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15% 삼척블루파워 신용등급 적정성 의혹 제기 및 금감원 민원 접수 기자회견
3월 기발행 채권 만기 도래하면서 빠른 시일 내 차환 발행 예상
정부 탈석탄 정책으로 사업환경 악화에도 A+ 등급 유지...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조사 촉구
정부가 탈석탄동맹에 가입하는 등 2040 탈석탄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이 자체 방법론에 명시된 ‘정부 정책’ 리스크를 삼척블루파워의 등급 산정에 전혀 반영하지 않아 직무유기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는 신용평가사들이 탈석탄 정책에 따른 중대한 사업 환경 변화를 외면한 채, 등급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일 기후솔루션과 강릉시민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 산정 과정에 오류가 있음을 비판하며 금융감독원에 정밀 검토를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는 현재 회사채 발행 잔액만 1조 원에 달하며, 국내외 탈석탄 흐름 가속화로 사업의 좌초자산 위험이 커지고 송전 제약 문제까지 겹치며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040 탈석탄'이라는 중대한 사업위험을 인지하고도 이를 사업위험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고, 향후 수익성 및 현금흐름 전망에도 보수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는 평가사가 스스로 정한 방법론을 어긴 것이며, 결과적으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단체들의 핵심 주장이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자체 방법론에서 정부 정책을 핵심 평가요소로 명시하고도 ‘2040 탈석탄’이라는 메가톤급 리스크를 등급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이자 신용평가사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평가 과정의 모순은 제도적 보조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신용평가사들은 공식 재무 평가 항목이 아님에도 석탄발전에 총괄원가를 보전하는 ‘정산조정계수 제도’를 근거로 수익 안정성을 높게 평가해 왔다. 설령 전력 판매를 통한 영업이익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제도에 따라 일정 수준의 투자수익은 유지될 것이라 가정하고, 아직 지급되지 않은 ‘총괄원가 미정산금’까지 미래 현금처럼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산조정계수는 자의적 조정 가능성과 정책 변경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신용등급 방어에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부실 기업의 인위적인 생명 연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 과거 정산조정계수를 ‘0’으로 설정해 한전의 실적 개선을 도모했던 사례를 고려할 때, 향후에도 발전 자회사들에 대한 총괄원가 보전 체계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 낙관하기 어렵다.
이처럼 정성적인 방어막 뒤에서 실제 재무 지표는 이미 처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신용등급은 '사업위험'과 '재무위험' 두 가지를 종합해 결정된다. 사업위험은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안정성을, 재무위험은 빚을 갚을 능력을 평가한다. NICE신용평가는 공시된 신용평가서에서 삼척블루파워의 재무위험 항목 대부분이 'BBB' 또는 'BB' 등급에 머문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기후솔루션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2022~2024년 3개년 평균을 분석한 결과,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총차입금 대비 EBITDA는 4.7배로 기준(3.5배 이하)을 크게 초과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준(6배)의 절반 수준인 3.47배에 머물렀고, 영업현금흐름 대비 총차입금 비율도 기준(20%)에 턱없이 부족한 10.1%에 불과했다.
빚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재무위험이 이처럼 취약함에도 A+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사업위험'을 AA 등급으로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재무지표 미달에도 2022년부터 'A+(안정적)' 등급이 요지부동인 것은 자본시장법 제335조의11 제1항에 명시된 독립성과 공정성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러한 ‘부풀려진 등급’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오는 3월 예정된 약 3000억 원 규모의 채권 차환 과정에서 삼척블루파워는 고금리와 A+ 등급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로 지난해 수요예측에서도 개인 판매 비중이 80~90%에 달할 만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기관투자자가 외면한 부실 리스크를 개인이 무방비로 떠안는 셈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소비자 보호 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사전 예방적 금융감독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민원은 고위험 채권으로부터 개인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금감원의 정책 기조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시민사회는 금감원이 삼척블루파워 신용등급 산정 과정 전반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문제 제기가 석탄발전 좀비기업을 떠받치는 신용평가 관행 전체를 바로잡고, 잘못된 신용 정보로 인해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정부의 탈석탄동맹 가입으로 석탄발전 조기폐쇄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가동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삼척블루파워의 자산 가치는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회사채 보유 비중이 높은 만큼, 현 A+ 신용등급이 이러한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금융감독원과 신용평가사의 즉각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김도현 활동가는 “과대평가된 신용등급으로 연명하는 삼척블루파워의 전기는 외부로 송전되지만, 대기 환경오염과 해안 파괴, 건강 피해는 고스란히 삼척 주민들의 몫으로 남는다”며 “지역 사회에도,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위험한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응당한 신용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장연주 연구원은 "신용평가사들의 방법론을 보면 NICE신용평가는 정부정책, 사업안정성, 운영효율성에 70%를, 한국기업평가는 정부정책, 수급상황우호도, 사업경쟁력에 80%의 가중치를 두고 있다"며 "2040년 탈석탄 정책은 이 모든 항목에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평가사들은 스스로 '정책환경 변화의 가시화'를 등급 하향 요인으로 명시하고도 아무런 사후관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투자자 보호라는 근본 목적을 저버리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좌초자산 위험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 이관행 외국변호사는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부풀리기와 늦장 등급 조정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고, 그 결과 채권시장의 정보 신뢰성을 훼손한다”며 “그 피해는 해당 신용등급을 믿고 적극적으로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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