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파괴하며 해양 보호를 말할 수 없다"…한국·콜롬비아 어민, 생계 위협 증언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해상 화석연료 개발 중단 촉구… 국제사회에 모순 알려
제10차 아워 오션 콘퍼런스(Our Ocean Conference, 이하 OOC) 2025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 앞에서 국내외 어민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한국 정부의 해상 가스전 개발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OOC는 해양 보호, 지속가능한 해양 이용,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모이는 국제 회의이지만, 개최국인 한국은 여전히 해상 석유·가스 시추 계획을 고수하고 있어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해양 보전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한국 정부가 해양 보호를 주창하는 한편, 동시에 바다를 파괴하도록 대왕고래와 마귀상어 등 화석연료 개발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중적 행보를 비판하고, 진정한 해양 보호를 위해 해상 화석연료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포항 영일만 일대 대왕고래 사업을 위한 시추로 수백년에 걸쳐 형성된 어장이 파괴될 위기에 처한 홍게잡이 어업인들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장은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홍게가 점점 깊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심 700m 정도에서 잡히던 홍게가 이제는 1300m가 넘는 깊은 곳에서 발견된다"며, "어획량은 줄고 어업 비용은 급격히 늘어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국립수산과학원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동해의 표층 수온은 지난 56년 동안 1.9°C 상승했으며, 이는 전 세계 평균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인 것으로 밝혀졌다. 온난화 추세로 인해 많은 어장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심해로 이동하면서 어종 분포와 어획량 예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셈이다. 그는 또 "지난해 말 2주간 시추 작업이 있었던 후, 홍게 경매 실적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0톤이나 줄었다"며,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이 수천만 원에 이르지만, 한국석유공사는 보상도 없이 추가 시추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콜롬비아 전국 어업 네트워크 회장 훌리안 메디나 살가도(Julian Medina Salgado)는 "우리 어민들의 삶은 건강한 바다에 달려 있다. 그런데 해상 석유·가스 개발이 우리의 생계를 지탱하는 해양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식량 안보를 위협하며, 노동과 건강, 안전한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정부는 바다를 파괴하는 산업으로부터 해양과 해안 공동체를 보호해야 한다"며, "해상 석유·가스 개발을 중단하는 것은 단순한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우리 삶과 자연과의 조화를 되찾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게리 아란세스(Gerry Arances) 에너지생태개발센터(Center for Energy, Ecology, and Development) 대표는 "코랄 트라이앵글(Coral Triangle)을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지구 해양 생물다양성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그러나 필리핀 베르데 섬 해협(Verde Island Passage), 베트남 메콩 델타(Mekong Delta) 등은 대규모 액화가스(LNG) 사업을 비롯한 화석연료 확대 계획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석연료 개발로 인해 해양과 해안 생태계가 계속 위험에 빠지고, 해안 공동체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으며, 오염된 공기, 수질오염, 생태계 파괴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현실을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노스 국가들이 우리 지역에서 화석연료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 주민들과 생물다양성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며, "우리가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LNG나 화석연료가 아니라,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재생에너지로의 전면적 전환"이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What do we want? Fossil Free Ocean!(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화석연료 없는 바다!)”, “가스전 개발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영어와 한국어로 제창하며 각국의 해상 가스전 개발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OOC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해상 가스전 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벤드라 마이클(Sivendra Michael) 피지 정부 환경기후변화부 사무차관은 "피지는 매일 기후위기의 영향을 직면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 사이클론, 산호 백화, 해양 안보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화석연료 산업의 확장은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갈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국제회의를 주최하는 국가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리더십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이번 제10차 아워 오션 콘퍼런스를 계기로 해상 석유·가스전을 포함한 화석연료 산업이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기후솔루션 정석환 연구원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산업계의 탈탄소를 왜곡하는 새로운 화석연료 사업은 경제적으로나 기후환경적으로 모두 지속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산업계는 단기적 수익에 매달리는 것을 멈추고, 보다 근본적이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도자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