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문제는 거리가 아니라 행정
insights 2026-07-31
태양광에너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문제는 거리가 아니라 행정

드디어 10년간 대한민국에 드리웠던 그늘이 걷히기 시작했다.

최재빈

2026년 7월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법 시행령 재입법예고를 통해 태양광 도로 이격거리 규제를 삭제했습니다. 올해 2월 재생에너지법 개정으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국가가 관리하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된 데 이어, 이번 시행령 재입법예고를 통해 그동안 가장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가 '원칙적 폐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원칙 아래에서 관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동안 방관되고 외면당해오던 근거 없는 규제가, 비로소 행정의 책임 아래 관리되기 시작했습니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는 지난 10년 가까이 정부가 문제를 인지하고도 풀지 못한 숙제였고, 기후솔루션은 지난 5년간 이 문제를 붙들고 놓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태양광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인식, 그리고 행정의 편의성이 결부된 문제였고,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기후솔루션이 왜 지난 몇 년간 이 문제를 끝까지 붙잡았는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1.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가장 빠른 감축수단, 태양광 발전

기후위기 대응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태양광은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꼽힙니다. 화력발전과 달리 연료를 태우지 않기 때문에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연료비가 들지 않아 다른 에너지원보다 빠르게 늘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태양광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발전원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세계적인 흐름, 태양광 설비 단가 하락에 따른 경제성, 각국의 에너지 안보 수단으로서의 매력을 통해 태양광은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국내 태양광 보급량은 2020년 4.66GW를 넘어선 이후, 그 수준을 다시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의 잠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잠재력을 실현할 입지가 이격거리 규제로 막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2. 방관의 10년: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규제

이격거리 규제란 태양광 발전설비를 도로나 주거지역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뜨려 설치하도록 기초지자체가 조례로 정한 개발행위허가 기준입니다. 이 문제는 2016년 감사원이 규제의 비합리성을 처음 지적하면서 공식적으로 수면 위에 올랐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이 규제가 이렇게 오래 방치될 수 있었던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구속력이 없었고, 실제 이격거리 규제는 국토교통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기초지자체의 도·시군계획조례로 위임되어 있어 국가 차원의 법적 지위가 부재했습니다. 중앙정부는 권고만 할 뿐 책임지지 않았고, 지방정부는 민원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가장 손쉬운 해법인 '거리 두기'를 택했습니다. 기후솔루션은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소극행정에 있다고 보고, 지자체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적극행정으로 나설 수 있으려면 구속력 있는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3. 변화를 만든 5년: 국가의 책임을 묻다.

기후솔루션이 지난 5년간 한 일은 이격거리 규제를 '일부 지역의 민원'에서 '국가가 답해야 할 정책과제'로 끌어올리는 과정이었습니다.

출발점은 데이터였습니다. 2020년 '태양광 발전사업 입지규제의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이격거리 규제의 확산과 신규 태양광 보급량 감소의 상관관계를 분석했고, 3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GIS 연구를 통해 규제로 인해 각 지자체 면적의 99% 이상에서 태양광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자체마다 거리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사실상 아무 관리 없이 규제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드러냈습니다. 이 규모는 2025년 이슈브리프 '소극행정이 빼앗은 태양광: 명분없는 이격거리 규제'에서 전국 단위로 확장됐습니다. 이격거리 규제로 태양광 잠재입지의 62.7%, 여의도 면적의 3,000배에 달하는 8,889㎢가 원천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제시하며, 이것이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책임의 소재를 물었습니다. 2024년 8월 진주시의 강화된 이격거리 조례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진주시를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한 달 뒤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제의 문제를 알고도 입법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시민 15인과 함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개별 조례의 위헌성을 묻는 데서 나아가, 방치의 책임이 결국 국가에 있음을 정면으로 물은 것입니다. 이와 함께 국회 토론회와 정책 간담회, 부처 협의를 이어가며 국민권익위원회·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규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가 차원의 해결을 꾸준히 요구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이격거리 규제는 더 이상 지방의 민원이 아니라 국가가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고, 한국행정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국회예산정책처 등 공공연구기관도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이재명 정부의 대선공약에 규제 개선이 포함되었고, 이번 시행령 재입법예고로 이어졌습니다.

4. 원칙은 세워졌다, 이제 숫자가 남았다

이번 시행령 재입법예고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태양광 발전시설 반경 200m 내에는 주거지(5호 이상)가 없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이와 함께 도로 이격거리 규제는 더 이상 설정할 수 없게 됐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그간 지자체별로 상이하고 과도하게 설정되었던 이격거리 규제를 법령에서 상한 등을 구체화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령이 '원칙적 폐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원칙을 세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주거지나 도로로부터 이격해야 할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반영된 것이며, 기초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근거 없는 규제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입니다. 도로 이격거리 규제를 아예 설정할 수 없게 한 것은 이러한 법률의 취지를 가장 잘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갖는 실질적인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그동안 도로와 주거지 이격거리는 지자체마다 최대 1km까지 제각각으로 운영되며, 아무런 관리도 근거도 없이 방치돼 있었습니다. 특히 500m, 1km에 달하는 과도한 거리를 운영해오던 지역일수록 이번 조치로 실질적인 입지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근거 없는 규제로 인해 태양광이 들어설 수 없었던 지역이, 이제는 합리적인 기준 아래에서 다시 태양광을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입니다.

다만 주거지로부터 200m라는 상한선이 제시된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법령의 취지에 맞도록, 특정한 보호 목적이 있는 지역이 아니라면 이격거리 자체를 설정할 수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200m가 최종 목적지는 아니지만, 근거 없이 치솟기만 하던 규제에 처음으로, 그것도 도로와 주거지 모두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남은 과제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5. 이제는 규제가 아니라 신뢰를 회복할 때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소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이제 기초지자체는 태양광을 지역에서 어떻게, 어디에 수용할 것인지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사업자와 행정기관뿐 아니라 지역주민도 정책 논의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지역과 공존하는 재생에너지 확산을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중앙정부 역시 제도 개선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정책과 제도를 보완하고, 태양광이 갈등과 오해의 대상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난 5년간 붙잡아 온 것은 단순히 이격거리 규제가 아니었습니다. 근거 없는 행정으로 인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가 지방의 민원으로만 남겨지며 외면받는 구조였습니다. 올해 이뤄진 재생에너지법과 시행령 개정은 그 구조를 바로잡기 시작한 첫걸음입니다.

이제 그 첫걸음을 바탕으로, 태양광의 입지는 근거 없는 규제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이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태양광이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기후솔루션과 기후위기 대응에 함께해 주세요!

후원하기
  • 정책 연구 및 제안​

    정책 연구 및 제안​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산업, 경제 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도록 합니다.​

  • 법률 활동 / 소송​

    법률 활동 / 소송​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늦추는 기업과 정부에 책임을 묻고 정책 개선을 목표로 소송 등 다각적인 법적 전략을 실행합니다.​

  • 커뮤니케이션 및 캠페인​

    커뮤니케이션 및 캠페인​

    세상을 바꾸는 힘은 시민에게서 나옵니다. 강력한 메시지와 다양한 소통 방식으로 시민들과 함께 기후변화 문제를 알리고 행동을 촉구합니다.​​

  • 국제 협력

    국제 협력

    기후위기는 국경 없는 문제입니다. 국제 환경 단체들과 협력하여 국제사회의 변화를 도모합니다.​​

기후솔루션

대표

김주진

사업자등록번호

561-82-00137

주소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1나길 5 헤이그라운드 5층 505호 (04779)


TEL

02-6013-0137 (대표 번호)

02-6239-0138 (채용 문의)

02-6239-0139 (언론 문의)

02-6459-0140 (후원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