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AM 통합평가모형 기반 정량 분석, 실제 달성 가능한 탈탄소 경로 제시
대선 정국 속 차기 정부의 기후 리더십 시험대…”미래 기술의 불확실성에 기대지 않고, 이미 검증된 재생에너지 확대 검토해야”
조기 대선으로 출범할 차기 정부는 임기 시작 후 불과 3개월 뒤인 2025년 9월까지 유엔에 우리나라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각 후보 캠프에서는 2035 NDC와 연계되는 기후위기 대응, 탈탄소 전환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며, 유권자의 이번 결정에 따라 한국의 기후 에너지 정책은 큰 전환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기후솔루션과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글로벌 지속 가능성 센터(Center for Global Sustainability, CGS)는 공동으로 한국의 2035년 NDC를 위한 과학적이고 실현 가능한 감축 경로를 제시한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 한국은 국제감축 활용 없이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61% 감축이 가능하다는 제언이 도출됐다.
이 보고서의 분석은 '글로벌 통합 평가모형(Global Change Analysis Model, GCAM)'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메릴랜드대에서 개발한 GCAM은 에너지, 경제, 토지이용, 온실가스 배출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합해 시뮬레이션하는 오픈소스 모델로, 기후변화에 따른 정책 시나리오를 정량적으로 비교·평가할 수 있는 도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주요 국제 연구기관들이 사용하는 이 모델은 과학 기반의 정책 설계에 널리 활용되며, 이번 분석 역시 한국의 경제구조와 부문별 감축 가능성을 반영하여 보다 현실적이고 신뢰성 있는 감축 경로를 제시했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감축 '목표'가 아닌, 실제 '달성 경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IPCC가 사용하는 공유된 사회경제적 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를 기반으로 GCAM을 통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평가하고, 현실 가능한 정책 경로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림 1 GCAM 분석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경로: 청록색이 ‘2035년 보고서’ 제안에 따른 감축 경로
분석 결과, 과학적 모델의 검증에 기반하여 한국은 2035년까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61%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정부 시나리오가 기대고 있는 국제감축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적인 노력만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전력, 산업, 교통 부문에 걸친 포괄적인 탈탄소화 전략을 상세히 제안하고 있다. 전력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3년 6%에서 2030년 47%, 2035년 65%까지 확대하고, 석탄 발전 비중은 2030년 4%, 2035년에는 사실상 폐지되도록 단계적 감축을 제안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산업의 석탄 고로 폐지, 전기로(EAF) 및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DRI) 도입, 시멘트 연료 및 원료 전환, 석유화학 산업의 바이오 나프타 사용 등 세부 기술 전환 방안이 포함됐다. 교통 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보다 배터리 전기차(BEV)와 수소차 중심으로 전환하고, 시내버스 전기화, 충전 인프라 확충, 건축규정 개선 등 실천적 조치가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림 2 보고서가 제언하는 ‘적극적인 감축(High Ambition)’ 시나리오의 2030/2035년 발전원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발전원의 비교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메릴랜드 대학교 리나 쿠이(Ryna Cui) CGS 연구책임자 및 보고서 책임저자는 "한국이 제안한 수준의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 국제사회에서 기후 대응을 선도하며, 탈탄소 경제와 기후 외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가 제시한 2035년 감축 목표는 한국 기후환경단체 ‘플랜 1.5’가 제안한 목표와도 맥을 같이한다. 플랜1.5는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역사적 배출과 경제 성장 단계 등을 고려한 복합 공정배분 방식으로 계산하였을 때 한국은 2035년 감축 목표를 66.7%로 잡아야 맞다고 제시했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분석이 한국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모델링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정배분 방식의 목표 설정과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조정호 연구원은 “차기 정부는 이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 기술의 불확실성에 기대지 않고, 이미 검증된 재생에너지 기술(태양광, 풍력)을 중심으로 한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감축 경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완화 및 전력시장 제도 개선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대, 신규 LNG 발전소 건설 취소, 철강·시멘트 부문의 탈탄소화 등 현실적 감축 수단은 이미 존재하며, 이런 수단을 채택할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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