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개 보험사 탈석탄 정책, '신규 사업'만 규율…업계 선두 삼성화재조차 예외 조항 넓히며 신규 석탄 보험 여지 남겨
화석연료 매출 비중 기준 둔 삼성화재·삼성생명·현대해상 모두 30%…해외 선도사는 5~20%
기후솔루션 "선두 기업조차 이 수준…석탄 배제 기준 매출 비중 임계값 10%로 인하하고 기존 자산 철수 시한 명문화해야"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기후재난 보상으로 막대한 손실과 마주하면서도 정작 그 재난의 원인인 화석연료에 자금을 대고 보험까지 제공하는 자기모순을 방치하고 있으며, 업계를 선도한다는 삼성화재조차 탈석탄 정책이 신규 사업 규율에 집중돼 있고, 이미 보유한 자산과 기존 보험계약에 대해서는 명확한 철수 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025년 여름 유럽 854개 도시에서 발생한 폭염 관련 초과사망자 2만 4400명 중 약 68%가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됐고, 같은 해 한국에서도 3월 영남 산불이 약 10만 4000헥타르를 태우고 32명의 목숨을 앗아가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번해지고 그 피해가 커질수록, 이를 보상하는 보험사가 정작 그 원인에 자본을 대는 구조의 모순도 함께 커진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주요 보험사 8개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의 탈석탄 정책을 해외 선도 보험사 5개사(Generali, AXA, QBE, Aviva, AXIS Capital)의 기준과 비교한 보고서 '국내 보험사 탈석탄 정책 진단 2026'을 발간하고, 국내 보험사의 정책이 '선언은 있으나 이를 구속하는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는 기후재난의 손실을 보상하는 주체인 동시에, 대규모 자산 운용과 화석연료 사업 인수를 통해 그 손실의 원인을 뒷받침하는 주체다. 이 두 역할은 서로 상충한다. 보험사가 화석연료 산업의 존속을 뒷받침할수록, 자신이 보상해야 할 손실의 규모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재난의 청구서를 받는 회사가 그 재난의 원인에 자금을 대고 보험까지 제공하는 구조다.
이 모순은 이미 재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7월 대규모 차량 침수 당시 자동차보험 점유율 상위 4개 손해보험사의 평균 손해율은 92.1%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연간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전년보다 3.7%포인트 오른 87.5%를 기록했고, 자동차보험 손익은 7080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업계는 2026년 누적 적자가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는 기후위기에 무대응할 경우 국내 은행·보험의 손실 규모를 약 45조 7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과 직결된 리스크임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국내 보험사들은 기후 정책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국내 8개사 정책의 공통 한계는 ▲매출 비중 임계값의 관대성 ▲예외 조항의 광범위성 ▲보험 인수 정책의 구체성 부재 ▲정책과 실제 배출량의 불일치 ▲공시 투명성의 격차로 요약된다. 석탄 매출 비중 기준을 명문화한 국내 3개사(삼성화재, 삼성생명, 현대해상)는 모두30% 기준을 채택했는데, 이는 Generali 15~20%, AXA 10%, QBE·Aviva 5% 등 해외 선도사의 임계값을 크게 웃돌아 다각화된 석탄 관련 기업이 사실상 규제를 피할 수 있게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업계에서 가장 앞선 정책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조차 예외가 아니라는 데 있다. 손해보험 부문에서 탈석탄에 가장 적극적이라 평가받는 삼성화재조차 책임투자 정책에서 '에너지 전환계획 보유 기업'과 '국내 공공기관 등 공적 성격의 업체'를 예외로 두면서 그 정의·검증 기준을 규정하지 않았다. 이는 국내 최대 석탄발전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를 정책 적용 범위 밖에 둘 수 있는 구조적 통로가 되며, 유틸리티 업종은 국내 보험사 금융배출량의 60~86%를 차지해 기후위험 관리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갖는다.
보험 인수 정책에서도 한계가 확인됐다. 삼성화재는 2026년 개정에서 석탄 채굴 시설·신규 석탄 인프라는 물론 오일샌드·북극유전까지 배제 대상을 넓히면서도, 종전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보험 중단' 항목에 딸려 있던 예외 조항을 배제 규정 전체에 적용되도록 옮겼다. 배제 대상을 넓히는 동시에 예외가 적용될 수 있는 범위도 함께 넓힌 것이다. 특히 '국가 에너지 정책'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한 예외는, 정부가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운영에까지 삼성화재가 보험을 제공할 여지를 남긴다.
또한 해외 선도사들은 예외를 인정하되 그 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Generali는 'SBTi의 약정·검증을 받은 탈탄소화 전략'을, AXIS Capital은 'OECD·EU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모든 열탄 관련 활동을 종료할 전환 계획'을 요건으로 제시한다. 반면 국내에는 이에 대응하는 검증 주체나 종료 시한이 없다. 국내 8개사 중 기존 보유 자산의 철수 시한을 제시한 곳은 삼성생명(2030년 석탄 채권 단계적 폐지) 한 곳뿐이며, 나머지는 정책 효력을 신규 거래에 한정한다. 한국 정부가 2025년 11월 COP30에서 탈석탄동맹(PPCA) 가입과 2040년 석탄발전 퇴출 방침을 밝힌 만큼, 석탄 자산의 좌초 시점은 이미 국가 정책으로 예고됐다. 보고서는 신규 사업만 규율하는 정책으로는 이미 장부에 올라 있는 자산의 좌초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책과 실제 성과의 괴리도 확인된다. KB손해보험은 그룹 차원의 탈석탄 금융과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하고도 금융배출량이 2024년 490만 톤에서 2025년 590만 톤으로 20.2% 증가했고, 투자 대비 배출량인 탄소집약도까지 증가했다. 자산 규모 확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증가세다.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 빅5 중 유일하게 명시적 탈석탄 선언이 없고, 모회사인 메리츠금융그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금융배출량 지표조차 “산정 중이지 않다”고 답해 정책과 공시가 모두 부재했다.
보험 인수 영역에서는 8개사 모두 보험배출량을 공시하지 않는 등,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할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보고서가 지적하는 격차의 일부다. 특히 손해보험사는 화석연료 광산과 발전 사업에 필수적인 보험을 제공하며 해당 사업의 지속을 뒷받침해 온 만큼, 관련 현황과 감축 계획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더욱 요구된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국내 보험사에 다섯 가지 개정을 제언했다. ▲탈석탄 정책의 즉시 채택과 보험 인수 기준의 명문화 ▲매출 비중 임계값을 10% 이하로 인하하고 재량적 표현을 배제 원칙으로 전환하며 광산·발전 신규 확장 기업을 자동 배제 ▲'에너지 전환계획' 예외에 외부 검증·종료 시한 등 검증 가능한 기준을 도입하고 '공공기관' 예외는 폐지하거나 일몰 기한을 규정 ▲기존 보유 자산·계약의 철수 시한 설정과 이행 점검 절차 도입 ▲금융배출량·보험배출량 공시의 표준화가 그것이다. 모두 개별 회사가 규제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사항이다.
보고서 저자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기민우 연구원은 "업계를 선도한다는 기업의 정책조차 예외 조항에 검증 기준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일부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구조적 미비라는 뜻"이라며 "최근 폭염과 폭우 등 기후재난이 빈번해지면서 보험사의 기후위기 영향이 커지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책임 요구도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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