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9에서 발표된 바이오매스 리스크 보고서, 한국을 세계 3대 목재펠릿 수요국으로 분석
발전소의 탄소배출량 산정 누락과 이에 기댄 ‘가짜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산업 비대화 초래해
산업부는 바이오매스 올해 중 정책 개편 예고, 커지는 바이오매스 REC 가중치 폐지 목소리
탄소배출과 산림파괴로 비판받는 바이오매스 발전 확대가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시민사회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세계 59개국 283개 단체가 참여하는 바이오매스행동네트워크(BAN)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생물권을 불태우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글로벌 위협 평가 2024” 백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가까운 시일에 바이오매스 정책 개편을 시사한 바 있어, 잘못된 보조금 사례로 소개된 바이오매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그림 1. COP29에서 보고서를 발표하는 북미 환경단체 스탠드어스의 테이건 한센 선임캠페이너(왼쪽)
COP29 부대행사 ‘산림 행동 실현과 가짜 솔루션 방지’에서 공개된 이번 분석은 기후·환경·인권 피해를 끼치고도 문제시되지 않은 바이오매스 문제의 근원을 바이오매스의 탄소배출을 에너지 부문에서 산정하지 않는 국제 회계 규칙으로 꼽았다. 이중계상을 피하고자 토지 부문(LULUCF)에서만 바이오매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규칙이 바이오매스가 (온실가스) ‘무배출’이라는 오해를 낳은 것이다. 이런 허점에 기대어 2017년 이래 바이오매스 발전을 가장 빨리 확대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으로, 연료 수요를 대부분 동남아와 북미산 목재펠릿에 의존하고 있다.
2023년 현재 목재펠릿 수입량이 가장 큰 나라는 영국(640만 톤)이며, 일본(580만 톤)과 한국(370만 톤)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보고서는 정부 정책과 계획된 신규 설비를 고려했을 때, 2030년 일본과 한국의 목재펠릿 수입량은 2030년에는 각각 1400백만 톤, 800만 톤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일본은 영국을 추월해 세계 1위로 오르며, 한국도 영국(1000만 톤)에 근접한 3대 목재펠릿 수입국에 등극할 전망이다.
그림 2. 현 정책 유지 시 2030년 목재펠릿 수요와 공급 전망
보고서는 바이오매스 산업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유해보조금’으로 한국의 REC 가중치를 조명했다. 한국의 REC 가중치가 1톤의 탄소배출에 59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아이러니를 초래했다는 진단이다. 같은 이유로, 국내외 시민사회는 현재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도 높은 가중치를 받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는 물론, 정부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가중치를 일몰 없이 누리는 대부분의 대형 바이오매스 발전소 모두 기후·환경·경제적 영향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지원 이유가 없다고 비판해 왔다.
이어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2030년까지 세계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3배 확대를 전망하지만, 이는 더 많은 자연림 벌채, 목재 플랜테이션 확대, 집약적인 산림경영으로 이어져 생태계서비스와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토착민과 지역공동체의 숲을 빼앗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문대림 국회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바이오매스가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자연림을 싹쓸이 벌채하여 한국에 들어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둔갑한다”며 “높은 REC 가중치로 보조금을 받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사례”라고 비판한 바 있다.
보고서 저자인 페그 퍼트(Peg Putt) 바이오매스행동네트워크 정책캠페인담당관은 “정부와 업계가 바이오매스 발전을 위한 산림파괴, 탄소오염, 건강피해, 토지강탈을 기후행동으로 포장하며 지구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퍼트 담당관은 “국제기구와 정부는 석탄발전소의 바이오매스 전환 보조를 멈추고, 투자자는 바이오매스 발전 자금 조달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전력 수요 기업과 소비자는 고탄소 에너지인 산림바이오매스를 풍력과 태양광 등 저배출 재생에너지와 구별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지적에 산업부도 바이오매스 정책 개편을 예고했다. 지난달 31일 바이오매스 REC 가중치의 조정·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박지혜 국회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 질의에 산업부는 서면을 통해 “△수입산 원료 증가, 정산비용의 급격한 증가 등 문제점 발생 △업계 간 원료경합 심화, 원목 혼입, 역외 탄소배출원의 국내 반입 등의 문제도 인식”하고 있다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주관하에 산업부, 산림청, 환경부 등 관계 부처 공동으로 합리적인 에너지·산림·재활용 정책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박지혜 의원은 “이번 분석은 한국의 계속되는 바이오매스 지원이 세계 숲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라며 “과도하게 높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가중치와 아무런 정합성 없는 수입산 목재펠릿, 국내산 원목 펠릿과 칩, 석탄 혼소에 대한 지원을 모두 일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폐막한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6)와 지금 열리고 있는 COP29 모두 2030년 산림손실 제로를 목표한 만큼, 정부는 이번 REC 가중치 개편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종식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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