기관에서 참고하는 국제 에너지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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