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50~60%로 과도하게 높은 최소발전용량, 재생에너지 발전 출력제어의 원인 지목돼
일본·인도·중국은 하한 낮춰 전환 가속… 한국은 높은 최소발전용량 유지
국제 권고 수준 30~40%으로 조정 필요…정보 공개와 유인체계 마련도 시급
기후솔루션은 6일 이슈 브리프 ‘재생에너지 고속도로의 과속방지턱: 화력발전기 최소발전용량’을 발간하고, 국내 화력발전소의 최소발전용량이 과도하게 높게 보장돼 재생에너지 확대가 근본적으로 가로막히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본, 인도, 중국 등 주요국이 국제 권고 수준인 30~40%까지 최소발전용량을 낮춰 전력망의 유연성을 확보한 사례를 제시하며, 한국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선 제도 개선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발전용량’은 화력발전소가 설비 손상 방지와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유지해야 한다고 설정한 최소 출력 수준을 뜻하며,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근거로 도입됐다. 화력발전기가 너무 적은 출력으로 돌아가면 보일러 내부 온도와 압력이 불안정해지는 등 설비의 마모 및 손상이 가속될 수 있고, 연료가 충분히 타지 못하면서 불완전연소로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발전기를 가동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최소발전용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다. 국내 화력발전소들이 최대 출력의 절반 이상(가스 평균 48%, 석탄 평균 60%)을 최소발전용량으로 보장받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력망에서는 화력발전의 하한만큼 먼저 채워지고, 계통 여유만큼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해도 화력발전기의 높은 최소출력을 충당하느라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강제로 꺼지는 ‘출력제어’가 발생한다. 비교적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를 시작으로 출력제어 문제가 심화되고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6% 미만인 육지에서도 문제가 커지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출력제어 최소화를 위한 ‘계통포화대책’을 시행해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을 원천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최소발전용량을 설정하는 기준과 근거 역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저출력 운전 시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지거나 설비 손상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도 더는 유효하지 않다. 북미 서부 전력계통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화력발전소 출력이 낮아져도 실제 오염물질 총 배출량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최신 발전 설비는 과거보다 더 낮은 부하에서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화력발전의 최소발전용량을 과감하게 낮추고 있다. 일본은 작년 신규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을 기존 50%에서 30%로 조정했고, 인도는 70%에서 55%로 낮춘 뒤 40% 달성을 목표로 로드맵을 마련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설비 개조와 보상체계로 60~70%에서 30~40%로 낮추고, 출력제어율을 2016년 20%에서 2022년 2~3% 이하로 크게 줄였다. 한국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9.8%로 비교적 높은 제주 계통에서 올해 8월 일부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 이하인 24~58%까지 운전을 허용하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육지 계통에는 적용되지 않아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와 신규 설비 접속 제한이 계속되고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국내 화력발전소의 최소발전용량이 국제 권고 수준이나 실제 기술적 한계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되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전 발전자회사가 보유한 가스 발전기의 평균 최소발전용량은 48%, 석탄 발전기는 60%에 달하며, 일부 설비는 최대 73%까지 보장받는다. 해외에서는 같은 유형의 발전기가 20~40%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확인된다. 최소발전용량은 발전사업자가 산정해 전력거래소 승인을 받지만, 산정 과정과 검증 절차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아 과도한 하한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발전기별 최소발전용량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공개해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첫째, 기존 화력발전소 최소발전용량을 국제 권고 수준인 30~40%로 일괄 하향 조정하고, 기술적 특성을 고려해 더 낮은 수준에서 운전하도록 유인체계를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둘째, 발전기별 최소발전용량 산정과 검증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 과도한 하한 설정을 방지하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출력제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유연성 자원의 도입을 가속화해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 저자인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주다윤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송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새로운 인프라 투자에 앞서 기존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을 낮추는 것이 가장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해결책”이라며 “과도하게 높은 최소발전용량을 조정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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