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 COP16이 남긴 과제: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 금융’
insights 2024-12-13
자연 금융 생물다양성

CBD COP16이 남긴 과제: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 금융’

엘레오노라 파산 연구원
송유진 환경운동연합

지난 10월, 남미 콜롬비아에서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6)가 열렸습니다.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2050년까지 자연과 조화로운 세상을 목표로 하는 협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금융은 한국에 특히 더 중요한데요. 올해 협상을 직접 참관한 기후솔루션 엘레오노라 연구원과 환경운동연합 송유진 활동가가 전해드립니다.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COP16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상장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라면, 생물다양성협약(CBD)은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한 협상의 장입니다. CBD는 1) 생물다양성의 보전, 2) 지속가능한 이용, 3) 유전자원의 공정하고 공평한 이익 공유를 기치로 하는 국제 협약입니다.

이번 COP16 의장국인 콜롬비아는 태평양과 카리브해 사이에 놓인 세계 17대 메가 생물다양성 지역(Mega Biodiversity Regions) 중 하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총회가 열린 도시 칼리(Cali)는 안데스산맥의 구름숲과 풍부한 생태계로 유명합니다. 지난 10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된 COP16에는 약 2만 3,000명이 참여해 역대 CBD COP 중 최대 규모였다고 합니다.

(메가 생물다양성 지역에는 전 세계 생물종의 약 70% 이상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램라이트 알티노트 나비(Altinote Ozomene)와 사프란 핀치(Sicalis flaveola) 새.)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린 이유는 COP16이 ‘자연을 위한 파리협정’이라 불리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이 채택된 2022년 이후 처음 열린 총회이기 때문입니다. GBF가 인류와 자연의 공존을 위한 청사진을 담은 만큼,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CBD 196개 당사국과 시민사회, 기업 등이 참여해 GBF 이행을 위한 각국의 생물다양성 전략(NBSAP) 상황을 평가하고 다음 단계를 논의했습니다.

(블루존 입구. 블루존은 유엔이 관리하고 공식 대표단, 정부 관계자, 협상가, 공인된 참관인만 출입할 수 있는 구역입니다. 이곳에서 공식 협상과 고위급 논의가 진행됩니다.)

GBF의 실천목표가 무려 23개에 달하는 만큼, COP16에서도 날짜에 따라 특정 주제별로 ‘테마 데이’(theme day)가 열렸습니다. 본 블로그에선 이번 회의에 큰 관심을 받았던 10월 27일 '해양의 날', 28일 '금융과 생물다양성의 날'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바다

‘자연은 파랗기도 하다(Nature is also Blue)’. 이번 총회에서 강조된 메시지로, 해양생태계와 보전에 대한 높은 관심이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바다(Ocean as the Great Connector)’를 주제로 정부, 국제기구, 과학계, 어민을 비롯한 지역주민, 시민사회, 청년 등 다양한 주체가 해양 보전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맞춰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졌고, 많은 부대행사가 해양 이슈를 다채롭게 다뤘습니다.

(Nature is also Blue: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제시된 슬로건. 육상생태계 보전에 초점이 맞춰지는 기존의 생물다양성 논의를 넘어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해양 생물다양성이 지구 생태계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공해조약과 새로운 해양 이니셔티브

GBF의 3번 실천목표인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과 해양의 30% 보호, 일명 '30x30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계 바다의 30%를 보호구역 및 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 보전수단(OECM)으로 지정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공해와 심해저의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에 관한 협정(BBNJ)과 GBF를 적극적으로 연계해 나갈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세계 11개 재단이 모인 컨소시엄은 공해 해양보호구역(MPA) 확대를 위해  5,170만 달러 지원을 발표했고, 시민사회는 잘 관리된 고품질의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국제협력 강화를 위해 ‘High Seas MPA Accelerator’를 출범했습니다.

생태학적·생물학적으로 중요한 해역(EBSAs) 수정 및 새로운 지역 식별 체계 채택

중요한 생물다양성 해역을 식별해 해양생물과 서식지의 보전을 목표로 하는 EBSAs를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그간 법적, 정치적 문제로 8년 이상 해당 협상의 진전이 중단된 이후 이루어낸 첫 성과입니다. 이번 합의가 EBSAs를 업데이트하고 향후 해양보호구역 지정 및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 수립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해양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간의 연계 강화

해양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간의 시너지를 구축하는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각국은 해양과 기후변화 사이에 상호연관성이 있을 뿐 아니라, 해양이 기후 조절의 핵심임을 강조했습니다. 향후 모든 나라가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과 기후 관련 정책을 긴밀히 연계해 해양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 대응, 둘 중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효과적이고 조화롭게 추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아직은 먼 실질적인 해양보호를 위한 합의

그러나 안타깝게도, 각국은 GBF의 보호 목표 이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두고선 구체적인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와 관련해선 특히, 해양보호 목표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 추적할 도구가 부재하다는 점이 앞서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공해는 국가 관할권 밖이라 관리와 보호를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필요한데, 각국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합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람, 기후, 과학과 기술, 시너지와 파트너십 등이 바다를 통해 연결된다는 슬로건과 부대행사를 알리는 포스터. 사진 출처: CBD 사무국)

한국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의 현재와 미래

한국은 1,000㎢ 이상의 대형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현재 1.8% 수준인 해양보호구역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1월 13일, 해양수산부는 2027년까지 국내 해양보호구역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3%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2030년까지 30%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우려됩니다.

한국도 CBD와 GBF 이행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재정과 관리 역량을 강화해 국제사회와 함께 전 지구적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은 기후위기 완화에서도 핵심적인 우선순위이기에, 이를 정책과 제도를 통해 명확하고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치료: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재정 전략

10월 28일의 주제는 ‘금융과 생물다양성’이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기후금융이 중요한 것처럼, 자연세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일에는 자연금융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GBF 실천목표 18은 2030년까지 매년 5,000억 달러 이상의 유해 보조금을 철폐하고, 생물다양성을 위한 긍정적 인센티브 확대를 목표로 합니다. 실천목표 19는 2030년까지 연간 2,000억 달러를 조달하고, 이 중 300억 달러는 국제 금융에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COP에서 각국 대표단은 자연 보전을 위한 금융을 늘리고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투자를 줄이려는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다양한 부대행사에서도 금융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특히 기업과 민간 부문의 높은 참여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해보조금 관련 세션에서 지속가능한 생물다양성 관리와 이용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하는 배리 가디너 영국 하원의원.)

‘자연 금융’이란 무엇인가?

자연금융은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 지속가능한 관리를 지원하는 투자를 말합니다. 이는 투자 결정에 자연 관련 리스크를 통합하고,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자금 투입을 중단하며, 자연기반해법(NbS), 생태계서비스지불제(PES)와 같은 메커니즘 활용을 포함합니다.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더 많은 자연’(Nature Positive)을 위한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자연’은 2030년까지 자연 손실을 멈추고, 2050년까지 생물다양성의 완전한 회복을 목표로 합니다. 사진 출처: Nature Positive Initiative)

COP16의 금융 부문 성과와 한계

COP16에서는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부분도 컸습니다. 몇몇 나라는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기금(GBFF)에 1억 6,300만 달러를 추가 약속하며 민간 금융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습니다. 하지만 196개 당사국 중 대한민국을 포함해서 44개국만이 제대로 된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제출했으며, 다수 국가가 유해보조금을 줄이는 실행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나무를 태워 전기를 만들어 ‘가짜 재생에너지’라고 비판받는 바이오매스 발전에 대한 지원처럼 유해한 보조금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고, 생물다양성 재원 부족은 여전히 심각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브라질이 제안한 새로운 생물다양성 기금은 선진국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중요한 기회를 놓쳤습니다.

한국 자연금융의 현재와 미래

한국은 생물다양성 금융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해야 합니다. COP16 주간에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GBF의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맡아야 할 몫은 5조 5,500억 원에 달합니다. 앞으로 정부의 생물다양성 지출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약 2조 원은 민간 부문에서 나와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주요 은행과 기업은 GBF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친화적 금융을 효과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GBF 목표와 생물다양성을 금융기관의 투자 정책에 녹여내야 합니다. 또한, 화석연료, 바이오매스 등 에너지 부문과 농업, 어업 부문의 유해보조금과 유해투자를 멈추고, 더 많은 자연을 위해 금융 흐름을 바꿔야 합니다. 정부는 민간의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K-택소노미 등 녹색금융 가이드와 ESG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라질 벨렘으로: 2025년 UNFCCC COP30

생물다양성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토대이지만, 이미 심각한 생태계 붕괴에 대한 관심은 많이 부족합니다. GBF 실천목표 14인 ‘생물다양성 주류화’가 더욱 속도를 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생물다양성이 경제, 정책, 산업 등 사회 전반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는다면 자연 보전을 늘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후와 생물다양성 전략의 통합은 생물다양성의 주류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한편, 생물다양성 보전은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CBD COP16에서 시작된 통합적 논의는 뒤이은 UNFCCC COP29에서도 다루어졌으며, 2025년 브라질 아마존에서 열릴 COP30에서 핵심 의제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COP30 의장국인 브라질과 룰라 대통령은 자연을 기후변화 협상의 중심에 두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2025년에는 기후와 생물다양성 목표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금융 흐름과 정책이 해양생태계 등 중요한 생태계를 보전하는 길을 찾으리라 기대합니다. 한국도 국제사회와 함께 협상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는 것은 물론, 이를 넘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까지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기후솔루션의 “자연금융 격차 진단” 보고서영상으로 확인하세요.

환경운동연합 해양 보전 활동에 관심 부탁드립니다.