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9 아제르바이잔, OECD 협상지 프랑스, INC-5 개최지 한국 등 각지서 연쇄 비판
신규 해외 화석연료 금융지원 제한 협상, 주요국 찬성 불구 “반대” 훼방 놓는 한국 겨냥
기후대응 방해꾼에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 한국 사상 첫 불명예 1위
“탄소중립 선언 뒤 해외 화석연료 금융 40% 늘어…한국의 협상 반대는 파리협정 부정”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가 진행중인 아제르바이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 정례회의가 열린 프랑스, 유엔 플라스틱 협약 회의(INC-5) 개최를 앞둔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한국을 향한 전 세계 시민사회의 비판이 들불처럼 번졌다. 이번 경제협력개발기구 정례회의 주요 협상 의제인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금융제한’에 한국이 나서서 반대한다는 소식에 세계 시민사회가 집중포화로 맞받은 것이다.
그림 1. 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화석연료 금융 중단 협상의 영광스러운 득점 순간을 한국이란 골키퍼가 막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시민단체 퍼포먼스. 기후솔루션 제공.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 중인 나라(2020~2022년도 기준)다. 특히 2020년 말 탄소중립 선언 이후,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오히려 늘리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국정감사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신규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액은 14조 3218억원(2017~2020년)에서 20조 3537억원(2021~2024년)으로 40%가량 폭증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 정례회의는 한국의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와 같은 각국 수출신용기구의 해외 투자를 제한하는 협상이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지난 6월 블룸버그의 보도에 의하면, 앞서 지난 6월 개최된 수출신용 정례회의에서 협약 참가국 대부분이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튀르키예가 발목을 잡는 바람에 불구하고 협상이 결렬된 사실이 드러났다.
비판의 포문은 파리의 이번 경제협력개발기구 협상 장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트로카데로 광장(Place du Trocadéro)에 모인 현지 시민사회 단체가 열었다. ‘스톱 토탈’(Stop Total, 토탈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석유 기업), 350.org, 르 브루퀴 코트(Le Bruit Qui Court) 등은 ”OECD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득점을 올리려고 노력 중인 가운데, 한국이 적극적으로 이를 막아서고 있다”며 비판 액션을 진행했다.
그림 2. 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인 캠페이너들이 화석연료 금융 중단 협상을 막고 있는 한국을 형상화 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기후솔루션 제공.
스톱 토탈의 플라비 마할린(Flavie Mahalin) 활동가는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 에너지스(Total Energies)가 주도하는 모잠비크 액화가스(LNG) 사업에 한국 수출입은행이 막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기 위해 액션에 동참했다”라며 “해당 사업은 전 생애 배출량이 유럽연합(EU) 전체 국가의 연간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뛰어넘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가능성이 있고, 지역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 사업에서 즉각 철수하고, 더 이상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을 제공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예술가 운동단체 ‘르 브루퀴 코트’의 클로에 휼린(Chloé Heulin) 활동가는 “모든 과학자들이 더 이상 신규 화석연료 사업이 시작되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라며 “정부들, 특히 한국 정부는 이러한 사업들이 초래할 재앙적 결과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 350.org의 소야라 페티치(Soyara Fettich) 활동가는 "화석연료 사업은 수백만 명의 미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라며 “우리는 한국이 매년 1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 자금을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하며 2015년 파리에서 합의된 ‘지구 온도 1.5°C 상승 제한을 위한 노력’이라는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 모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수십억 달러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에 활용하고, 오염 주체들은 자신이 초래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금융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림 3. 18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한국이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수상했다. 기후솔루션 제공.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앞서와 같은 이유에서 한국이 사상 첫 ‘오늘의 화석상’ 1위의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국 2000개 넘는 기후환경 운동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가 COP 기간 중 하루에 한번 꼴로 기후협상을 늦춘 국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불명예 상으로 1999년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지난해 3위로 처음 수상국 명단에 오른 바 있다.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기후행동네트워크의 케빈 버크랜드(Kevin Buckland) 활동가는 "현재 파리에서 OECD 협상 중인 37개국 가운데 30개국은 이미 화석연료 금융제한에 동참했지만 오늘의 수상자(한국)가 이를 제지하고 있다. 9월에 유출된 (한국) 정부 문서는 (한국) 정부가 어떻게 건설적이지 못한 협상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드러냈다. 전 세계적으로 치명적인 홍수, 폭풍, 그리고 폭염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화석연료 산업 지원을 위해 공적금융을 사용할 때가 아니다. BTS나 삼성, 삼겹살(Korean BBQ)이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지 모르겠지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고 1위 수상 배경을 밝혔다.
화석연료를 가공해 만드는 플라스틱 사용 제한을 논의하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를 앞둔 한국의 시민사회도 세계의 목소리를 맞받아 변화를 촉구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 수출입은행 앞에 모인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 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즉각 화석연료 금융 제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림 4. 그린피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기후솔루션 등의 활동가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그린피스 양연호 캠페이너는 “정부가 OECD 협상에서 액화가스(LNG)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메탄 배출을 줄이겠다는 국제적 약속과 책임을 외면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행위이다. 정부는 가스 중독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자세로 탈화석연료를 향한 국제 협력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배슬기 에너지기후팀 활동가는 “한국은 화석연료 공적 금융 지원규모 세계 2위, 1인당 석탄발전 온실가스 배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율은 세계 평균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태양광 신규 설비용량은 2020년 대비 2023년에 30% 감소했다. 이는 현재 한국의 기후 대응 성적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지표"라며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는 2023년 560GW 이상의 신규 용량이 추가됐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매년 2조 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오늘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시장의 시장 흐름에 적합하단 의미다. 당장 화석연료 공적금융 지원 중단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홍영락 연구원은 “가스 수요 감소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예정된 현실이자 국제적 흐름”이라며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녹색 기술·산업 성장의 시급한 과제를 위해 신규 화석연료 금융을 제한하고, 녹색 투자로 선회해 나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안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공적 금융의 전환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안 합의에 적극적으로 찬성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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