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국산 전기차 유럽에서 ‘입구컷’ 위기라고?
- 발행일
- 2026-06-29
- 편집자
- 임소연
우리가 매일 타는 자동차, 새로 산 건조기, 살고 있는 아파트. 이 모든 걸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뼈대는 '철'입니다. 그런데 이 엄청나게 단단한 철, 어떻게 만드는지 아세요?
아파트 10층 높이의 거대한 용광로(고로)에 석탄을 산더미처럼 들이붓습니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 단단한 철을 만들려면, 석탄을 태우는 과정이 꼭 필요하거든요. 석탄이 타면서 나오는 탄소가 산소를 물고 밖으로 빠져나가 주는, 아주 원초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굴뚝 위로 뿜어져 나온다는 겁니다. 현재 철강 산업은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7%, 제조업 전체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온실가스 배출 1위' 업종입니다. 어디 철강뿐일까요? 우리 공장들을 팽팽 돌리는 전기를 만들 때도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석탄 발전소'예요.
'가성비 끝판왕' 석탄의 화려한 과거
과거에는 이 방식이 정답이었습니다. 석탄은 압도적으로 쌌고, 에너지 효율이 좋으니까요.
환경이 좀 망가지고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도, 우리는 '경제 성장'이라는 이름표 아래 지속해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값싼 석탄을 펑펑 태워 질 좋고 싼 철판을 쏟아냈고, 그 철판으로 배와 자동차를 만들어 전 세계에 내다 팔며 '수출 강국 코리아'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죠. 한마디로 석탄은 K-경제 기적의 1등 공신이었었어요.
하지만 세상의 룰이 바뀌었습니다.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와 저가 중국산 철강의 공세가 맞물리면서, 2015년 7.4%였던 국내 철강업계의 영업이익률은 2024년 2.7%로 반토막을 넘어 수직 낙하했습니다. 작년 3분기 철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24%나 급감했죠. 싼 맛에 쓰던 석탄이 이제 우리 산업의 숨통을 조이는 치명적인 청구서로 날아온 겁니다.
가장 시급한 발등의 불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입니다. 쉽게 말해 물건을 만들 때 뿜어낸 탄소량만큼 국경에서 벌금을 매기는 제도인데,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6년부터 10년간 한국 철강업계가 EU에 내야 할 탄소 비용만 최소 3조 원에 달할 전망이에요.
진짜 공포는 2028년 완성차 입구컷

진짜 공포는 2028년부터 시작됩니다. EU가 이 탄소 규제 대상을 자동차 부품, 가전 등 180개 하위 조립품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무게의 약 70%는 철강이 차지해요. 국내 철강 수요의 31%를 자동차가, 16%를 조선이 흡수하죠. 현대차와 기아가 아무리 멋진 전기차를 만들어도, 그 뼈대가 '석탄 고로'에서 구워졌다면? 유럽 입구에서 수천억 원의 세금을 두드려 맞게 됩니다. 석탄 발전소에서 온 전기를 끌어다 공장을 돌렸다면 이 역시 얄짤없는 벌금 대상입니다. 자동차와 선박 파는 내구재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석탄 꼬리표는 곧 사형 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국내 철강사들의 시계는 너무나도 한가롭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 2020년,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선언하며 전 세계의 박수를 받았어요. 현대제철 역시 2045년을 탈탄소 목표 시점으로 잡았죠. 하지만 선언만 번지르르하고, 실질적인 진척은 거북이걸음 수준입니다.
전방 산업들은 당장 2028년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해 저탄소 철강이 시급한데, 철강사들은 20년 뒤의 장기 목표만 쳐다보며 고로 폐쇄나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같은 굵직한 결단과 투자를 계속 미루고 있죠.
천문학적 비용과 불확실성, 누가 먼저 총대를 멜 것인가
물론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 테이킹이 쉽진 않을 거예요. 기존 고로를 부수고 수소환원제철 같은 완전히 새로운 공정으로 갈아타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갑니다. 게다가 이 새로운 설비로 초기 생산한 '친환경 철강'은 기존 석탄 철강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비싸게 만들어 놨는데 아무도 안 사주면 어떡할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확실한 수요가 보장돼야 돈을 써 설비를 바꿀 맛이 날 겁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과감하게 재정을 지원하고, 공공 조달 등을 통해 '비싸도 우리가 먼저 사줄게'라는 확실한 수요를 뒷받침 해줘야 이 거대한 전환의 톱니바퀴가 굴러가겠죠.
다른 나라는 살 길 찾는데… 한국은 폭탄 돌리기
해외 선진국 정부들은 정확히 이 지점을 파고들어 기업들의 짐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자국 철강사 티센크루프의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프로젝트 단 한 곳에만 무려 3.2조 원의 직접 보조금을 승인했습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써서 탄소 대신 '물'만 배출하는 미래 기술입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이 기술의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대규모 상용화까진 먼 길이 남았죠.
일본은 한술 더 뜹니다. 2025년부터 저탄소 철강을 써서 만든 전기차에 최대 5만 엔의 보조금을 더 얹어주는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비싸도 친환경 철강을 쓸 이유'를 만들어주며, 제철소가 안심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확실한 수요를 창출해 준 겁니다.
반면 한국은? 작년에 부랴부랴 K-스틸법을 통과시켰지만 뼈대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습니다. 수소환원제철 상용 설비 1기를 돌리려면 연간 22.5만 톤의 청정 수소가 필요한데, 이 막대한 인프라를 어떻게 깔아줄지, 상용화 단계의 재정 지원은 어떻게 할지 실질적인 대책이 전무합니다. 사실상 기업들에게 각자도생을 주문하며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의 ‘진짜’ 역습
우리가 "아직은 석탄이 싸다, 전환은 너무 빠르다"며 주판알만 튕기는 사이,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싸고 오염된 철강'의 대명사였던 중국의 역습입니다.
최근 중국 최대 철강사 바오우강철은 100만 톤 규모의 '수소 기반 철강' 생산라인을 떡하니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했어요. 석탄 대신 수소를 써서 탄소 배출을 80% 가까이 줄이는, 우리가 할지 말지 간만 보고 있는 그 수소환원제철을 중국은 보란 듯 상업화해 버린 겁니다.
값싼 철강으로 전 세계 파이를 먹어치우던 중국이, 이제는 '녹색 철강 기술' 속도마저 우리를 가뿐히 추월하고 있어요.
"동네 망한다?" 철강 도시 주민들의 생각은
이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고로 체제를 유지하며 탈탄소 전환을 늦출 경우 향후 25년간 국가 경제가 포기하게 되는 생산 및 부가가치 기회비용은 무려 1909조 원에 달합니다. 반대로 조기에 고로를 폐쇄하고 수소환원제철로 갈아타면 일자리를 2.7배(약 114만 명)나 더 창출할 수 있죠.
이쯤 되면 정치권에서는 늘 "고로 문 닫으면 철강 도시 경제가 무너진다"는 방패를 꺼냅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릅니다. 기후솔루션과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 포항 지역 주민의 75% 이상이 이미 철강 산업의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고, 전체 응답자의 71.2%가 "탈탄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어요.
수십 년간 고로 연기를 마셔온 지역 주민들은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살 길은 낡은 고로에 억지로 인공호흡기를 다는 게 아니라, 확실한 정부 지원을 통해 깨끗한 신공정으로 하루빨리 넘어가는 것 뿐이라는 걸요.
2026년 6월, 멸망과 부활을 가를 골든타임
K-스틸법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시행령이 바로 올해, 2026년 발효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시행령에 기존 고로의 수명 연장을 지원하는 꼼수 예산이 배제되고, 명확한 녹색 철강 기준과 수소 인프라 선제 구축안이 담기냐에 우리 산업의 명운이 걸려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룰은 '누가 더 싸게 만드느냐'에서 '누가 더 깨끗하게 만드냐'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낡은 고로를 끌어안고 멸망의 길을 걸을지, 과감하게 판을 뒤엎어 프리미엄 그린스틸 시장을 선점할 것인지. 한국 철강의 골든타임이 지금 이 순간에도 속절 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