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021~2025년 누적 36조 원 손실…발전공기업·민간발전사는 20조 원 가까운 영업이익 축적
한전채 잔액 73.5조 원…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사채발행한도 초과 위험 재점화
동해안 민간석탄, 이용률 30%대에도 20% 넘는 영업이익률 기록
“전기요금 인상만으로 한전 위기 반복 못 막아…기후부, 전력시장 비용구조 개편해야”
[기획 시리즈] 기후부의 세 가지 과제 ② 한전 재무위기
기후솔루션은5월 기획 시리즈‘기후부의 세 가지 과제’를 매주 발간합니다.이번 시리즈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에너지 대전환을 실제 정책으로 이행하기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할 세 가지 구조적 과제를 다룹니다.대통령이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책 동력이 커진 지금,기후부는 선언을 넘어 비용과 책임의 구조를 제도 설계로 구체화해야 합니다.이 시리즈는 현 기후부는 물론 향후 어떤 리더십 아래서도 이어받아야 할 전환 점검표입니다.핵심 질문은 하나,전환 비용을 지금 투명하게 계산하고 정리할 것인가,아니면 더 큰 부담을 다음 정책 국면으로 넘길 것인가입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적자와 한전채 위기는 반복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전은 연간 최대 30조 원대 손실을 기록했고, 대규모 한전채 발행은 금융시장 불안으로까지 번졌다. 이후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연료가격 안정으로 한전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중동 사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은 다시 적자 구조와 사채발행한도 초과 위험에 직면했다. 기후솔루션은 한전의 부채위기가 전기료 인상만의 문제가 아닌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시장에 과도한 이윤을 보장하는 전력시장 구조에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솔루션은 한전의 부채 위험과 전력시장 구조 문제를 분석한 이슈브리프 ‘한국전력 재무위험 분석 2026: 전력시장 구조의 위험과 개선 방향’을 13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 2023년부터 매년 한국전력의 부채위기 현황과 위험 요소를 진단해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2024년 3조 원, 2025년 8.5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일부 재무지표가 개선됐다. 그러나 2025년 말 기준 한전의 사채 발행 잔액은 여전히 73.5조 원에 달한다. 기후솔루션은 한전 흑자 전환의 주요 원인이 전기요금 인상과 산업용 전력판매 마진 확대에 있지만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들의 직접전력구매계약(PPA)과 자체 조달 확대를 촉진하면서 장기적으로 ‘탈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문 전력판매량은 2025년 2% 감소한 280TWh에 머물렀고, 전체 전력판매량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약 55%에서 2025년 약 50% 수준으로 낮아져 앞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통한 이익 개선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한전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동안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는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유지했다. 2021~2025년 5년간 한전은 누적 36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 5개 화력발전공기업은 6.6조 원, 한국수력원자력은 6.3조 원, 민간가스발전사 12곳은 7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고, 한전이 600%를 초과하는 부채비율을 기록하는 사이 이 기업들의 부채 부담은 완연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은 이 같은 수익 분배 구조가 현행 전력시장 설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력시장은 화석연료 연료비,특히 LNG 가격 변동이 도매시장가격(SMP)을 좌우하는 구조다. 여기에 총괄원가보상제도와 용량요금 등 발전사업자의 비용과 수익을 보전하는 장치가 결합되면서,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는 대외 환경 변화에도 안정적인 고수익을 확보하는 반면 최종 구매자인 한전은 연료비 변동과 판매가격 규제 사이에서 재무위험을 떠안게 된다.
민간석탄발전소의 사례도 이를 보여준다. 동해안 지역 민간석탄발전소들은 송전제약 등으로 2025년 이용률이 30%대까지 떨어졌음에도 총괄원가 제도에 기반해 20%를 초과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강릉에코파워와 삼척블루파워의 경우 낮은 가동률에 따른 미정산금이 연간 2000~3000억 원 수준으로 발생해 총 7500억 원 가까이 누적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해당 미정산금이 올해 1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미정산금 역시 향후 한전 부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전채 사채발행한도 초과 위험을 다시 키울 수 있다. 국회는 2022년 한전채 발행한도 초과 위험이 커지자 한국전력공사법을 개정해 사채발행한도를 2027년까지 자본금 및 적립금 합계의 2배에서 5배로 한시 상향한 바 있다. 보고서는 2025년 영업이익 확대와 자본 확충으로 단기 위험은 완화됐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지면서 2027년 이후 발행한도 기준이 2배로 복원되는 시점에 다시 한도 초과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발전공기업 통합 논의도 단순 조직개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발전 5사가 하나로 통합되더라도, 화력발전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총괄원가보상제도와 용량요금 구조가 유지된다면 한전 부채 위험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에너지 대전환을 실제로 이행하려면 전력시장 비용 배분 구조, 발전사 보상체계, 화석연료 의존 구조를 함께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 저자인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현재의 한전 위기는 단순히 전기요금의 문제가 아니라, 화석연료 중심 전력시장 구조와 비용 배분 구조의 문제”라며 “발전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는 사이 그 부담은 한전 부채와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기후부는 에너지 대전환을 실행하기 위해서 화력발전 보상에 특화된 현 전력시장 보상체계를 개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에너지 위기 때마다 한전 부채와 전기요금 부담을 키우는 전력시장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화석연료 중심 SMP 및 총괄원가 기반 전력시장 구조 개편 △용량요금 및 보상체계 재검토 △발전공기업 거버넌스 개편 △재생에너지 중심 투자 확대 △한전 재무위험 관리 체계 개선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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