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취지 왜곡한 청정수소 입찰제도, 내막은 기후 대응 아닌 기후 역행
“탄소중립 역행하는 청정수소 입찰제도, 국민의 환경권·재산권 침해”
전기소비자인 국민들과 기후·환경 시민단체들이 5월 21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이하 CHPS)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취지와 달리, CHPS가 석탄 발전을 ‘청정’이라는 이름으로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전기소비자의 요금으로 이를 15년간 지원하는 구조라며 제도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CHPS는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에 대해 한국전력이 전력을 장기적으로 구매하도록 한 정부 주도의 입찰제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석탄을 80%, 암모니아를 20% 사용하는 ‘혼소’ 발전에도 청정수소 발전이라는 명칭이 적용되고 있으며, 2024년 첫 입찰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발전소가 유일한 낙찰자가 되었다. 이 발전량에 대해 한국전력은 15년간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2025년 입찰도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로 인해 조기 폐쇄되어야 할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탈석탄 시나리오나 국가 탄소중립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소원을 대리한 기후솔루션 신유정 변호사는 “‘청정수소발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15년간 전력공급·구매를 보장하는 입찰을 실시했고,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이 발전비용은 전기요금 중 기후환경요금으로 회수된다”며 “석탄발전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에 국민의 전기요금이 쓰이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정책은 먼저 헌법 제35조가 보장하는 환경권을 침해”하며 “탄소중립기본법과도 맞지 않고 2050년 탄소중립, 2030년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력부문의 석탄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청정수소 발전을 가장한 석탄 발전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며 ”이는 전기소비자의 재산권을 정당성 없이 침해하는 정책이기도 하다는 것이 청구인들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혼소 입찰이 진행되었거나 진행이 예상되는 지역의 환경단체와 주민 대표들이 직접 발언에 나섰다. 조순형 충남환경운동연합 탈석탄팀장은 “충남 지역에서 암모니아 혼소가 시행될 경우, 미연소 암모니아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이 기존보다 85%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이는 석탄화력발전기 4기를 새로 짓는 것과 같은 대기오염 효과로, 지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암모니아 혼소는 정부와 발전사들이 수소, 암모니아 같은 단어로 위장해, 석탄발전 조기폐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며, 지역민의 건강권 또한 아랑곳하지 않은 채 추진하겠다는 것은 지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이충현 기후에너지팀장은 “수도권 유일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인천 영흥도는 폐쇄를 기다려온 주민들의 오랜 투쟁의 현장”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4호기를 암모니아 혼소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해, 오히려 석탄발전의 수명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석탄 80%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청정수소 발전으로 분류돼 정부가 전력을 구매하겠다는 것은 주민의 기대를 배신하고 기후위기 대응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암모니아 혼소는 석탄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서아론 국장은 “암모니아가 20%만 섞인 석탄 혼소 발전을 청정수소로 인정하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이라며 “이는 기후위기 대응의 본질을 훼손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전력을 전기판매자가 의무 구매하고, 그 비용이 전기요금으로 전가되는 구조는 소비자의 요금 부담 정당성과 투명성 측면에 심각한 문제”라며 “소비자의 알 권리와 공정한 요금 부담 원칙을 지키며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이자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인 성원기 교수는 사전 전달한 입장문을 통해 “CHPS 혜택을 받으며 석탄을 80%나 사용하는 삼척 그린파워 석탄발전소에서 시행하려는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기후위기 대응 효과가 미미함에도 전력구매 보장을 받는 구조”라며 “암모니아는 해외에서 생산·운송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비용이 발생하고, 국내 석탄발전소에 저장시설 및 설비 개조 비용까지 반영돼 전기요금 상승과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혼소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암모니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초미세먼지 등의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사업 자체의 폐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여 단체들은 헌법소원 청구와 함께, 청정수소발전 의무화제도에서 석탄-암모니아 혼소를 청정수소로 인정하는 기준을 즉각 폐기할 것, 전기요금에 청정하지 않은 석탄 혼소 발전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전면 개정할 것,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탈석탄 로드맵과 수소 정책을 재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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