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한국은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재생에너지 연료 혼합의무화제도(RFS)는 바이오디젤을 얼마나 섞었는지만 관리할 뿐, 어떤 원료를 어디에서 조달했는지, 그 원료가 연료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원료와 생산경로가 달라도 같은 양을 섞으면 동일한 혼합의무 이행 실적으로 인정된다.
이 브리프는 국내 바이오디젤의 원료 구조와 원료별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할 때, 바이오연료의 혼합 확대가 반드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를 바탕으로 RFS를 혼합량 중심의 제도에서 온실가스 감축성과를 평가·관리하는 제도로 전환하기 위한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요약
세계는 '얼마나 줄였는가'를 묻는다
바이오연료 정책의 국제적 기준은 사용량에서 온실가스 감축효과로 옮겨 가고 있다. EU와 미국의 연방 및 캘리포니아주 제도는 방식은 다르지만, 원료와 생산경로별 전과정 배출을 고려해 바이오연료의 인정 여부나 수준을 결정한다. 팜유 등 토지이용변화 위험이 큰 원료의 인정 범위를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기준도 운영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액체 바이오연료 수요의 약 80%가 온실가스 기준의 적용을 받으며, 선진국에서는 사실상 모든 수요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흐름은 항공과 해운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 RFS는 여전히 '얼마나 섞었는가'만 묻는다
한국 RFS에는 최소 감축기준도, 원료별 감축효과에 따른 차등 인정체계도 없다. 정부는 바이오디젤이 대체한 경유의 연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감축 실적을 산정하며, 원료의 재배·가공·운송과 토지이용변화에 따른 배출은 반영하지 않는다.
국내 바이오디젤의 원료 구조를 고려하면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2024년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의 72%는 토지이용변화에 따른 배출 위험이 지적되는 팜 계열이며, 수입산 비중도 77%에 달한다. 원료별 감축효과를 구분하지 않는 현행 RFS에서 혼합의무자는 저탄소 원료를 선택할 제도상 유인이 없다.
전과정 배출을 따지면 감축효과가 달라진다
브리프는 해외 규제기준과 주요 연구에서 제시된 원료별 전과정 배출값을 2024년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 구성에 적용해, 혼합의무에 따른 감축효과를 추정했다.
예정된 혼합비율에 따라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 사용을 확대하는 경우, 바이오디젤이 대체하는 경유의 전과정 배출량은 누적 1,502만 톤이다. 낮은 배출값을 적용하면 감축효과는 1,122만 톤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높은 배출값을 적용하면 감축효과는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경유를 그대로 사용했을 때보다 오히려 1,617만 톤을 더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검토 중인 혼합비율을 2030년 8%까지 높이는 경로에서는 높은 배출값을 적용할 경우 초과 배출 규모가 2,141만 톤에 달할 수 있다.
이는 국내 바이오디젤의 실제 전과정 배출량을 산정한 결과가 아니라, 해외 규제기준과 주요 연구의 배출값을 적용한 참고적 추정 결과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같은 양을 혼합하더라도 원료와 생산경로, 토지이용변화의 반영 여부에 따라 감축효과의 크기는 물론 감축 여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 RFS는 10여 년 동안 원료별 전과정 배출을 산정하는 절차도, 감축효과를 판단할 기준도 없이 운영되어 왔다.

혼합 확대에 앞서 감축효과를 평가하는 제도로
바이오연료 이용이 수송 부문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기능하려면, 혼합의무를 추가로 확대하기에 앞서 바이오연료의 실제 감축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의무이행에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브리프는 이를 위해 세 가지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전과정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평가해 의무이행에 반영해야 한다. 원료 생산부터 가공·운송·연료 생산과 사용에 이르는 배출을 평가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감축효과를 달성한 연료만 인정하는 최소 감축기준이나 감축효과에 따라 의무이행 가치를 달리하는 차등 인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토지이용변화 위험이 큰 원료를 식별하고 인정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특히 팜유뿐 아니라 PFAD 등 팜 유래 부산물과 잔류물도 팜유 생산과의 연계성, 기존 용도의 대체효과 등을 고려해 평가하고, 고위험 원료의 인정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
셋째, 원료 정보를 수집·검증하고 공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원료의 종류와 원산지, 생산·조달 경로를 의무이행 실적과 연계해 관리하고, 원료·생산경로별 전과정 배출량과 감축성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