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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만 달면 될까?

발행일
2026-08-09

편집자
박윤경

앞선 세 편에서 우리는 이 위기의 모습(1편), 국가의 책임(2편), 기업의 책임(3편)을 차례로 짚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적응 - 위기를 버티는 법

😫 “파워 냉방!! 잔말 말고 에어컨 파워 냉방으로 틀어!!!”

날씨가 너무 더우면 파워냉방이 제일 빠른 답이죠. 마찬가지로 홍수가 오면 제방을 쌓고, 산불이 나면 진화 장비를 늘립니다.

이런 대응을 ‘적응’이라고 부릅니다.

이미 우리 일상에 닥친, 혹은 곧 닥칠 기후위기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이에요. 실제로 많은 국가와 도시가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는, 분명 필요한 과제입니다.

그런데 적응에만 매몰되다 보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어요.

👉 우선, 적응에 드는 비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이 부담스럽다며 특정 지역·특정 재해에 대한 보상을 제한하거나 아예 거부하기도 해요. 결국 적응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가장 취약한 지역과 계층의 사람들이 위기에 내몰리는 구조가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 사람이 피해를 막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기후위기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여겨졌던 유럽조차 올해 기록적인 폭염에 신음하며 사망자가 급증했어요. 인프라와 재난 대응 체계를 아무리 촘촘하게 설계해도 못 버티는 수준의 재난이 늘고 있다는 뜻이에요.

👉 무엇보다, 적응은 ‘위기를 버티는 법’이지 ‘위기를 끝내는 법’은 아닙니다.

감축 - 위기를 끝내는 해결책

결국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게 만드는 근본 원인,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이를 ‘감축’이라고 부릅니다.

Warming Stripes (Ed Hawkins, NCAS, UoR.) - 1850년부터 지금까지 지구 평균 기온을 파란색(낮음)부터 빨간색(높음)으로 표현한 그래픽입니다. 지구 온난화 추세를 설명 없이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적응만으로는 안 된다. 감축 없이는 적응도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감축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못합니다. 전 세계 화석연료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 약 381억 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했어요. 증가율이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절대 배출량은 여전히 상승세입니다.

파리기후협정에서 약속한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제한' 목표 달성도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현재 각국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세기말 지구 평균기온은 2.3~2.5도 상승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그럼 이미 늦은 것 아니냐,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하지만 기후과학자들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문장이 하나 더 있어요.

"매 0.1도가 중요하다."

1.5도를 못 지킨다고 해서 1.6도, 1.7도, 2도가 되는 것이 무의미해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얼마나 감축하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세계의 온도가 결정돼요. 이미 늦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감축할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감축,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왜 부족할까

🤔 “전 세계로 따지면 우리나라 배출량은 1%밖에 안 된다는데, 감축에 꼭 나서야 할까?”

이런 질문, 한 번쯤 들어보거나 품어보셨을 듯한데요. 실제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2024년 기준 6억 9,158만 톤, 대략 7억 톤이에요.

숫자로만 보면 잘 와닿지 않으니 좀 더 표현을 바꿔볼게요. 국립산림과학원 기준, 이산화탄소 1톤을 매년 상쇄하려면 어린 소나무 묘목 360그루를 1,200㎡ 면적에 심어야 합니다. 이 계산을 그대로 적용하면, 우리나라 1년치 배출량을 흡수하려면 대한민국 영토 전체의 6배가 넘는 면적을 소나무로 덮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게다가 1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한국은 OECD 4위에 달하죠.

어쩌다 한국은 이렇듯 어마어마한 온실가스 배출국이 되었을까요?

답은 배출의 구성에 있어요. 산업과 발전(전환) 두 부문만 합쳐도 전체 배출량의 70%가 넘습니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 1위 산업은 철강이에요. 석탄을 태워 만드는 고로(용광로) 방식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죠. 발전 부문도 마찬가지로 석탄·가스 같은 화석연료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아직 10% 남짓에 그치고 있습니다.

에어컨을 '파워 냉방' 대신 약하게 틀고,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개인의 실천은 물론 의미 있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에어컨을 돌릴 전기가 과연 어디서 오는지, 그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산업의 구조는 어떠한지 살피는 일이 훨씬 시급하죠.

진짜 감축은 화석연료 전기를 쓰게 만드는 구조, 산업계의 연료와 공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구조를 바꾸는 데서 시작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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