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국내외 시민단체, 독일 자동차 회사에 “자동차 회사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포스코의 탈탄소화 촉구해야” 서한 송부
벤츠 “포스코와 2039년까지 탄소중립 제품 공급 약속 협의중”, BMW “2026년까지 저탄소 철강 수요 1/3로 늘릴 예정”
“아직도 고로 개수하는 포스코, 탄소 배출 줄여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기후위기 심화로 전 세계적인 탈탄소 기조가 확대되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도 탄소중립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계에선 자동차 회사들이 포스코(POSCO)의 탄소 집약적인 철강을 사용하고 있는 이상 자동차 회사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시민단체들이 보낸 서한에 “탄소중립 목표 의지 확실하며, 이를 위해 철강 공급 기업들의 탈탄소 노력이 필수”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7월 국제 기후·인권 단체들로 이뤄진 ‘리드 더 차지(Lead the charge)’는 독일 자동차사들에게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면 국내 최대 온실가스 배출 기업인 포스코(POSCO)에 저탄소 철강을 촉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송부했다. 기후솔루션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자사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자 공급망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저감할 것이며, 저탄소 철강 제품 수급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는 취지의 서한 답장을 받았다고 5일 밝혔다.
‘리드 더 차지’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기후 측면에서 책임 있는 주체가 되도록 독려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이러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후솔루션, 빅웨이브, 마이티어스, 스틸와치 및 독일 단체를 3곳 포함한 19개의 세계 각국 기후 단체들은 지난 7월 2일 메르세데스-벤츠 AG, BMW 그룹, 폭스바겐에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포스코가 만든 탄소집약적인 철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범지구적인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공급망에서 저탄소 제품 혹은 궁극적으로 탄소 배출이 제로(0)인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특히 자동차 산업의 대표적인 철강 공급 회사인 포스코에 탈탄소를 촉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자동차 업계가 전 세계 철강 수요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철강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동차 회사의 구매력을 통해 공급망 탈탄소화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특히 자동차 회사들의 대표적인 철강 공급 업체인 포스코는 한국의 최대 온실가스 배출 기업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배출 순 제로의 약속 이행을 위해선 포스코의 탈탄소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한에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자사의 탄소중립 실현 목표는 분명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벤츠는 “2039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공급망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모든 철강 공급업체로부터 늦어도 2039년까지는 탄소중립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야심찬 서한'이라는 이름으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연간 철강 조달 물량의 84%를 차지하는 공급업체들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포스코와도 협의 중이라고 알려왔다.
벤츠는 2022년 탄소중립을 선언한데 이어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80%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벤츠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뿐 아니라 자동차에 쓰이는 철강고 탈탄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벤츠는 스웨덴 철강 기업인 사브(SSAB)와 계약을 체결하고 저탄소 철강을 공급받기로 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은 철강으로 만는 차량을 생산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사브는 최근 사브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브릿(Hybrit)’이 이미 파일럿 단계가 완료되어 상업적 규모로 적용하는 단계를 앞두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포스코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HyREX)’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나 아직 기술 개발 단계로 상용화까지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BMW 역시 2030년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량을 40%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이번 서한에 답장에서도 “목표 실행 의지가 분명하다”며, “이미 공급업체들과 탄소가 감축된 제품들에 대한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26년까지 저탄소 철강 사용을 1/3로 늘리기 위해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철강 포트폴리오를 포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BMW는 수소와 친환경 전기로만 만든 철강을 공급받기 위해 H2 그린스틸과 잘츠기터 AG와 협약을 맺었다. H2 그린스틸은 2025년부터 뮌헨에 기반을 둔 BMW에 수소와 친환경 전기로만 만든 철강을 공급할 예정이며, 잘츠기터는 2026년부터 저탄소 철강을 BMW에 공급하기로 했다.
기후솔루션 권영민 연구원은 “자동차 업계를 포함한 철강 소비 산업 전반에서 탈탄소화 요구는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으며,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공급망에서의 탈탄소를 위해 저탄소 철강을 공급하는 철강 공급 업체와 협력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답장을 통해 포스코와 같은 공급업체들이 저탄소 철강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자사와 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포스코는 여전히 석탄을 기반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고로 공정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철강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얼마 전 포항 고로4를 개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광양 고로2도 확장 개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이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철강 제품 수출량 세계 3위의 한국은 향후 탄소 배출을 줄여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도 2020년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포스코의 선언이 무색하게 포스코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72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80만 톤 증가했다. 포스코는 2030년 전까지 전기로 추가 증설 및 2030년 수소환원제철 기술 도입 계획을 밝혔으나, 실증 설비 및 상용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전환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회사들의 탄소중립 선언과 같은 선상에서 유럽 등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부터 철강 등 탄소 다배출 수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미국 역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 등의 탄소집약도가 높은 12개 제품에 대해 탄소조정세를 부과하는 청정경쟁법(CCA)를 2025년부터 시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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