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의 잔여 탄소 예산 5억 5천만 톤, 탄소 예산 초과하면 1.5도 상승 저지 어려울 것
1.5도 상승 저지를 위한 석탄 설비 폐쇄 시나리오 결과, 2030년까지 고로 4기 폐쇄, 2034년까지 가동중인 모든 고로 폐쇄해야
“광양 제2고로 개수 중단 및 폐쇄 선언하고 탄소 예산 고려한 고로 폐쇄 계획 발표해야”
포스코(POSCO)가 최근 포항 제4고로의 수명을 연장한 가운데 산업화 대비 1.5도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선 개수 예정인 광양 제2고로를 포함해 2030년까지 고로 4기를 폐쇄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 기후솔루션은 “광양 제2고로, 수명연장만큼 멀어지는 탄소중립과의 거리”보고서를 내고, 1.5도 상승 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국 철강 산업의 잔여 탄소 허용 배출량은 5억 5천만 톤이며, 이를 기준으로 한국 철강 생산설비의 폐쇄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5년까지 포스코가 현재 개수 준비중인 포스코 광양 제2고로를 폐쇄해야 하며, 2030년까지는 현대제철 당진 1,2고로 포함 고로 4기를 폐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1.5도 온도 이내로 지구 평균 기온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계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정량화 해 ‘탄소 예산’이란 수치로 발표했다. IPCC의 발표에 의하면 세계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파리 협약의 목표를 50% 확률로 달성하기 위해 2020년 1월 기준 전세계에 남아있는 탄소 예산은 약 5천억 이산화탄소 환산톤 (500GtCO2)이다. 즉, 세계가 이 한도를 초과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전세계 탄소 예산을 기준으로 국가별 탄소배출량과 인구수를 고려해 한국의 탄소예산을 추산하고, 추산한 값에서 다시 부문별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고려해 2024년 한국 철강 산업의 탄소 예산을 계산했다. 그 결과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저지를 위해 한국 철강 산업이 배출할 수 있는 남은 탄소, 즉 탄소 예산은 5억 5천만 톤(550MtCO2)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한국 철강 산업 탄소 예산에 따라 석탄에 기반한 한국 철강 생산 설비의 폐쇄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현재 국내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총 11기의 석탄 고로와 포스코 파이넥스[1] 설비 2기가 있다. 이러한 생산 설비들의 최근 개수 시기 등을 고려해 철강 산업의 배출량이 남은 탄소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분석 결과 2025년에 마지막 개수로부터 20년이 경과하는 포스코 광양 제2고로 폐쇄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현대제철 제1,2고로와 포스코 광양 제1고로 등 3기를 폐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2033년에는 현대제철 당진 제3고로와 포스코 포항 제2고로 등 2기의 추가 폐쇄가 필요하며, 2034년에는 파이넥스 설비 2기를 제외한 나머지 고로 5기를 전부 폐쇄해야 철강산업에 할당된 잔여 탄소 예산을 준수하면서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1. 국내 철강산업 예산 소진 경로]
*그래프는 연도별 탄소 배출량을 보여주고, 그래프 아래의 면적은 잔여 탄소 예산을 의미함
[그림2. 시나리오에 따른 고로 폐쇄 순서 및 가동 기간]
결국 현재의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감축 대안과 정량적 감축 계획을 달리 제시하지 않는 한 2034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모든 고로 설비의 단계적 폐쇄가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경로라는 게 분석의 결과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국내 철강 산업의 탄소 예산 소진은 불가피하며, 철강 산업이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로 탄소 예산을 초과할 경우 전지구적인 1.5도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들이 감축 부담을 떠안게 된다”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현재 행보는 이런 시나리오와 어긋난다. 포스코는 지난 6월 말에 포항 제4고로의 개수를 완료한 데 이어, 연기되던 광양 제2고로 개수에 착수했다. 개수란 고로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큰 비용을 들여 개수를 한 뒤에는 15년 이상 수명을 연장해 쓰는 게 업계의 지금까지 관행이었다.
광양 제2고로의 연간 생산 능력은 435만 톤으로, 포항 제4고로 용량(560만 톤)의 78% 정도이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내화물 교체 비용이 300억 원으로 포항 제4고로의 내화물 교체 비용(324억 원)에 준한다. 이런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광양 제2고가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초대형 고로로 확장 개수될 가능성이 크다. 광양 제철소에 250만 톤급의 전기로가 2026년 가동을 앞두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를 상쇄할 만큼의 감축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포스코의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고서의 저자 기후솔루션 철강팀 강혜빈 연구원은 “포스코가 광양 제2고로를 개수하는 순간, 1.5도 온도 상승 저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포스코는 모두를 위해 1.5도 목표와 탄소중립 이행에 부합하지 않는 광양 제2고로 개수를 중단하고 즉시 폐쇄 선언을 해야 한다”라며 “또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강 산업의 탄소 예산을 고려해 모든 고로의 단계적 폐쇄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탄소중립 로드맵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고서 보러가기: 광양 제2고로, 수명연장만큼 멀어지는 탄소중립과의 거리
[1] 환원로에 철광석을 투입하고 일산화탄소 75%, 수소 25%를 사용해 환원하는 기술. 석탄 고로 공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덜하지만 여전히 일산화탄소와 철강석의 환원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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