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전환, 포트폴리오의 위험과 기회’ 보고서, “철강 관여는 장기 포트폴리오 경쟁력 관리”
국민연금 국내주식서 철강 비중 1.5%에 불과하지만, 금융배출 비중은 24%
철강 전방산업까지 넓히면 금융배출 68%…자동차·조선·건설 공급망 전환과 직결
오는 17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이하 K-스틸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저탄소철강 인증제와 저탄소철강 특구 제도를 본격 가동한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정책이 곧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전환의 속도와 수준은 기업의 투자 결정과 실행에 의해 좌우된다.
기후솔루션은 16일 발간한 보고서 ‘철강 전환, 포트폴리오의 위험과 기회: 기관투자자를 위한 관여 프레임워크’에서 이제 중요한 질문은 ‘철강산업을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철강사가 실제로 전환하고 있는가’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철강산업이 기관투자자의 금융배출, 공급망 전환, 수소경제를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전환 산업인 만큼, 기관투자자가 철강사 전환을 단순한 ESG 이슈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차원의 위험과 기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하나의 정책 과제로 묶었다. 중국발 공급과잉, 미국·유럽의 통상규제 강화, 고로 중심 생산구조의 탄소배출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철강산업 전환을 주요 정책 과제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보고서는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철강산업이 투자 비중에 비해 훨씬 큰 금융배출 영향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가운데 포트폴리오 평가액의 약 95%를 차지하는 242개 기업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의 운영기반 배출(스코프 1·2) 기준 금융배출량은 약 1159만 tCO₂eq로 추산됐으며, 이 가운데 철강산업은 약 281만 tCO₂eq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금융배출량의 약 24%에 해당하는 규모다. 철강산업이 차지하는 포트폴리오 평가액 비중이 약 1.5%에 불과한 데 비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금융배출은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에 비례해 간접적으로 책임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한다. 이 가운데 스코프 1은 공장과 설비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스코프 2는 전기·열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모든 기업에 동일한 수준으로 관여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배출 기여도가 높은 산업과 기업부터 우선적으로 점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종목별로는 포스코홀딩스가 약 228만 tCO₂eq로 전체 금융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현대제철 역시 상위 배출 기여 기업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철강산업에 대한 관여가 단순히 특정 기업의 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 포트폴리오 전반의 전환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철강산업의 중요성이 철강사 자체를 넘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철강은 자동차,조선, 건설, 기계, 인프라, 전기전자 등 주요 제조업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배출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의 공급망 배출에도 반영된다. 따라서 저탄소 철강 공급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이들 산업 역시 원재료 단계의 배출 감축에 한계를 겪게 된다.
기후솔루션이 국민연금 보유 기업을 분석한 결과 철강을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 44개 종목은 포트폴리오 평가액의 약 21%를 차지했다. 그러나 금융배출량 기준으로 보면 이들이 스코프 1·2·3 기준 금융배출량의 약 64%, 스코프 3 기준 금융배출량의 약 68%를 차지했다. 철강산업의 직접 투자 비중은 제한적이지만, 철강 전환의 영향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을 통해 포트폴리오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철강산업이 금융배출, 공급망 배출, 수소경제를 동시에 연결하는 산업인 만큼, 철강산업에 대한 관여는 포트폴리오 전반의 전환 위험과 기회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철강산업이 국내 수소경제 성장의 핵심 수요처가 될 가능성도 강조했다. 수소경제는 생산 확대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렵고, 생산·저장·운송·전력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할 대규모 수요 기반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 수요가 국내 수소경제의 투자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한국 조강 생산량과 고로 생산 비중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수소환원제철이 본격 도입될 경우 철강산업의 잠재 수소 수요는 약 276만~414만 톤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전망한 2050년 산업 부문 수소 수요의 약 26~39%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철강산업의 전환 속도와 수소환원제철 도입 여부가 국내 수소경제의 수요 기반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관투자자 역시 철강사를 단지 기후공시나 장기 목표가 아니라 실제 전환 실행력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특히 ▲2030년 이전 설비 전환 일정과 생산구조 변화 ▲전기로·수소환원제철·청정수소 확보 등 저탄소 전환 투자와 기존 고로 유지 투자의 구분 ▲K-스틸법과 수소·전력 정책이 실제 투자 계획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철강사를 대상으로 설비 전환 계획, 자본적 지출, 정책 관여 활동 등을 점검하는 관여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주요 철강사들은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감축목표 강화, 저탄소 설비 투자 확대, 정책 관여 공시 개선 등을 추진해 왔다.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박현정 연구원은 “철강은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에서 평가액 비중은 작지만 배출 영향은 매우 큰 산업”이라며 “수백 개 종목을 다 들여다보지 못해도 철강 섹터 관여만으로도 효과적으로 포트폴리오 전체의 전환 위험을 관리하고 저탄소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는 철강사의 탄소중립 선언 여부보다 어떤 설비를 언제 전환하고, 어떤 기술에 얼마를 투자하며, 필요한 청정수소와 저탄소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K-스틸법 이후에는 정부 정책이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와 전환 전략으로 이어지는지도 중요한 관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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