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벌크선 25%, 탱커선 16% 탄소집약도지수 D, E등급 받아 운항 제한이나 벌금 부과 위험
탄소 감축 계획은 세웠지만, 연료 전환과 대체연료 선박 도입은 여전히 미흡
탄소집약도 기준 강화에 한국 선사들 비상… 연료전환 없인 감당 불가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연료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선박의 상당수가 탄소집약도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 운항 중단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감축 로드맵과 목표를 제시하고도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이 5일 발표한 보고서 ‘탄소중립 시대, 국내 해운사는 준비되었는가’는 전 세계 100대 해운사의 ESG 공시 및 감축 현황을 비교·분석해, 한국 해운업계의 대응 수준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한국 탱커선의 약 16%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으며, 벌크선 역시 4척 중 1척 이상이 D등급 이하로 분류됐다. 특정 선박이 3년 연속 D등급 또는 1년 이상 E등급을 받을 경우, 선사는 시정조치 계획 등을 제출·승인받아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운항 중단 리스크가 발생한다. CII는 이미 IMO의 단기조치에 활용되고 있으며, 기준이 매년 강화되는 만큼 추가 조치 없이 현 상태로 계속 운항될 경우 동일한 선박이라도 등급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평가 결과는 감축 계획만 있고 실질적 이행이 뒤따르지 못하는 업계 현실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선사들은 탄소감축 로드맵, IMO(국제해사기구) 규제 대응 계획 등 ‘전략·공시’ 부문에서는 평균 이상이었지만, 실제 감축 수단에 해당하는 대체연료 추진선 도입, 친환경 연료전환 일정, 이중연료선 개조 계획 등 ‘이행’ 관련 정보는 매우 부족했다.
특히 분석 대상 주요 국내 선사 중 대체연료 사용 비율을 명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연료소비량·배출량 등 기초 데이터의 공개 수준도 낮았다. 보고서는 이를 ‘한국 해운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하며 “공시와 이행 간의 격차가 클수록 실제 탄소 비용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IMO가 지난 10월 이뤄질 계획이었던 ‘넷제로 프레임워크(NZF)’ 중기조치 채택이 1년 연기돼 탄소요금 부과가 당장 시작되진 않지만, EU 배출권거래제(ETS) 등 규제의 시행 일정 역시 이미 굳어져 있다. 한국 해운이 향후 5년 내 대체연료·전기추진·수소혼소 기술을 확대하지 않으면 이중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가 ‘유예된 1년’을 대응 유예가 아닌 준비의 시간으로 삼아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IMO의 현재 단기조치와 다가올 중기조치는 환경규제를 넘어 해운업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제도”라며 “화석연료 중심의 운항이 계속되면 탄소요금 부담이 선박의 감가상각비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기 전환을 통해 초기 부담을 분산하고 예측 가능한 비용 구조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정부와 업계에 ▲친환경 연료 전환 보조금과 공적금융 기반 ‘그린선박펀드’ 조성 ▲노후 선박의 조기 폐선과 친환경 선대 확충 ▲선사별 연료전환 로드맵 공개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기후솔루션 한주은 해운팀 연구원은 “IMO 중기조치 채택이 미뤄졌다고 대응을 늦출 수는 없다”며 “한국 해운 업계는 유예된 1년을 잘 활용해 CII·EEXI·운항최적화 같은 단기조치와 연료전환이라는 장기 전략을 아우르는 실행계획을 즉시 이행하고, 비용과 시장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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