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없으면 일감 84조 경쟁국 유출… 수주 잔량 소진되는 2029년이 분기점
이 대통령 “국제 경쟁은 생태계 경쟁...정부가 조선산업 생태계에 관심 가져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대·중·소 조선사 간 상생 생태계 구축을 강조한 가운데, 정부가 국내 중형 조선소의 녹색선박 전환을 지원하면 전국에 56조 원의 부가가치와 약 2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되지만, 지원하지 않으면 84조 원 규모의 일감을 경쟁국에 뺏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형 조선소 녹색전환의 대한민국 경제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전남·부산·경남에 위치한 중형 조선소 3곳이 녹색선박 건조로 전환할 경우의 경제효과를 2026년부터 2050년까지 25년에 걸쳐 추정했다.
국제 해운·조선 시장은 탄소중립 규제 강화와 녹색선박 수요 확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녹색선박은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비화석연료 기반의 저탄소·무탄소 연료 또는 전기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활용하고, IMO와 국내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2050 넷제로 목표에 부합하는 선박(LNG 추진선 제외)으로, 유럽연합(EU)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며 세계 발주가 빠르게 늘고 있어, 녹색선박 건조 역량 확보는 조선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이 전환은 대형 조선소만의 과제가 아니다. 중형 조선소는 지역 부품·협력업체와 고용이 연결된 산업 생태계의 핵심으로, 이들이 무너지면 국가 조선업 밸류체인과 지역 경제 전반이 함께 흔들린다. 대형 조선사 중심의 전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중형 조선소는 설비 투자 여력과 금융 접근성, 녹색선박 건조 실적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전환을 추진하기 어려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고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①정부 지원이 없어 일감이 경쟁국으로 유출되는 '위기', ②지원을 통해 기존 건조능력을 유지하며 전환하는 '생존', ③전환에 더해 건조능력까지 확장하는 '성장' 시나리오이다.
지원 시, 전국 부가가치 56조, 고용 19만, 수주 85조어치 추가 유발
가장 적극적인 '성장' 시나리오는 '위기' 시나리오와 비교해 25년간 추가 전국 부가가치 56조5000억 원, 조선소 소재 지역에 직접 귀속되는 부가가치 23조6000억 원, 직접고용 19만5936명을 추가로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위해 필요한 지원 금액은 25년 누적 2조3700억 원으로, 지원할 경우 지원하지 않을 때보다 추가로 확보하는 수주금액은 84조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별 25년 누적 지역 단위 경제효과 비교 (3사 합계, 2026~2050년)
수주 잔량 2029년 소진… 시장 본격화 전 선제 지원 필요
보고서는 지원 시점이 효과를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분석 대상 3사가 현재 확보한 수주 물량은 2029년 전후로 소진되며, 이 시점부터 지원 여부에 따른 격차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이 없는 '위기' 시나리오에서는 일감의 80%가 경쟁국으로 유출되는 2030년 이후 연간 수주가 7000억 원 수준에 정체되는 반면, '성장' 시나리오에서는 연 4조 원 이상의 수주가 장기간 유지됐다.
녹색선박 건조 기술과 실적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에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노후화로 교체가 필요한 선박 350척의 약 64%가 2040년 이전에 집중돼 있어, 지원이 늦어지면 발주가 몰리는 시기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같은 예산도 '패키지형 지원'이 고용효과 3배
보고서는 지원 규모뿐 아니라 방식도 효과를 좌우할 것으로 봤다. 동일한 예산(연 4,661억 원)을 조선업에 직접 투입하는 방식과 수요창출·연구개발·인력양성·인프라 구축·인증 지원에 나눠 투입하는 '패키지형' 방식을 비교했더니, 패키지형의 부가가치 효과가 9.1%, 취업유발 효과가 201.5% 높았다. 자본 집약적인 조선업에 자금을 직접 투입하기보다 노동집약적 부문을 함께 지원하는 구조가 고용 효과를 더 넓게 확산시킨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형 3사 편중 우려… 중소형 조선소 맞춤 지원 필요"
부산의 한 중형 조선소는 약 2500명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하며 지역 매출 1위 기업인 르노코리아와 함께 부산 고용을 떠받치는 양대 축으로 꼽히고, 전남과 경남의 조선소들도 각각 지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조선업 재건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파트너로 국내 중형 조선소들이 올라서면서 지역 경제 기여의 선순환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생태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5월 울산에서 열린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요즘 국제 경쟁이 하나의 단일 상품 경쟁이 아니고 생태계 경쟁이기 때문에, 정부가 고용 유지나 조선산업 생태계 유지 및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성장의 과실이 대·중·소 조선사에 골고루 나눠지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행 지원은 이러한 방향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현재 중소형 조선소를 겨냥한 지원은 당면한 유동성 위기 완화나 개별 사업 보조에 집중돼 있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조선업 지원 특별법안 다수가 기업 규모를 구분하지 않아 대형 조선사에 혜택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정책금융기관·지자체·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재원 조달 ▲대·중소 조선소 연계형 블록 건조 ▲정책자금 투입 작업장의 녹색선박 전용화 ▲중소형 조선소 전용 예산 쿼터제 및 선수금환급보증(RG) 특례 등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다.
산업 현장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전환의 절실함에 공감하고 있다. 국내 한 중형 조선소 관계자는 "현재의 인력 유출과 기술 격차는 개별 기업의 자구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라며 "특히 녹색 선박 시장이 확대될수록 대형 조선소로의 인력 쏠림이 심화해, 중형 조선소들은 수주를 하고도 배를 짓지 못하는 역설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단순한 단기 자금 지원을 넘어,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거시적인 정책으로의 수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해운팀 주효경 연구원은 “2050 넷제로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LNG를 제외한 메탄올, 암모니아 등 무탄소, 저탄소 연료 기반의 진정한 녹색선박으로 지원 대상을 명확히 재조준 해야한다”고 지적하며 “중소형조선소가 이러한 녹색선박을 실제 수주하여 건조실적을 쌓아 자립할 수 있도록 단순 자금지원을 넘어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이어 “성공적인 녹색전환을 위해 필요한 2.37조 원의 재원 역시 정부의 전액 무상 보조가 아닌, 공공의 선제적인 마중물 투자를 바탕으로 한 다층적 재원 조달 구조로 풀어가야 조선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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